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상 자제" 요청...업계 "협조 하겠지만, 원가 부담이 걱정"
정부, 할당관세 적용과 수출지원 확대 등 '당근책' 신속 추진키로
| ▲농림축산식품부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16개 주요 식품업체 관계자들과 식품물가 안정화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우유, 설탕, 소금. 밀가루 등 각종 식품의 원료가격 급등으로 인해 식품물가가 꿈틀대고 있다. 이에 정부가 주요 식품업체를 대상으로 가격인상 자제를 적극 요청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물가상승률이 다시 3% 후반까지 반등한데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 폭등세가 조금 진정 기미를 보이자, 최근 주요 식품가격이 줄줄이 인상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선제적으로 업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인 것이다.
정부로선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고 금리가 또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는 마당에 체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식품 물가가 급등한다면 가뜩이나 부진한 소비가 더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 것으로 읽힌다.
◇ 정부, "식품물가 서민생활과 밀접, 적극 자제" 당부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오후 한국식품산업협회 회의실에서 한훈 농식품부 차관 주재로 주요 식품기업 16개 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향후 가격인상을 자제할 것으로 적극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국제정세의 불안과 대외환경 악화로 물가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서민생활과 밀접한 식품물가의 안정을 위해 관련 기업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엔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롯데웰푸드, SPC, 동원F&B, 오리온, 삼양, 해태제과, 풀무원, 동서식품, 매일유업, LG생활건강, 대상, 빙그레, 샘표식품 등 주요 16개 식품기업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식품업계 물가안정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한 차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9월 소비자물가는 3.7%로 8월(3.4%)부터 다시 상승하고 있고, 가공식품 물가도 9월 기준 5.8%로 전체 물가상승률 대비 여전히 높다”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여러 대외 여건이 물가 불안을 재차 자극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차관은 특히 지난 1일부터 적용된 원유(原乳)가격 인상으로 인한 각종 유제품 가격 인상, 즉 '밀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 최근 흰우유·가공유·기타 유제품은 2.8~12.5% 인상됐고, 아이스크림 가격도 8.3~3.6% 오른 상황이다.
한 차관은 “원유가격 인상에 따른 ‘밀크플레이션’에 대한 소비자 걱정이 크다”며 “일부 원료 가격 상승에 편승한 부당한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경영 효율화를 통해 원가부담을 흡수하는 등 물가안정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의 사실상의 물가인상 압박에 식품업체들도 동참을 약속했다. 다만 계속된 원가부담으로 기업들도 한계에 다다른만큼 가격 인상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의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특히 지난 9월 추석 전 간담회에서도 요구한 할당관세 품목 및 해외수출 지원 등을 확대해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차관은 " 해외 수출 과정에서의 비관세 장벽들, 예를 들어 해당 나라에서 요구하는 규격을 파악하는 데 적극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식품업계의 원가부담 축소를 위해 가격 강세 또는 수급불안이 예상되는 전지, 탈지분유 등에 대한 할당관세를 추가 적용하고 원료매입자금 지원 확대, 해외 박람회 참가 및 판촉 지원 등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 원가 상승에 업계는 '울상'...서민 부담 경감 기대감
농식품부는 이와함께 미국을 포함한 주요 수출국 대상 ‘K푸드’ 로고 상표 등록을 확대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홍보하는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기로 했다. 또 조제땅콩 할당관세 적용도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하는 한편 감자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수입검역협상도 빠르게 추진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가 물가 인상에 대한 압박수위와 업계 지원을 늘리며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공하고 나서자 당분간 관련업계가 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정부의 압박에 농심이 지난 1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 가격을 내렸고, 삼양식품도 삼양라면과 짜짜로니 등 12개 제품의 가격을 순차적으로 인하키로 했다. 사진은 2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스낵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제공> |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업체들은 이미 각 사별로 당분간 설탕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설탕을 주목하고 있는만큼 원당 가격 급등에도 불구, 당분간은 설탕 가격인상 자제하자는 분위기다.
설탕가격이 오르면 과자, 빵, 음료수, 커피,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쳐 정부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설탕가격은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선물거래소에서 원당 가격은 지난해 10월 파운드(lb) 당 18.3센트에서 최근 27.03센트로 1년만에 47.7% 껑충뛰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슈가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설탕 및 원당에 대한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관련부처와 협의해 내년에도 할당관세를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맥주를 시작으로 소주, 막걸리 등 가격이 꿈틀대고 있는 주류 관련업체들도 정부 압박에 밀려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주정, 공병 등 각종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 영업이익이 급감, 울상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경제가 어렵고 인플레이션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그러나 원가상승분을 가격에 반영을 못할경우 업계의 어려움도 날로 커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가격인상 자제 압박만 하지말고 실질적인 식품업계 지원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의 강력한 식품 가격인상 자제 요청에 관련업체들이 적극 협조할 분위기가 형성됨에 따라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부담이 다소나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토요경제 / 박미숙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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