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지붕 없는 박물관 '군산 이야기'(30)

군산이야기 / 김병윤 / 2022-08-17 12:50:52
삶을 닮은 ‘군산의 구불길’, 구불1길 ‘비단강길’, 구불2길 ‘햇빛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아픔과 고난의 연속이다. 그 가운데 일제강점기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다. 일제는 36년간 우리의 삼천리 금수강산을 수탈하고 농락했다. 군산은 그런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대표적인 도시다. 김병윤 대기자는 지난 100여 일 이런 아픔의 도시 군산의 이곳저곳을 돌았다. 그리고 다시 웅비하는 군산을 목도했다. 김병윤 대기자가 둘러본 ‘군산 이야기’를 ‘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일환으로 매주 2회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삶을 닮은 ‘군산의 구불길’

삶은 구불구불 이어진다. 똑바로 가지 않는다. 정해진 길이 없다. 돌고 돌아가게 된다. 빨리도 가고 천천히도 간다. 앉았다 가고 눕기도 한다. 살다 보면 사연도 많아진다. 힘든 일도 있고 즐거운 일도 있다. 그렇게 살다 보면 깨우치게 된다. 어차피 한세상 왔다 가는 길. 급히 갈 필요가 없다고. 속 끓이며 살지 말라고. 아등바등 다투지 말라고. 구부러지게 살라고. 그래야 인생이 편하다고.

군산에 인생길을 알려주는 산책로가 있다. 이름이 ‘구불길’이다. 전국 대표 걷기 여행길이다. 2009년에 구불길이 시작됐다. 2013년에 8개 구불길이 완성됐다. 8개 구간 중 3개 구간에 테마 길이 추가됐다. 총길이가 188.9km에 이른다. 대부분 길이 5~6시간 걸어야 한다. 트래킹 코스로는 긴 편이다.

구불길의 뜻이 무엇인가. 구부러지고 수풀이 우거진 길이다. 여유, 자유, 풍요를 느낄 수 있다.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구불길은 구간마다 사연이 있다. 볼 게 많다. 즐길 것도 다양하다.

구불1길 ‘비단강길’

▲ 구불1길-금강하구둑 <사진: 군산시청 제공>

 

이름부터 부드러움을 준다. 비단. 왠지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금강호와 연결됐다. 금강호를 걸어봐라. 햇볕이 내리쬘 때 물결을 보았는가. 마치 비단(非但)처럼 보인다. ‘비단강길’이라 붙여진 이유다. 

 

비단강길에는 전설과 역사가 숨어있다. 강물이 흐른 세월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있다. 아주 먼 조상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나포십자들녘’에서 구석기시대 유물을 만날 수 있다. 고인돌도 만나게 된다. 

 

‘오성산(五聖山)’의 전설도 들을 수 있다. 오성은 성인(聖人)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나라장수에게 맞섰던 다섯 명의 시골 노인의 이야기다. 백제를 침범한 당나라 장수가 노인에게 물었다. 오성산에서 부여로 가는 길이 어디냐고. 노인들은 적군에게 길을 알려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당나라 장수는 다섯 노인의 목을 베었다. 후손들은 이들을 기리기 위해 이곳을 오성산이라 불렀다. 애국은 정치인이나 장수만 하는것이 아니다. 평범한 국민이 더 많이 한다. 오성산은 애국심을 함양시키는 교육 현장이다.

이 길은 자연과 생태를 품고 있다. 수많은 새를 볼 수 있다. 호수가 있어 새들의 먹이가 풍부하다. 철새의 도류지로 유명하다. 철새 조망대가 있다. 조류학자들이 연구하려고 자주 찾는 곳이다. 관광 명소로도 자리 잡았다. 사진작가들의 촬영장소로 사랑받았다.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다. 조류인플루엔자(AI) 전염을 막기 위해서다. 군산시의 1개의 과가 파견돼 관리했다. 지금은 1개의 계로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금강호’ 생태습지도 볼 수 있다.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금강하구둑도 거닐 수 있다. ‘채만식문학관’도 방문객을 반긴다. 잠시 쉬었다 가기에 적합하다. 비단강길은 총거리 17.2km다. 소요 시간은 5시간 정도 걸린다. 군산역에서출발해 공주산에서 끝난다.

구불2길 ‘햇빛길’

▲ 구불2길-불주사  <사진=군산시청 제공>

 

풍요의 길이다. 공주산(公州山)에서 출발한다. 공주산은 이름부터 귀족스럽다. 공주의 태(胎·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조직)가 묻혀 있다고 전해진다. ‘나포십자’ 들녘이 펼쳐진다. 광활한 지역이다. 쌀 생산지로 유명하다. 찰지고 질 좋은 쌀이 생산된다. 밥을 하면 윤기가 흐른다. 햇빛이 비치는 금강 물결같이 반짝인다. 나포십자 들녘은 금강을 끼고 있다. 수리시설도 잘돼 있다. 농사짓기 최적의 장소다.


나포십자 들녘도 일제 수탈의 현장이다. 일제강점기에 생산된 쌀을 모두 거둬갔다. 풍요의 ‘햇빛길’에도 수탈의 아픔이 있다. 불주사(佛住寺)를 보며 마음을 정갈히 할 수 있다. 부처님이 계신 것 같아 불주사라 지었다. 절의 이름부터 평안함을준다. 고요함을 주고 있다.

불주사를 지나면 2개의 산을 넘게 된다. ‘축성산과 망해산’이다. 등산로가 잘 갖춰져 있다. 불주사에서 축성산까지 임도(林道)로 이어진다. 산길을 걷게 된다. 호젓하게 걸을 수 있다. 새들이 지저귄다. 여기저기서 화음을 맞춰준다. 새들의 합창이 정겹다. 축성산과 망해산 사이를 걸어봐라. 또 다른 자연의 선물을 볼 것이다. 찬란한 빛의 세계를 보게 된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신비롭다. 나뭇잎 사이로 숨었다 나타나곤 한다. 자연의 오묘함에 놀라게 된다.

자연의 선물을 받았는가. 인문학의 정취에 빠져보자. 교육의 길이다. 임피향교(臨陂鄕校)를 볼 수 있다. 잘 보존돼 있다. 조선 태종 3년에 창건됐다. 선조들의 위패를 모셨다. 유학의 가르침을 보여 준다. 채만식의 흔적도 느낄 수 있다. 채만식의 생가가 있었다. 지금은 볼 수 없다. 터만 휑하니 남아있다. 아쉬움에 발길을 돌리게 된다. 총거리 15.6km다. 5시간 정도 걷는다. <계속>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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