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쿠팡 ‘새벽배송 논쟁’, 자율노동과 건강권 사이의 현실적 해법이 필요하다

기자수첩 / 김은선 기자 / 2025-11-05 08:00:15
▲경제부 김은선 기자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민주노총이 제안한 ‘심야시간(0~5시) 배송 제한’이 쿠팡 배송 구조를 둘러싼 논쟁을 불렀다. 노조는 건강권을, 현장은 생계를 내세운다. 어느 쪽의 주장도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문제는 현장을 모른 채 일률적으로 접근하는 정책 논의다. 산업이 24시간 돌아가는 현실에서 ‘심야노동 금지’만으로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

쿠팡 위탁 택배기사 약 1만명이 속한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심야배송은 스스로 선택한 근무 형태이며, 생계형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규제”라고 반발했다. CPA의 설문에서 응답자 93%가 심야배송 제한에 반대했고, 95%는 “심야배송을 계속하겠다”고 답했다. 교통 혼잡이 적고 수입이 높으며 주간 개인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다.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새벽배송 전면 금지가 아니라 초심야(0~5시) 제한”이라며 과로 방지 취지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심야노동은 택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병원, 공장, 항공기 정비, 택시, 데이터센터, 화이트 컬러의 대표격인 증권업 등을 포함해 수많은 산업이 야간에 가동된다. 현대 사회의 24시간 물류 체계 속에서 ‘야간노동 금지’는 현실을 외면한 구호에 가깝다.

쿠팡의 배송조직 근로 환경은 업계 평균보다 안정적이다. 쿠팡의 배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위탁기사 3명 중 1명꼴로 매일 휴무를 쓰며, 주5일 근무 비중이 60% 이상”이라고 밝혔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조사에서도 쿠팡의 월 평균 8일 휴무 비율은 49.7%로 높은 수준이다.

이와 별개로 CLS 소속 기사들이 만든 쿠팡노조는 지난 2023년 조합원 95% 찬성으로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했다. 정치적 활동보다 조합원 권익에 집중하자는 움직임이다. 이 변화는 플랫폼 시대에 맞지 않는 구조에 대한 현장의 피로감을 보여준다.
 

“야간 노동을 하는 수많은 산업군 중 왜 택배 기사들의 심야배송만 멈춰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민주노총 관계자는 “택배업은 단순 야간근무가 아니라 반복적인 육체노동으로 누적 피로도가 훨씬 높으며 노동 강도가 세다”고 답했다. 일리는 있다. 다만 단순히 노동 강도만으로 위험성을 재단하기는 어렵다. 의료·항공·제조·IT 등 다양한 산업이 이미 야간근무를 전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심야노동은 산업 전반의 구조 속에 자리 잡았다.

 

쿠팡 역시 더 나은 건강관리 체계를 고민할 때다. 야간노동의 현실을 인정하되, 일정 시간 이상 근무한 기사에게 추가 수당·건강검진·심야휴식 지원제를 더욱 확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단순 규제가 아니라 기업의 자율적 건강관리 시스템이 더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법이다.

새벽배송은 멈출 수 없는 산업 구조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언제 일하느냐가 아니라, 그 노동이 얼마나 안전하고 공정하게 유지되느냐다.

노동의 본질은 ‘선택’이다. 누군가는 밤에 일하고, 누군가는 낮에 쉰다. 야간노동을 모두 위험으로 규정하고 획일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노동의 자율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에도 타격을 준다. 심야배송 논쟁의 해법은 규제가 아니라, 안전관리와 휴식 보장 속의 자율노동 시스템에 있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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