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금융감독원>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사상 초유의 사모펀드 사태 중 하나였던 ‘독일헤리티지DLS' 펀드 분쟁조정위원회를 연내에 개최한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돌연 내년으로 연기했다. 이를 두고 업계와 일각에선 군말이 나온다.
기존의 라임·옵티머스 등 다른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분조위 진행이 일찌감치 끝난 반면, 독일헤리티지펀드의 경우 그간 구체적인 검사에 따른 결론 공개도 없었는데다, 분조위 마저 차일피일 미뤄지다 드디어 연내에 열리나 싶더니 느닷없이 돌연 연기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거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금감원의 독일 헤리티지펀드 분쟁조정 결정에 대해 업계에선 피해자들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연기 배경이 새삼 의심스럽다는 반응까지 일부 나오고 있다.
금융권과 금감원에 따르면 헤리티지 펀드의 주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제재 확정에 따라 연내 분쟁조정위원회 개최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지난 16일 발표했던 금감원 소비자보호처는 23일 갑자기 “코로나19 방역지침 상황으로 인해 연기했다”고 통보했다.
금감원은 “독일헤리티지펀드 최대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와 피해자들 간 분쟁조정위원회를 오는 27일 오후 2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장기화 영향에 따라 대면회의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표에 피해자들은 금감원 소비자보호처가 ‘밀실 편파 운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자공동대책위원회가 12월 23일 오전 11시 신한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사모펀드 사태해결 촉구 및 규탄집회를 개최했다 <사진=피해자공동대책위원회 제공>
피해자 A씨는 “27일에 한다는 얘기도 사실 판매사 통해 전달받았는데 금감원은 피해자 대표로 임의 선정한 두 명에게 뒤늦게 통보했다고 해명했다”면서 “또 이 두 사람의 배상비율을 근거로 피해자 2000명과 자율조정하라고 모든 판매사에 통보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A씨는 “법률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피해자만을 골라서 변호사가 참석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하기도 했다”며 “이는 철저히 판매사 위주의 분조위를 하려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장의 요지를 정리하면, 피해자 측은 이번 금감원의 분조위 연기 결정 배경이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에게 압력을 당했기 때문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앞서 피해자들이 분조위 결정에 대한 문제점과 부당성을 사전에 정무위원회에 호소했는데, 갑작스럽게 일정이 미뤄지는 배경에 뭔가 드러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말이다.
현재 피해자들은 철저한 검사진행 없이 분조위 결정을 일방적으로 금감원이 정하고 있는 데에 따른 불만도 토로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금감원 소비자보호처에서 진행하는 분쟁조정안 자체가 판매사에게 유리하게끔 돌아가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고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금감원은 통상 금융 민원을 처리하는 분조위 개최 일주일 전에서야 분쟁조정 대상으로 올라온 금융사들에게 의견 통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금감원 통보를 받은 금융사들이 이를 피해자들에게 알리는 시점은 사실상 금융사 자율이나 마찬가지여서 사실상 소비자들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일주일 전에 분조위 개최를 통보하면서 늦어도 이틀 내로 의견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사나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면서 개인들인 피해자의 방어권 보장에 더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금감원이 수개월간 내부 검토 및 외부 전문가 자문 등을 수행한 후 안건을 상정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분조위 심의 때 금융사나 피해자 측 아무도 참석해 입장을 설명할 수 없는 회의 진행 방식도 금융사 중심의 편향된 결론을 내리게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조위가 금감원과 금융사 입장을 균형 있게 심사하기 어렵다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의 제재심의는 지난2014년부터 금감원 검사국과 제재 대상 금융사 양측이 모두 참여하는 대심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분조위는 여전히 대심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꾸준히 지적을 해온 부분이 바로 분조위 안건에 오른 해당자들 참여 규정 관련해서인데 이것이 사실 금감원에서는 원칙적으로 정한 부분이긴 해도 피해자들 입장에선 불리하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특히 분조위 결정에 심각한 법리상 문제가 있거나 오류가 있어도 재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된다는 면에서도 상당히 괴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은 앞서 지난 2일 독일헤리티지펀드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종합·부문 감사 결과, 판매 과정에서 부당권유 금지 규정을 위반한 점을 적발해 제재했다.
금감원은 신한금융투자가 독일 헤리티즈 DLS 상품이 일반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보다 위험이 높고 부동산 개발 관련 인허가 지연 및 미분양시 원리금 상환 불확실성이 있다는 사실을 고객에 알려야 했음에도 원리금 상환이 가능한 것처럼 판매했다고 판단했다.
금융권 전체의 독일 헤리티지 DLS 판매액은 5300억원 가량으로 미상환액은 5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신한금융투자 판매액이 3908억원, 상환중단액은 3799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금감원은 대표적인 유형의 피해사례를 선정해 분조위를 거친 이후 구체적인 배상비율을 결정할 계획이다.
투자자별로 적합성 원칙 위반 여부, 투자 경험 등을 고려한 배상비율을 적용해 분조위의 배상기준에 따라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maya4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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