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지붕 없는 박물관 '군산 이야기'(34)

군산이야기 / 김병윤 / 2022-08-31 20:24:17
구불7길 ‘신시도길’, 구불8길 · 전북천리길 ‘고군산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아픔과 고난의 연속이다. 그 가운데 일제강점기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다. 일제는 36년간 우리의 삼천리 금수강산을 수탈하고 농락했다. 군산은 그런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대표적인 도시다. 김병윤 대기자는 지난 100여 일 이런 아픔의 도시 군산의 이곳저곳을 돌았다. 그리고 다시 웅비하는 군산을 목도했다. 김병윤 대기자가 둘러본 ‘군산 이야기’를 ‘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일환으로 매주 2회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구불7길 ‘신시도길’

▲ 신시도 전경 <사진=박정훈 연구원 제공>

 

절경이 펼쳐지는 길이다. 8길 ‘고군산길’과 함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군산의 자랑 ‘고군산군도’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신시도(新侍島)’의 자랑 대각산에 올라보라. 고군산군도의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대각산 전망대는 여행객을 위한 인간의 선물이다. 군산시가 만든 힐링의 장소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고군산군도의 자태. 수려하다. 평온하다. 다툼이 없다. 인간세계가 아니다. 신선이 탐낼 만하다.

속세의 번거로움을 모두 떨쳐라. 티끌마저 털어버려라. 무념무상에 빠져 고군산군도를 바라만 보고 있어라. 당신이 곧 신선이다. 전망대로 가는 길도 감탄을 자아낸다. 바닷길과 이어지는 등산로. 지루할 틈이 없다. 바닷길을 걸어가면 신시도의 매력에 흠뻑 빠진다.

‘월영재’를 넘어 만나게 되는 월영봉. 단아한 여인의 쪽 찐 머리 같다. 가을에 걷게 되면 단풍에 취해 주저앉게 된다. 앉은뱅이 술을 마신 듯 취하게 된다. 우리는 말한다. 단풍이 울긋불긋하다고. 월영봉의 단풍은 어떤 색일까. 무어라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저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단풍의 참된 아름다움을 보고 싶은가.

월영봉의 가을 숲길을 걸어보라. 바닷바람에 정신을 차리면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 쏴악쏴악. 파도가 밀려온다. 하얀 포말(泡沫)을 내 뿜으며. 데굴데굴, 자갈이 나뒹군다. 파도에 몸을 씻기며. 파도와 자갈의 하모니. ‘몽돌해수욕장’이 손짓한다. 어서 오라고. 몽돌해수욕장의 자갈은 뾰족함이 없다. 모 난 곳이 없다. 둥글둥글하다. 인생의 풍파를 견뎌낸 할아버지의 굽은 등 같다. 잠시 상념에 잠겨 보라.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이 떠오를 게다. 홍시 한 개 손에 쥐고 손주를 기다리시던 할머니의 모습도 그리워질 것이다.

그리워지고 보고 싶으면 울어도 좋다. 우는 소리는 파도가 덮어줄 것이다. 흐르는 눈물은 파도의 물보라가 씻어줄 게다. 신시도의 몽돌해수욕장은 삶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운 사람을 생각나게 한다. 석양이 비출 때면 더욱더 그러하다. 몽돌해수욕장의 석양을 놓치지 마라. 구불길을 모두 걸어도 헛걸음한 것이다. 삶과 풍광을 모두 놓치리라.

‘신시도길’은 길이가 짧다. 12.3km다. 시간은 오래 걸린다. 5시간 정도 걸어야 한다. 길이 험해서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삶의 무게가 내려앉아 있는 길이라 그럴 수 있다.

‘구불7-1길’도 있다. 새만금길이다. 테마길이다. 외로운 길이다. 새만금방조제를 7시간 이상 걸어야 한다. 물만 보고 걷는다. 길이도 28km나 된다. 새만금을 좋아하는 사람이 걷는다. 세계 최장 방조제의 위용을 보며. 방조제 건설에 힘 쏟았던 우리의 저력을 느끼게 된다.


구불8길 · 전북천리길 ‘고군산길’

▲ 구불8길-선유도해수욕장 <사진: 군산시청 제공>

 

가장 많은 사람이 걷는 길이다. 37.9km에 이른다. 구불길 가운데 가장 길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9시간 30분은 족히 걸어야 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찾는다. 이유가 있다.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의 여러 섬을 거쳐서 걷는다. 선유·대장·장자·무녀도를 두루 거친다. 발 닿는 곳마다 신비감을 준다. 많은 전설도 들을 수 있다. 선유도 해수욕장의 명사십리(明沙十里·고운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바닷가) 모래를 밟을 수 있다. 유리알같이 맑은 모래가 여행객의 피로를 풀어준다. 보드라움으로 발을 감싸준다.

망주봉에 올라서면 선유도 부근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망주봉은 신하의 충성심이 서린 바위다. 유배당한 신하가 한양을 바라보며 임금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두 개로 이루어진 큰 바위가 시선을 압도한다. 선유도의 일몰도 장관이다. 해질 무렵 선유도에 도착하면 환상의 일몰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대장도(大長島)’에서는 등산도 즐길 수 있다. 장군봉에 오르면 고군산군도가 발아래 놓인다.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다. 힘든 만큼 오르면 보람을 느끼게 된다. 사진찍기 최고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할머니의 노여움이 담긴 ‘할매바위’ 전설도 들어볼 만 하다.

‘무녀도(巫女島)’에서는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다. 바다가 갈라지는 신비로움을 체험할 수 있다. 물이 빠질 때 섬과 연결되는 육지가 나타난다. 바지락 캐는 아낙네의 모습에서 삶의 활력을 받게 된다. 해변에 설치된 데크는 바닷바람의 시원함을 배로 느끼게 해준다.

‘고군산길’은 천혜의 비경을 자랑한다. 비경만큼 중요한 게 있다.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보고 즐기는 여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몸으로 부딪치고 직접 느끼며 추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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