[기획] 금융권 희망퇴직 바람(3)-디지털가속에 떠밀려나는 금융맨들

체크Focus / 김자혜 / 2022-01-14 12:00:58
주요 금융지주 일제히 디지털전환 경영전략 목표로, 경쟁점화
비대면 가속화에 점포줄고 자회사형으로 바뀌기도
퇴직금만으론 노후준비 어려워…"퇴직 준비제도 도움될 것"
위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위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은행, 보험, 증권사 등 금융권의 희망퇴직 바람은 디지털 전환이 부추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금융사들은 올해 경영전략 테마로 ‘디지털 전환’을 전면에 펼치고 나섰다. 금융권을 떠나는 희망 퇴직자들은 연령대별로 행보가 나뉜다. 중장년층으로 갈수록 생계부담이 만만치 않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KB금융·NH농협지주 등 5대 금융지주는 올해 경영전략회의 주제로 ‘디지털 전환’을 다루고 있다.


금융지주 디지털전환 경쟁 본격화 ‘최우선’ 과제로

우리금융은 지난 11일 창립기념식을 열고 완전민영화를 기념하는 한편 새로운 슬로건과 비전을 밝혔다.


이날 참석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재창업한다는 각오로 모든 역량을 디지털 대전환에 쏟아야한다”며 디지털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10일 상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열었다.


CEO특강에 참석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1위 금융플랫폼의 지향점은 3S기반의 고객 중심 디지털 플랫폼 제공을 통해 3600만명 고객에 그룹내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22에 참석해 AI뱅커(인공지능 은행원)을 소개했다.


AI기반 업무안내 서비스 기기 ‘AI컨시어지’, 실시간 화상상담시스템 ‘디지털데스크’ 등을 선보였다. AI뱅커는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다국어를 지원한다.
신한금융은 AI뱅커를 소개하면서 “그동안 추진한 디지털 전환 노력의 결실인 혁신적 미래형 영업점 모델을 전 세계 알리게 돼 기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NH농협금융그룹은 이달 20일 열리는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사업 추진 방안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미 지난 11월 경영전략 논의 회의에서 디지털을 언급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각자 생명·손해보험, 증권사 등 자회사를 갖추고 있어 지주 중심의 디지털 전환 경쟁이 업계 전반으로 가속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점포는 줄어드는데…밀려나는 퇴직자 재취업 길은 '부족'

이처럼 디지털 전환이 가속된 배경은 카카오뱅크, 토스, 네이버파이낸셜 등 테크핀(TechFin, IT기업의 금융서비스 제공)이 성공적으로 금융권에 안착한 영향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전통 금융권은 테크핀을 따라잡기 위해 비대면에 집중했고 점포 수가 줄면서 결국 인원 감축도 가속화된다.


특히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점포 수는 2020년 이후 감소세를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은행 점포 수는 총 6326개로 전년 말 대비 79개가 줄었다. 6개월 만에 전국에서 은행 점포가 79곳이 줄어든 것이다.


증권사 역시 같은 기간 지점 수가 953곳으로 전년과 비교해 48곳이 줄었다. 2020년 6월부터 증권사의 오프라인 지점은 1000개 이하로 밑돌면서 꾸준히 감소했다.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에서 영업 중인 23개 생명보험사의 점포 수는 2282개로 2019년 말과 비교하면 734개나 사라졌다.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이 자회사 형 법인보험대리점(GA)를 설립해 각각 점포 수를 52개에서 1개, 592개에서 42개로 줄인 영향도 있으나 이들 점포를 고려해도 줄어든 숫자는 은행, 증권업에 견줄만하다.


한편 디지털 전환으로 업권서 밀려나는 직원들은 지나온 역사 속 산업혁명과 같이 줄어든 일자리서 밀려나는 ‘사다리’ 세대가 됐다.


점포 축소, 디지털 전환으로 금융업계를 떠난 퇴직자들은 근속연수와 어떤 부서에서 몸을 담았는지에 따라 퇴직 후 행보가 갈린다.


한 은행에서 퇴직한 A씨는 “부지점장급 이상은 감사팀장으로 1년간 재취업 기회를 주지만 금전·시간적으로 1년이 확보된 데 불과하다”며 “지점에서 일한 직원일수록 재취업 시장의 문은 좁다”고 밝혔다.


최근 30대까지도 낮춰진 희망퇴직 연령대는 전직에 유리할 수 있으나 이마저도 은행의 실적압박에 노출되어 있다면 동종업계 전직까지는 쉽지 않다.


A씨는 “은행이라도 자금부에 근무하거나 주특기가 없다면 카카오뱅크, 토스 같은 테크핀으로의 전직도 제한적이다. 근무중 실적 압박에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4~50대 희망퇴직자 가운데 공인중개나사 주택관리사 등 자격시험을 새로 치루고 두번째 직장을 찾는경우도 적지않다. 가족의 생계를 부담하거나 자녀의 학자금이 필요한 경우라면 특별퇴직금 정도로는 노후까지는 부족할수 밖에 없다.


그는 이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6개월이나 1년여 안식년을 제공하거나 퇴직 후 전직을 위한 교육제도 등 보완책이 마련된다면 금융권 퇴직자들이 제2의 삶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요경제 / 김자혜 기자 kj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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