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대금 어디로…채권자 손실·DIP 구조 논란 확산
온라인 쇼핑 비중 약 60% 시대…SSM·대형마트 구조적 한계 드러나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매각 이후 자금 활용 논란까지 겹치며 ‘팔아도 문제, 안 팔아도 문제’라는 구조적 위기가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이달 말까지 익스프레스 사업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하며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원매자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 기업이 검토 단계에 머물고 있을 뿐 실제 인수 의지를 밝힌 곳은 제한적인 상황으로 파악된다.
| ▲ 2024년 6월 폐점한 홈플러스 목동점/사진=토요경제 |
◆ 유통 대기업 줄줄이 외면…하림 변수 부상
이마트·롯데쇼핑·GS리테일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점포 중복과 수익성 부담 등을 이유로 인수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준대규모점포(SSM) 사업의 성장성이 제한적이라는 업계 전반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식품기업 하림그룹이 잠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가정간편식(HMR)과 온라인 유통 확대를 추진 중인 만큼 오프라인 점포 확보 시 생산과 유통을 결합한 시너지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하림의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전년 대비 29.8% 증가한 1조1411억원으로, 유동성 측면에서도 인수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하림 측은 “관련 내용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선을 긋고 있어 실제 인수 참여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홈플러스 측은 “기업 간 인수합병(M&A)은 비밀유지 조항이 적용돼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주기 어렵다”면서도 “매각 절차는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매각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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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사진=연합뉴스 |
◆ “팔아도 문제”…매각 대금 용처·구조 논란, 개인 투자자 손실 우려
매각 성사 여부 못지않게 확보된 자금의 사용 방식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들이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의 이의환 집행위원장은 기자의 질의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을 운영 자금으로 사용할 경우 채권자는 사실상 변제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회수 가능성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금 조달 구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법정관리 하에서 기존 경영진이 회사를 운영하는 DIP(Debtor in Possession)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채권 변제는 임금채권과 국세 등 우선채권을 포함한 법정 순위에 따라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유동화 채권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어 “자산을 처분해 확보한 자금을 물품 구매나 인건비 등으로 소진하면 결국 채권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 가치 회복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자산가치만 훼손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그는 “카드사가 대표 채권자로 있는 구조에서 개인 투자자는 후순위에 놓여 있다. 이런 방식이라면 차라리 청산을 검토하는 것이 낫다”고 언급하며 현 구조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홈플러스 청산가치(3조6816억원)가 계속가치(2조5059억원)보다 높고 핵심 점포 상당수가 이미 매각된 점을 들어 회생 실익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한다.
홈플러스를 둘러싼 MBK파트너스·카드사·증권사·유동화채권 투자자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도 매각 시 문제로 지적된다. 매각이 단순한 자산 거래를 넘어 채무 구조와 책임 문제까지 얽힌 사안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 체제에서 자산 매각과 유동성 확보를 병행하고 있다.
MBK는 약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동화전단채 피해자 측은 “실질적으로 채권자에게 돌아온 것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지난 5년간 온라인 급성장 속 SSM 한계…구조 변화 직면
실제 최근 유통 시장 흐름은 홈플러스 상황과 맞물려 있다. 지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유통 산업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온라인 비중은 지난 2021년 52.1%에서 2022년 53%, 2023년 53.8%, 2024년 56.4%, 지난해 59%로 꾸준히 확대됐다.
같은 기간 주요 유통업체 전체 매출은 연평균 6.7% 성장했지만, 온라인은 10.1%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은 2.6% 성장에 그쳤다.
특히 오프라인 업태 중 백화점(5.7%)과 편의점(5.6%)은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같은 기업형 슈퍼마켓은 1% 수준에 머물렀고 홈플러스가 속한 대형마트는 4.2%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누가 인수하느냐보다 왜 아무도 인수하려 하지 않는지에 대해 한 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매각은 유통 산업 구조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사태는 낡은 유통 규제가 만든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대형마트를 지역 상권의 ‘위협’으로 규정하며 규제를 강화해온 정책이 결과적으로 ‘온라인만 키워준 꼴’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사태는 특정 기업의 위기를 넘어, 규제와 시장 현실 간 괴리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준다. 변화한 유통 환경에 맞춘 제도 재정비와 함께 사모펀드에 대한 감독 강화까지 이제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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