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지붕 없는 박물관 '군산 이야기'(31)

군산이야기 / 김병윤 / 2022-08-19 23:39:03
2-1길 테마길 ‘미소길’, 구불3길 ‘큰들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아픔과 고난의 연속이다. 그 가운데 일제강점기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다. 일제는 36년간 우리의 삼천리 금수강산을 수탈하고 농락했다. 군산은 그런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대표적인 도시다. 김병윤 대기자는 지난 100여 일 이런 아픔의 도시 군산의 이곳저곳을 돌았다. 그리고 다시 웅비하는 군산을 목도했다. 김병윤 대기자가 둘러본 ‘군산 이야기’를 ‘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일환으로 매주 2회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2-1길 테마길 ‘미소길’

▲ 구불2-1길-임피역 <사진=군산시청 제공>

 

테마길이다. 햇빛길에서 갈라져 나온다.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임피향교에서 시작된다. 좁은 산길을 걸어 나오면 빛바랜 건물이 있다. 임피역(臨陂驛) 이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에 세워졌다. 호남지역 농산물 수탈의 교통로 역할을 했다. 사진작가가 많이 온다. 옛 모습을 간직한 임피역의 낭만을 찍기 위해. 임피역을 지나면 탑동마을이 나온다. 전설이 전해지는 마을이다. 탑동마을에 탑이 있다. 힘센 여자장사가 탑을 들어 던졌다는 전설이 있다. 정말일까. 웃음이 절로 난다. 탑에 여자손자국이 남아 있다. 테마길이라 해서 짧은 길이 아니다. 18.7km에 이른다.

구불3길 ‘큰들길’
풍요와 아픔을 동시에 갖춘 길이다. ‘너른들’을 걷게 된다. 너른들의 뜻이 무엇인가. 넓은 땅을 말한다. 너른들은 곧 큰 들이다. 풍요를 약속하는 땅이다. 큰들길에는 ‘대야들’이 펼쳐져 있다. 질 좋은 쌀이 대야들에서 생산된다. 황금빛 물결이 들녘을 수놓는다. 들녘의 농부는 풍년의 기쁨을 누린다. 지금의 풍요가 예전에는 수탈의 대상이었다. 대야들의 쌀이 일본으로 실려 나갔다. 군산항을 통해서. ‘깐치멀마을’에서 출발하면 고봉산에 이른다. 지네를 닮았다 하여 ‘오공혈’이라 불리기도 한다.

▲ 구불3길-대야들 <사진: 군산시청 제공>

 

‘큰들길’에는 역사적 유물을 볼 수 있다. 고봉산을 지나면 채원병 고택을 볼 수 있다. 건축학적으로 의미 있는 건물이다. 1860년에 건축됐다. 전라북도 민속문화재다. 풍수지리설에 근거해 지어졌다. 집이 북향으로 자리 잡았다. 지세가 오공혈(蜈蚣穴:지네 굴)의 명당이라 풍수지리에 따라 북쪽으로 집을 배치했다.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았다.

최호 장군의 유지(遺址·옛 자취가 남아 있는 자리)도 견학할 수 있다. 장군의 위패가 모셔진 사당이다. 장군은 임진왜란 때 공을 세웠다. 정유재란 때 칠천량 해전에서 전사했다. 장군의 유지는 성역화 사업에 따라 잘 조성돼 있다. 전라북도 기념물로 지정돼 후손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큰들길에서는 일제 수탈의 대표적 현장도 만날 수 있다. 발산리 유적지가 기다린다. 발산초등학교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곳곳에 수탈의 흔적이 남아 있다. 농장주 ‘시마타니’의 악행이 담겨 있다. 발산리 석등과 5층 석탑이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서있다. 시마타니가 불법으로 수집한 유물이다. 또 다른 석조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물을 보노라면 선조들의 아픔이 되살아난다. 가벼웠던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진다. 한동안 상념에 젖어 걷다 보면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대야시장이다. 오일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오래된 전통시장이다. 긴 역사만큼이나 볼거리도 많다. 먹거리도 풍부하다. 한우를 실컷 먹을 수 있다. 값도 저렴해 부담을 덜 수 있다. 국밥도 좋다. 선지해장국이 일미다. 가성비가 으뜸이다.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서수면에 한 곳 남아있다. 오가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다. 18.7km. 5시간의 등반길엔 여러 사연이 깔려있다. <계속>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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