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도 문제
솜방망이 처벌로는 유출 막기 어려워
최근 크게 늘어난 첨단 산업 기술 유출로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첨단 전략 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중소기업 기술의 유출 · 탈취 사례도 빈번하다.
기업들이 힘들게 개발해 놓은 첨단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기술 유출 우려 대상국이 주로 중국이었다면, 지금은 미국과 유럽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어제 첨단 기술 해외 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현재의 솜방망이 처벌로는 불꽃 튀는 세계 기술패권 전쟁에서 기업들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물론 산업 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실제 처벌 수준은 미흡한 수준이어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가 그제 ‘중소기업 기술 침해 방지 대책’을 마련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첨단 기술의 유출과 탈취가 급증하고, 점차 지능화·조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강력한 실효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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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단 전략 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 사례가 크게 늘어나 비상이 걸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 기술 유출·탈취 갈수록 심각해져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작년까지 5년 간 적발된 산업 기술 해외 유출 범죄는 93건이다. 이 중 3분의 1 정도가 반도체와 2차전지 등 핵심 전략산업 관련 기술이다. 이로 인한 국내 기업 피해 액이 무려 25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고의적 유출은 아니지만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반도체와 배터리 공장 설립으로 수출되는 핵심 기술 건수가 늘어나는 것도 기술 유출 우려를 키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외로 나간 국가 핵심 기술 수가 2018년 22건이던 것이 작년에는 82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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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외국 정부나 기업이 국내 업체를 대상으로 첨단 기술 제공을 요구하는 경우가 잇따른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대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민감한 기술 정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기술 유출과 탈취 행위는 국내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중소기업들이 지난 5년 동안 기술 유출이나 탈취로 피해를 본 금액이 2827억 원에 이른다. 이는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와 자금력을 동원해 접근했다가 정작 기술만 빼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솜방망이 처벌로는 유출 막기 어려워
현재 기술 유출을 처벌하는 법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 처벌 수위가 낮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삼성전자 등 극히 일부 기업만 갖고 있는 최첨단 3나노미터 반도체 공정 기술을 빼낸 삼성전자 직원이 초범이란 이유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것을 보면 그렇다.
산업 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국가 핵심 기술을 해외에 유출 시 3년 이상 징역과 15억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한다. 또 그 외 산업기술 유출 시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 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처벌은 미흡한 상황이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기술 유출 관련해 징역형을 선고 받은 사람은 365명이다. 이 가운데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람이 292명으로 대부분이다. 실형을 산 비율은 20%(73명)에 불과했다.
미국이 국가전략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다 적발되면 징역 30년형 이상이 가능한 간첩죄 수준으로 강력히 처벌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만도 작년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경제·산업 분야 기술 유출도 간첩행위에 포함시킨 것과 견주면 한국의 처벌 수준이 지나치게 관대하다.
국가 안보 자산이나 다름없는 첨단 기술을 해외로 넘기는 행위는 사실상 중대 범죄나 마찬가지다. 첨단기술을 둘러싼 각국의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탈취 범죄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의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대폭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높다.
■ 기술 유출 막을 근본 방안 마련해야
정부가 7일 기술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한도를 3배에서 5배로 올리고, 원스톱 법률 지원 서비스를 담은 ‘중소기업 기술 침해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급증하는 기술 유출 대응책이다. 대기업의 기술 탈취를 없애겠다는 취지지만 배상 한도액이 낮아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가 간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불곷튀는 전략적 경쟁속에 기술 탈취 행위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업의 해외 수출에 따른 기술 유출과 탈취 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인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토요경제/이승섭 대기자 sslee7@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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