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배의 可타否타]영원한 '반도체공룡'은 없다

이중배의 可타否타 / 이중배 / 2022-09-22 18:23:13

삼성전자가 반도체 총매출 면에서 인텔과의 격차를 더 벌리며 '반도체 공룡기업'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하나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며, 세계 반도체 시장을 쥐락펴락해왔던 인텔과의 덩치 싸움에서 우세승을 거둔 셈이다. 사실 '인텔은 곧 CPU'일 만큼 컴퓨터용 반도체 부문의 절대강자였던 인텔을 삼성이 추월할지는 불과 10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2017년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 하나로 인텔 매출을 앞지르자 세계가 깜짝 놀랐다. 난공불락이라던 인텔 아성이 드디어 무너지자 더욱 놀란 것은 미국이었다. 인텔이 2019년 삼성을 밀어내고 다시 1위에 오르자, "역시 인텔이야"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2021년 삼성은 보란 듯이 재역전에 성공했다. 메모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것이 주효했다.

삼성의 인텔에 대한 상대적 강세는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어 삼성 반도체 매출도 소폭 증가에 그쳤지만, 인텔의 매출은 급감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타격이 인텔이 더 크다는 점에서 당분간 인텔이 삼성을 따라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게다가 삼성은 파운드리 부문에서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에 성공했고, 불황 속에서 대대적인 설비투자에 나서 인텔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인텔이 그랬듯 삼성이 영원히 반도체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반도체 시장의 영원한 공룡은 없다고 봐야 한다. 삼성이 독주체제를 굳히고 인텔이 이대로 '만년 2위'로 계속 남을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삼성이 파운드리 부문을 강화하자, 인텔도 본격적인 파운더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게다가 인텔은 '반도체법'을 만들며 미국 반도체업체에 대한 특혜를 보란 듯이 제공하고 있는 바이든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

대만 TSMC도 무시 못 할 존재다. 의외의 복병이다. 파운드리 부문의 절대 강자인 TSMC는 이미 수익률 면에서는 반도체 업계 중에서 독보적인 1위에 올라있다. 반도체 경기가 급랭하고 있는 데 반해 파운드리 부문은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앞으로 TSMC의 약진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이 3나노 조기 양산에 나서며 TSMC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삼성 파운드리 사업의 딜레마는 역설적으로 삼성 그 자체에 있다. 삼성 파운드리의 주 고객은 ‘팹리스 업체’들이다. 그런데, 삼성은 팹리스 업체들의 잠재적 라이벌이다. 삼성이 시스템반도체 부문을 강화하고 있기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팹리스 업체 입장에선 잠재적 라이벌인 삼성보다 파운드리 전문업체인 TSMC를 더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바로 이 점이 삼성의 TSMC 추격을 본질적으로 어렵게 하는 배경이며, TSMC로의 쏠림현상이 가속화되는 또 다른 원인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결국 인텔 아성이 삼성의 거센 추격에 무너졌듯이 향후 TSMC가 삼성 독주를 가로막으며 반도체업계 1위로 올라설지는 알 수 없다. 현재 삼성과 TSMC의 매출 차이는 상당하다. 파운드리에 전념하는 TSMC보다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반도체 전부문을 커버하는 IDM(종합반도체업체)인 삼성이 적어도 총 매출만큼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삼성은 막대한 자체 수요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메모리 시장이 장기간 혹한기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메모리 시장의 장기 침체는 삼성에겐 큰 위기이지만, TSMC에겐 큰 기회다. 반도체 시장의 영원한 공룡은 없다는 점에서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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