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식 200배 베팅…금융위 경고

산업 / 임종호 기자 / 2026-10-16 17:43:56
MEXC·Bybit 등 SK하이닉스 연계 상품 출시
국내 장 마감 뒤에도 24시간 거래…최대 200배
한국인 상대 영업 확인 땐 수사기관 고발 추진
▲ 금융위원회.[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문을 닫은 뒤에도 SK하이닉스 등 한국 주식 가격을 기초로 한 초고레버리지 거래가 해외에서 24시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상품은 레버리지가 200배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국내 규제 밖에서 커지는 역외 파생시장이 국내 투자자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로 했다.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해외 가상자산 플랫폼을 중심으로 주식과 주가지수, 가상자산 가격을 추종하는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 거래가 확대되고 있다.

무기한 선물은 일반 선물과 달리 만기가 없다.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기초자산의 가격 상승이나 하락에 투자하는 구조다. 국내 증시 거래시간과 관계없이 24시간 거래할 수 있다.

위험은 높은 레버리지에서 커진다. 금융위가 파악한 일부 상품은 10배에서 최대 200배까지 레버리지를 제공한다.

금융위는 150배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투자 방향과 반대로 가격이 약 0.66%만 움직여도 강제청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도권 파생상품에 적용되는 기본예탁금이나 사전교육, 모의거래 등의 투자자 보호장치도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 주식도 이미 기초자산으로 들어갔다.

해외 가상자산 플랫폼 MEXC는 SK하이닉스 가격과 연계된 무기한 선물에 최대 200배 레버리지를 적용하는 상품을 운영한 바 있다. Bybit도 SK하이닉스 연계 무기한 선물을 출시해 고배율 레버리지 거래를 제공했다.

해외 가상자산 플랫폼의 상품 영역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에서 주식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주목하는 대목은 역외시장의 거래가 국내시장과 어디까지 연결되느냐다.

국내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식을 거래하면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과 가격제한폭, 공시와 불공정거래 감시체계가 적용된다. 반면 해외 무기한 선물은 국내 장이 마감된 이후에도 한국 주식 가격을 기초로 거래된다.

해외 무기한 선물 가격이 곧바로 국내 주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현물 주식을 사고파는 거래와 가격을 추종하는 파생상품은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 플랫폼이나 유동성 공급자가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국내 주식이나 미국예탁증권(ADR), 상장지수펀드(ETF), 선물 등을 활용하면 국내 현물·파생시장과 연결될 수 있다.

국내 증시가 마감된 이후 역외시장에서 한국 주식 연계 상품의 가격이 크게 움직일 경우 다음 거래일 투자자의 주문과 가격 형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가 한국 주식 연계 상품의 거래 현황과 국내시장 영향을 별도로 살펴보는 이유다.

국내 영업 여부도 점검한다.

해외 플랫폼이 한국 주식 연계 상품을 제공한다는 사실만으로 국내 불법영업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도 이날 MEXC와 Bybit 등 특정 업체를 불법 사업자로 지정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해외 사업자가 한국 투자자를 상대로 가입이나 거래를 권유하거나 추천코드 등을 통해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영업하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국내법 위반이 확인되면 수사기관 고발 등 조치에 나선다. 주요 해외 플랫폼에도 국내법 준수를 요청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새로운 금지 규정을 도입한 것이 아니라 기존 법체계 안에서 역외 사업자의 국내 영업과 시장 영향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다만 가상자산 플랫폼이 주식과 주가지수까지 거래대상을 넓히면서 증권시장과 가상자산시장의 경계는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 플랫폼을 통해 한국 주식 가격에 고배율로 투자할 수 있는 시장도 이미 형성됐다.

금융위는 해외 무기한 선물 거래가 국내 현물·선물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국내에서 유사 상품을 제도권에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도 검토할 방침이다.

한국 주식 연계 거래가 국내 거래시간과 규제 범위를 넘어 역외시장으로 확대되면서 금융당국의 시장감시 대상도 국내 현물시장에서 해외 파생시장까지 넓어지고 있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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