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1분기 팁시 접고 2분기 반등…선택과 집중 성과 시험대

유통·소비재 / 김은선 기자 / 2026-08-07 09:27:58
K뷰티 호황 속 비주력 브랜드 정리…북미 매출 중국 추월했지만 채널별 수익성·관세 부담은 과제

LG생활건강이 올해 1분기 색조 브랜드 ‘팁시’ 사업을 종료한 뒤 2분기 뷰티 부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K뷰티 시장은 중소·인디 브랜드 중심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LG생활건강은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키우는 방식보다 핵심 브랜드에 자원을 집중하는 쪽을 택했다. 1분기 선제적 포트폴리오 재편이 2분기 실적 반등으로 이어진 셈이지만, 북미 사업의 수익성과 미국 관세 부담은 아직 확인해야 할 변수로 남아 있다
 

▲ LG광화문빌딩.[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은 색조 브랜드 팁시를 올해 1분기까지만 운영하고 사업을 종료했다. 팁시는 LG생활건강이 2020년 운영사 로아코리아 지분 70%를 인수하며 확보한 브랜드다. 공개된 자료를 종합하면 LG생활건강은 당시 지분 인수에 11억8000만원을 투입했고, 이듬해 2억8000만원을 추가 출자했다. 이후 로아코리아 장부가액 14억8000만원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하고 법인을 청산한 뒤 팁시를 자체 브랜드로 운영해 왔다.

회사 측은 팁시가 운영 당시에도 자사 색조 화장품 포트폴리오에서 주력 브랜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팁시 철수는 단일 브랜드 종료라기보다 비주력 브랜드를 줄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에 투자 여력을 집중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LG생활건강은 현재 더후·CNP·빌리프·더페이스샵·닥터그루트·유시몰을 6대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다. 여기에 VDL·피지오겔·도미나스·프라엘 등 지역별 경쟁력을 갖춘 4개 브랜드를 포함해 총 10대 브랜드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재편은 지난해 뷰티 부문 부진 이후 진행됐다. LG생활건강의 2025년 연결 매출은 6조3555억원, 영업이익은 1707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6.7%, 62.8% 감소했다. 뷰티 부문은 매출 2조3500억원, 영업손실 976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면세 물량 축소와 유통 채널 재정비,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이 실적 악화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시장 환경도 바뀌었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해 올리브영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 브랜드는 116개로, 2020년 36개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브랜드도 2024년 3개에서 지난해 6개로 증가했다. 닥터지, 달바, 라운드랩, 메디힐, 클리오, 토리든 등 중소·중견 브랜드가 이름을 올렸다.

중소·인디 브랜드 성장이 곧 LG생활건강 브랜드의 부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내 화장품 유통과 마케팅의 무게중심이 바뀐 것은 분명하다. 과거 대기업 화장품사는 백화점, 면세점, 방문판매, 자체 매장 등을 통해 여러 브랜드를 키웠다. 최근에는 올리브영, 온라인 플랫폼,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반응을 얻는 브랜드가 매출을 키우는 구조가 강해졌다.

이 구조에서는 매대와 프로모션 자원이 소비자 반응이 빠른 브랜드에 집중된다. 대기업도 인지도와 성장성이 낮은 비주력 브랜드에 마케팅비를 계속 투입하기 어려워진다. LG생활건강이 팁시를 정리하고 10대 브랜드에 집중하는 것은 이런 시장 변화에 맞춰 자원 배분을 다시 짠 조치로 해석된다.

2분기 실적은 일단 반등했다. LG생활건강의 올해 2분기 연결 매출은 1조657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 늘었고, 영업이익은 1028억원으로 87.5% 증가했다. 뷰티 부문도 매출 8184억원, 영업이익 44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해외에서는 북미가 중국을 넘어섰다. 전사 해외 매출은 5845억원으로 12.6%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32%에서 35%로 높아졌다. 북미 매출은 2058억원으로 47.3% 늘어난 반면 중국 매출은 1760억원으로 5% 감소했다. LG생활건강 분할 이후 북미 매출이 중국 매출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북미에서는 닥터그루트와 CNP 등이 판매 채널을 넓히고 있다. 닥터그루트는 아마존과 코스트코에 이어 2026년 8월부터 미국 세포라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한다. CNP는 미국 화장품 유통업체 얼타뷰티 온·오프라인 채널에 진출했다.

다만 북미 매출 증가가 안정적인 이익으로 이어졌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LG생활건강은 북미 지역과 아마존·코스트코·세포라 등 채널별 매출, 영업이익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팁시를 비롯한 개별 브랜드의 매출과 투자액, 사업 종료에 따른 손실 규모도 공개하지 않았다. 비주력 브랜드 정리가 실제 비용 절감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도 외부에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관세도 변수다. 미국은 2026년 7월24일부터 일부 한국산 제품에 기존 최혜국대우 관세를 포함해 최종 관세 부담이 12.5%가 되도록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한국산 제품에 12.5%가 일률적으로 추가되는 방식은 아니지만 품목별 비용 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

LG생활건강은 관세를 본사와 현지 법인, 유통 파트너 가운데 누가 부담할지와 제품 가격 인상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회사는 현지 법인 및 유통 파트너와 상황을 살펴보고 있으며, 정책 변화에 따라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결국 올해 1분기 팁시 철수는 뒤늦은 정리가 아니라 2025년 뷰티 부문 적자 이후 진행된 선제적 사업 재편으로 볼 수 있다. 2분기 흑자 전환과 북미 매출 확대는 이 재편의 초기 성과다. 다만 성과가 지속되려면 비주력 브랜드 정리가 비용 구조 개선으로 이어지고, 북미 매출 증가가 관세와 유통비 부담을 넘어 실제 이익으로 남아야 한다. 향후 실적에서는 10대 브랜드 집중 전략의 수익성 개선 효과와 북미 사업의 이익 기여도가 핵심 확인 대상이 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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