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감각' 무장, 식품업계 새바람 불어넣나
시민단체 "사회적 책무도 이행해야"
▲ 신상열 농심 상무 <사진=농심>
주요 재벌그룹이 3, 4세로 경영 승계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식품업계에도 오너3세들로 세대교체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최근 식품업체 오너 3세들이 경영 전면에서 보폭을 넓히며 맹활약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들 오너 3세는 젊은 감각과 패기로 경영 일선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업계 전체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식품업계의 경영 승계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는 급변하는 식품 시장 상황과 불안한 경제 분위기,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등 현안 문제를 젊은 감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읽힌다.
오너들 입장에선 경영 승계를 위한 사전 조치로 잠재적 후계자인 3세들의 활동 반경을 넓혀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 향후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이룬다는 전략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너 3세들의 입장에선 기존 사업의 성장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인 신성장 동력의 발굴해야 하는 경영 능력의 시험대에 오른 셈이기도 하다.
농심 신상열 상무, 초고속 임원 승진 주목
농심은 지난 26일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부장을 구매 담당 임원(상무)으로 승진 발령냈다. 신 상무는 농심그룹 창입자이자 초대 회장인 신춘호 회장의 장손인 사실상의 농심그룹 후계자다.
신 상무는 1993년생으로 만 27세다.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뒤 2019년 농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경영기획팀에서 근무해왔다.
올초 부장으로 승진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임원으로 올라서는 초고속 승진이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농심의 3세 승계 작업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상무는 농심 창업주인 고 신춘호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농심 주식 35만주 중 가장 많은 20만주를 상속 받기도 했다.
신 상무로선 입사 2년여 만에 임원으로 승진한 만큼 그룹 내외적으로 보여줘야 할 게 많다. 특히 제조 기업에서 구매 담당은 산업 구조 전반을 이해하는 핵심 업무 중 하나로 신 상무는 구매 담당을 맡으며 현장 감각을 익힐 것으로 보인다.
신 상무의 부친인 신동원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인사를 단행하며 본인은 2선으로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대표이사 자리엔 이병학 생산부문장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박준 부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를 수행하게 된다.
▲ 지난 9월 CJ 비비고 X LA레이커스 파트너십 행사에서 비비고 로고가 적용된 새로운 저지를 공개하고 있다. (왼쪽부터)경욱호 CJ제일제당 CMO, 지니 버스 LA레이커스 구단주,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 팀 해리스 LA레이커스 CEO <사진=CJ제일제당>
CJ 이선호 '복귀', 연말 임원 승진 가능성
CJ제일제당은 올 1월 회사로 복귀한 이선호 부장이 연말 인사에서 임원 승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부장은 올해로 입사 8년 차에 이르렀다. 누나인 이경후 CJ ENM 부사장은 2011년 입사한 후 8년 차에 부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이선호 부장은 이재현 회장의 장남으로, 위로 누나가 하나 있다. 이 부장은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장증손으로 CJ그룹의 후계자로 일찌감치 낙점된 상태다.
이 부장은 2013년 CJ제일제당 입사 이후 2019년까지 바이오사업팀과 식품전략기획 1부장을 역임하다 마약 밀수혐의로 구속기소돼 업무에서 물러났다. 자숙 기간을 거친 후 부장으로 업무에 복귀를 결정했다.
이 부장은 현재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을 맡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부장은 미국프로농구(NBA) LA레이커스와 CJ제일제당의 파트너십 체결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LA레이커스는 NBA 최고 인기 구단 중 하나로 CJ와 파트너십을 체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이 부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NBA최고스타 르브론제임 등 레이커스선수들은 CJ의 '비비고'브랜드가 부착된 유니폼을 입고 뛴다.
이 부장은 CJ제일제당 과장,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관리팀장을 거쳐 CJ 지주사 경영전략실 부장으로 근무하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서 식품전략기획1팀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활동반경을 계속 넓히고 있다.
재계에선 이번 임원 승진을 통해 이재현 회장이 이 부장에게 보다 큰 힘을 실어주고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사진=SPC그룹>
SPC 허희수 부사장 3년만에 계열사로 컴백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차남 허희수 전 부사장이 25일 경영 전면에 복귀해 주목을 받고 있다. 허 부사장은 2018년 경영에서 물러난 지 3년여 만에 핵심 계열사 임원으로 우회, 컴백했다.
SPC그룹의 네트워크 시스템 관련 계열사인 섹타나인은 이날 신규 사업부 책임 임원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선임하는 인사를 사내 공지했다.
경영에 복귀한 허 부사장은 우선 디지털 기술 투자와 신사업 발굴 등의 업무를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허 부사장은 지난 2007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한 뒤 파리크라상 마케팅본부장, BR코리아 전무, SPC그룹 전략기획실 미래사업부문장 등을 지냈다.
2016년엔 수제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을, 2020년엔 미국 캘리포니아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을 국내에 들여와 성공적으로 론칭 하는 등 경영 수완을 발휘했다. 이를 토대로 업계에선 허 회장이 내년엔 허 부사장에게 더 많은, 더 중요한 보직을 맡길 것으로 보고 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아들 담서원 경영지원팀 수석 부장은 지난 7월부터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국내외 법인 관리를 담당하는 업무를 맡으며 세대 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담 부장은 미국 뉴욕대를 졸업하고 중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으며 지난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일반 평직원으로 입사해 경력을 쌓는 등 차곡차곡 경영수업을 쌓고 있다.
함영준 오뚜기그룹 회장의 장남 함윤식씨도 경영지원팀에서 사원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장남 김오영 씨도 지난 10월 매일유업에 입사, 생산물류혁신 담당 임원으로 근무 중이다.
이처럼 식품업계의 미래 후계자로 낙점된 오너 2,3세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공부를 한 탓에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글로벌 감각이 뛰어나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이들로의 세대교체 바람이 강하다는 것은 장차 국내 식품업계의 의미 있는 변화를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반면 가칭 경제시민우리생활협의회 김두원 사무국장은 29일 토요경제와의 통화에서 "과거와 달리 재벌 3~4세들이 해외 유학을 하고 단계 별로 경영 수업을 받은 후 경영에 나서는 것은 어떤 면에선 유의미하다"라면서도 "그럼에도 지금까지 우리나라 재벌이 보여준 그들의 부와 경영권 세습은 보통의 시민이라면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지만 그들도 이젠 자신들이 해야 할 공익적 책무를 반드시 기억하고 이행하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토요경제 / 김시우 ks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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