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서명식 돌연 연기…유가·환율 다시 흔들리나

국제 / 최은별 기자 / 2026-06-19 21:32:29
스위스 회담 취소에 국제유가 반등
호르무즈 재개방은 진행, 최종 합의는 여전히 불확실
▲ 트럼프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최종 이행 문턱에서 다시 흔들리고 있다. 양측은 전쟁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합의했지만, 19일 스위스에서 예정됐던 후속 회담은 돌연 취소됐다. 국제유가는 다시 반등했고, 글로벌 증시는 약세로 돌아섰다. 시장은 “합의 체결”보다 “합의 지속성”을 묻기 시작했다.

로이터는 이날 “스위스는 회담이 연기됐다고 밝혔다(Switzerland says talks postponed)”고 보도했다. 같은 보도에서 로이터는 미국과 이란의 평화회담이 연기되면서 지속 가능한 휴전 가능성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이번 전쟁은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됐고,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리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로이터는 이날 “미국 부통령 JD 밴스가 금요일 스위스에서 이란 협상단을 만나기 위한 방문을 철회했다(Vance pulls out of Friday talks with Iran)”고 전했다. 이 소식이 나오자 MSCI 전세계지수는 0.15% 하락했고, 유럽 증시는 상승분을 반납하며 0.17% 내렸다. 미국 주가지수 선물도 0.4~0.5% 하락했다. 미국 증시는 준틴스데이 휴장으로 현물 거래가 없었다.

유가는 다시 움직였다. 로이터는 “지속 가능한 휴전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로 소폭 상승했다(Confidence in a lasting truce ebbed, pushing oil up modestly to $80 a barrel)”고 보도했다. 다만 주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약 8% 하락 흐름이다. 미국과 이란이 교전을 멈추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합의했다는 기대가 유가를 크게 낮춘 영향이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은 시장의 핵심 변수다. 로이터는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공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통로였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지난 18일 “유조선들이 해협을 통과하기 시작했다(Tankers have started sailing through the strait)”고 전했다.

그러나 해협이 열렸다고 곧바로 정상화가 끝난 것은 아니다. RBC캐피털마켓은 로이터에 “우리는 이번 합의의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한다(we question the durability of the deal)”고 밝혔다. 또 호르무즈 재개방이 2025년 홍해 사례와 비슷하게 진행될 수 있다며, 적대 행위 중단 합의 이후에도 해상 교통이 위기 전 수준보다 50% 이상 낮게 유지됐던 사례를 언급했다.

가디언도 유가 하락 효과가 소비자 가격에 곧바로 반영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가디언은 지난 18일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3월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4달러 아래로 내려갔다고 전하면서도, “전문가들은 가격 충격이 전투보다 오래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experts warn that the sticker shock is likely to outlast the fighting)”고 보도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78달러 아래로 내려갔지만, 전쟁 전 수준인 70달러 안팎보다는 여전히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번 합의의 구조도 아직 임시적이다. 로이터는 지난 16일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60일간의 휴전을 연장하고, 영구 휴전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도록 하는 양해각서라고 전했다. 핵심 쟁점인 이란 핵 프로그램은 후속 협상으로 넘어갔다. 로이터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이후 협상에서 다뤄질 것(Iran’s nuclear programme to be tackled in later talks)”이라고 요약했다.

즉 현재 상황은 세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전쟁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라는 단기 합의는 작동하기 시작했다. 둘째, 스위스 후속 회담이 취소되면서 최종 합의와 검증 절차는 지연됐다. 셋째, 이란 핵 문제와 레바논·헤즈볼라 전선 등 지역 안보 변수는 아직 남아 있다.

환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동 리스크가 완화되면 유가가 내려가고 안전자산 선호가 약해져 달러 강세 압력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종전 합의 기대가 커졌던 지난 15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초반까지 내려가는 흐름이 나타났다. 그러나 19일 후속 회담이 취소되면서 달러 강세와 위험회피 심리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

로이터는 이날 달러지수가 13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이란 변수뿐 아니라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를 강하게 밝힌 영향도 반영됐다. 강달러가 이어질 경우 원화와 신흥국 통화에는 부담이 된다. 유가가 다시 오르면 한국처럼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수입물가와 무역수지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시장의 영향은 업종별로 엇갈린다. 유가가 낮게 유지되면 항공, 해운, 석유화학, 물류, 소비재 기업에는 비용 완화 효과가 있다. 반대로 유가가 다시 오르면 항공사와 물류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정유사는 재고평가와 정제마진에 따라 손익이 엇갈릴 수 있다. 환율이 재상승하면 수출주는 일부 수혜를 받을 수 있지만, 외국인 자금 유입에는 부담이다.

향후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첫째, 회담이 며칠 내 재개되고 호르무즈 통항이 안정되면 브렌트유는 70달러대 후반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원·달러 환율도 1500원대 초중반에서 추가 급등 압력을 덜 수 있다.

둘째, 회담이 장기 지연되지만 군사 충돌은 재개되지 않는 경우다. 이때 시장은 유가를 80달러 안팎에서 다시 가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증시는 급락보다 변동성 확대에 그칠 수 있지만, 환율은 달러 강세와 맞물려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

셋째, 이스라엘·레바논 전선이나 이란 핵 문제에서 충돌이 재발하는 경우다. 이 경우 유가는 다시 급등할 수 있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 위험이 커지면 원유 수입국 증시와 통화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한국 증시도 반도체 랠리와 별개로 환율·유가 변수에 눌릴 가능성이 있다.

결론은 분명하다. 미·이란 합의는 시장의 불안을 낮췄지만, 불안을 제거하지는 못했다. 서명식 또는 후속 회담이 연기된 것은 합의가 아직 정치적 선언과 실제 이행 사이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유가와 환율은 앞으로도 “누가 서명했느냐”보다 “해협이 계속 열려 있느냐, 핵 협상이 이어지느냐, 군사 충돌이 재개되지 않느냐”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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