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을과 을의 싸움, 책임자 ‘갑’은 어디있나

기자수첩 / 김시우 / 2021-09-17 12:00:00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로 쓰러지는 일이 잇달아 발생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이후 지금까지도 이 사안을 둘러싼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과로의 원인으로 꼽히는 분류작업과 수수료 문제부터 최근 한 택배 대리점주의 극단적 선택, 노동조합의 갑질 의혹까지 택배 산업과 노동자를 둘러싼 상처가 좀처럼 아물지 않는다.


분류작업 인력 투입과 택배 수수료 문제는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예컨대 CJ대한통운 전국택배노동조합 전북지부 익산지회는 수수료 조정 협상이 틀어지면서 지난달 19일부터 현재까지 한 달 넘게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로젠택배 부산의 한 대리점은 분류인력 문제 때문에 일방적으로 직장 폐쇄를 통보하면서 해당 지역의 배송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분류작업과 수수료 인상은 주요 합의 사항이기도 했다.


이른바 ‘까대기’로 불리는 택배 분류작업 탓에 노동 시간이 길어지며 과로의 원인으로 꼽여왔다. 택배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휴게실도 없는 곳에서 공짜로 분류작업을 해왔다.


여기에 노동자들은 본사와 대리점과 수수료를 나눠 건당 700~800원을 받아 왔다. 이 때문에 강제적으로 배송업무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


올해 6월 정부의 중재로 합의를 이뤄내긴 했지만 합의안 내용의 현실화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모양새다.


분류작업 문제 이외에도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지난달 30일에는 김포에서 CJ대한통운 대리점을 운영하던 40대 대리점주가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서에는 일부 노조원들의 집단 괴롭힘을 폭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실제 노조 조사 결과 이는 사실로 확인됐다. 이 사건과 함께 일방적인 배송 구역 변경, 폭행 사건 등 일부 노조원의 갑질 의혹도 함께 떠올랐다.


그러나 ‘을’들이 서로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을 때 택배 회사는 보이지 않는다. 앞서 수수료로 인해 갈등을 벌이고 있는 CJ대한통운 익산지회에 본사는 대리점과 택배 기사가 알아서 풀 일이라며 나서지 않고 있다.


이 사태뿐만 아니다. 여러 문제에서 원청인 본사는 마치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조원과 비노조원, 대리점이 서로 끝나지 않을 ‘을의 다툼’을 하고 있을 때 정작 이들에 ‘갑’인 회사들은 뒷짐 지고 물러나 있는 모습이다.


본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들이 아니라도 책임지고 중재하는 모습이 더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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