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지붕 없는 박물관 '군산 이야기'(32)

군산이야기 / 김병윤 / 2022-08-24 10:27:51
구불4길 · 전북천리길 ‘구슬뫼길’, 구불5길 ‘물빛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아픔과 고난의 연속이다. 그 가운데 일제강점기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다. 일제는 36년간 우리의 삼천리 금수강산을 수탈하고 농락했다. 군산은 그런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대표적인 도시다. 김병윤 대기자는 지난 100여 일 이런 아픔의 도시 군산의 이곳저곳을 돌았다. 그리고 다시 웅비하는 군산을 목도했다. 김병윤 대기자가 둘러본 ‘군산 이야기’를 ‘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일환으로 매주 2회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구불4길 · 전북천리길 ‘구슬뫼길’

▲ 구불4길 군산호수 생태습지 <사진=군산시청 제공>

 

자연이 살아있는 길이다. 자연생태탐방의 명소다. 전북 ‘천리길’ 중 1곳이다. 전북천리길은 14개 시군 44개 노선이 선정돼 있다. 군산은 4곳이 천리길에 포함돼 있다. ‘구슬뫼길’은 살아있는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구슬뫼길의 절경은 군산호수다. 군산호수는 여러 갈래 길이 나 있다. 가는 길마다 자연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청정 원시림을 보는 듯하다.

햇빛에 반짝이는 억새의 은빛 물결. 호수의 잔잔한 물결과 함께 낭만의 공간을 제공한다. 아름다운 군산호수도 아픔이 있다. 일제 수탈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일제는 쌀을 수탈하기 위해 농업용수가 필요했다. 한마을을 수몰시켜 물 저장고를 만들었다. 지금의 군산호수다. 호수의 물은 해방이 되고 식수로 사용했다. 1960년대까지는 일반인 출입을 금지했다. 오랫동안 자연 그대로 남아있었다. 지금도 자연이 잘 보존되고 있어 다행이다.

‘구술뫼길’에서는 인술(仁術)과 문화의 현장도 만날 수 있다. 이영춘 박사. 한국의 슈바이처로 존경받는 분이다. 평생을 농촌 의료 활동에 몸 바치고 세상을 떠났다. 이 박사의 가옥이 바로 이길 안에 있다. 이영춘 가옥은 일제 강점기 건물 중 가장 보존이 잘 됐다. 특이한 건축 양식을 띄고 있다. 한식·양식·일식의 복합구조를 보여준다. 한국에 들어온 근대 주거문화 도입의 양식을 관찰할 수 있다.

‘돌머리마을’의 벽화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호젓한 시골길에 그려진 벽화. 색깔의 조화가 아름답다. 고요함 속에 감상하는 야외미술관 같다. 동화 속 마을 같은 분위기를 선사한다. 18.8km. 6시간 정도가 걸린다.


구불5길 ‘물빛길’

▲ 구불5길-은파호수공원 <사진=군산시청 제공>

 

호수와 토성(土城), 자연생태 습지가 어우러진 길이다. 군산호수와 ‘백석제’에서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등산로 위주의 코스다. 백석은 희귀식물 군락지다. 왕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멸종 위기 식물인 독미나리와 여러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수리부엉이와 새매 등 보호 조류도 살고 있다.

 

자연생태가 잘유지되고 있다. 백석제에는 대형병원이 들어서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환경단체의 반대가 심했다. 군산시는 습지보호 구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 휴식처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시의 이런 정책 역시 주민의 반대로​ 난관에 부닥쳐있다. 재산권 침해가 된다며.

‘옥구토성(沃溝土城)’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토성의 흔적만 남아있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다. 등산객은 토성 성곽을 지나며 소원을 빈다.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옥구토성을 지나면 광월산에 이른다. ‘물빛길’에는 3개의 산을 넘게 된다. 청암·금성·광월산이 등산객을 반긴다. 광월산을 거치면 아름다운 호수가 자태를 뽐낸다. 

 

군산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오른 ‘은파호수공원’이다. 드넓은 호수에 비치는 햇살의 향연. 물결이 출렁일 때 햇빛도 덩달아 춤을 춘다. 자연과 인공이 빚어내는 조화로운 예술품이다. 수변로가 잘 꾸며져 있다. 은파호수공원에는 연꽃 자생지가 환한 미소로 방문객을 반긴다. 연꽃은 자비의 식물이다. 잎부터 뿌리까지 인간에게 제 몸을 양식으로 내 던진다. 진흙 속에서도 깨끗함을 간직한다.

세찬 빗줄기를 한데 모아 물방울로 승화시킨다. 넓은 잎으로 세상의 고뇌를 감싸 안는다. 연꽃 자생지는 방문객에게 일러준다. 세상을 포용하며 살라고. 희생하며 살라고. 나를 내 던지라고. 그리 살면 다툼이 없어진다고.

해가 진 뒤 은파호수공원에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은파물빛다리’에 불빛이 반짝인다. 호수 위에 퍼져가는 불빛의 서사시. 황홀함에 넋을 잃는다. 등산의 피로를 순식간에 날려 보낸다.

‘물빛길’은 전라북도 ‘천리길’에 포함됐다. 은파호수공원의 존재가 큰 역할을 했다. 은파호수공원에서 끝나는 18.4km의 물빛길. 은파호수공원의 황홀함과 함께 막을 내린다. <계속>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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