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지붕 없는 박물관 '군산 이야기'(16)

군산이야기 / 김병윤 / 2022-06-23 09:55:51
줄 서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군산 보리짬뽕라면’, 종류도 다양한 ‘생선탕’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아픔과 고난의 연속이다. 그 가운데 일제강점기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다. 일제는 36년간 우리의 삼천리 금수강산을 수탈하고 농락했다. 군산은 그런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대표적인 도시다. 김병윤 대기자는 지난 100여 일 이런 아픔의 도시 군산의 이곳저곳을 돌았다. 그리고 다시 웅비하는 군산을 목도했다. 김병윤 대기자가 둘러본 ‘군산 이야기’를 ‘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일환으로 매주 2회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줄 서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군산 보리짬뽕라면’

​▲ 군산보리짬뽕라면 <사진=김병윤 대기자>

 

군산은 짬뽕이 유명하다. 짬뽕을 먹으러 전국에서 식객(食客)이 몰려든다. 줄을 서서 기다린다. 군산의 명물이 됐다. 먹어 본 사람은 다시 찾고 싶어 한다. 어려움이 있다. 시간과 돈이 따르지 않는다. 군산에 짬뽕을 먹으러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짬뽕 값보다 교통비가 몇 배 나온다. 시가 아이디어를 냈다. 짬뽕 맛을 내는 라면을 개발했다. 2020년 1월에 출시했다. 군산원예협동조합과 협업을 했다. ‘군산짬뽕라면.’ 반응이 좋다. 출시 8개월 만에 105만 개가 팔렸다. 미국 캐나다에서 주문이 쏟아졌다. 백화점과 국내 유명 편의점에 납품도 했다. 관광객도 로컬푸드점에 들리면 어김없이 사 간다. 소비자가격은 1,800원이다. 조금은 비싼 편이다. 그래도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주문이 늘고 있다.

젊은이에게 인기가 있다. 이유가 있다. 믿고 먹을 수 있어서다. 재료부터 다르다. 면에 보리가 25% 들어간다. 군산의 명품 ‘흰찰쌀’ 보리다. 보리를 더 넣으려 했지만 어려움이 따랐다. 쫄깃한 면발을 살릴 수 없었다. 군산시는 라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연구에 돌입했다. 수프에는 국내산 꽃새우를 첨가했다. 군산의 맛을 살리려 노력했다. 앞으로는 면의 주원료인 밀을 국내산으로 쓴다는 계획이다. 코로나 시대에 맞춰 건강식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친환경 식품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군산짬뽕라면은 봉지면만 생산했다. 지금은 컵라면과 불짬뽕 등 상품도 다양화했다. 또 다른 계획이 있다. 군산의 유명 짬뽕집을 통한 생산이다. 군산에는 유명 짬뽕집이 많다. 그 집의 비법을 담아 짬뽕라면을 생산할 계획이다. 해당 식당 상호도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 조만간 군산 짬뽕라면이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점령할 전망이다.

종류도 다양한 ‘생선탕’

​▲ 서대탕 <사진=김병윤 대기자>

 

군산은 생선이 풍부하다. 종류도 다양하다. 싱싱하다. 자연스럽게 생선요리가 발달했다. 특히 ‘탕요리’가 많다. 우럭탕, 대구탕, 조기탕 등등. 이름만 들어도 입맛이 돋는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탕은 맛볼 수 있다. 탕은 지역마다 특성이 있다. 지역마다 조리법이 다르다. 군산은 탕 문화가 발달했다. 어민들이 많이 찾았다. 부둣가에 음식점이 많았다. 힘든 뱃일을 끝낸 어민들이 소주 한 잔과 함께 먹었다. 뜨거운 국물과 함께. 군산 탕의 특징은 무얼까. 맵고 칼칼하다. 맑은 탕을 보기 어렵다. 뜨거운 뚝배기에 나온다. 처음 맛이 끝까지 유지된다. 대체로 1인분씩 손님상에 오른다. 군산에는 특이한 탕이 있다. 다른 지역에서 먹기 힘든 탕이다. 붕장어·서대·물메기탕이다.

붕장어와 물메기는 비늘이 없다. 일반인은 비늘 없는 생선을 매운탕으로 먹지 않는다. 군산에서는 이런 생선으로 탕 요리를 개발했다. 부둣가 어민이 즐겨 먹었다. 해장용으로 최고였다. 밤바다를 헤쳐 온 피로를 싹 풀어줬다. 공통점이 있다. 탕에 무가 반드시 들어간다. 국물을 시원하게 해준다.

붕장어는 ‘아나고’로 더 알려져 있다. 일본식 발음이다. ‘으쌰’도 일본말이다. ‘영차’가 맞다. 생활 속에 파고든 일제의 잔존이다. 작은 것부터 고쳐 나가야 한다. 붕장어탕은 고소하고 담백하다. 고춧가루를 넣는다. 국물이 개운하다. 영양도 풍부하다. 군산의 식당에서도 파는 집이 별로 없다. 전통의 맛이 사라져가고 있어 아쉽다. ‘째보선창’ 앞 중앙식당 등 몇 곳이 옛 맛을 지키고 있다.

물메기탕은 겨울에 인기다. 선원이 많이 찾는다. 살이 부드럽다. 무와 고춧가루가 산해진미가 필수 양념이다. 시원한 국물 맛에 먹는다. 요리할 땐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생물로 끓이면 살이 풀어진다. 반건조를 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살이 꼬들꼬들해져 좋은 식감을 얻을 수 있다.

서대탕도 별미다. 서대는 요즘 귀한 생선이 됐다. 생선에 살이 많다. 가시도 별로없다. 발라 먹기 편하다. 살이 쫄깃쫄깃하다. 식감이 좋다.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재료도 풍부하게 들어간다. 무와 함께 다양한 채소를 넣는다. 민물새우도 국물 맛을 더해준다.

아귀탕도 있다. 얼큰하게 나온다. 군산식이다. 아귀는 1950~60년대에 어민들이 푸대접한 생선이다. 지금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런 아귀를 군산의 한 요리사가 탕으로 개발했다.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어느새 ‘국민 해장국’이 됐다.

군산의 생선탕 집은 꽃게장도 내준다. 서해에는 꽃게가 많이 잡힌다. ‘광에서 인심난다’고 한다. 풍부한 인심이 밥상을 즐겁게 한다. 생선탕은 추억의 음식이다. 섬아이들의 영양식이었다. 매운탕의 참맛을 느끼고 싶은가. 군산의 생선탕 집을 기웃거려 봐라. <계속>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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