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금융지원 쏟아지지만…‘피해기업 기준’ 여전히 모호

경제·금융 / 김소연 기자 / 2026-03-04 17:43:14
금융당국 13.3조원 금융지원…5대 시중은행도 지원책 마련
피해 판단 기준 불명확…실제 상담·지원 통계도 집계 안돼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중동 지역 정세 악화로 수출 기업 피해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13조3000억원 규모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5대 시중은행도 잇따라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피해 기업’을 가려낼 구체적인 잣대가 없어 보여주기식 대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피해’를 정의하는 기준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점이다. 실제 현장에서 어느 정도의 매출 감소나 비용 상승이 있어야 ‘피해’로 인정되는지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은 제시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중동 분쟁 대응을 위해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이 잇따라 금융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피해 기업 판단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 모습/사진=연합뉴스 

본지가 5대 시중은행과 기업은행을 대상으로 업종별·수출 비중별 판단 기준을 문의했지만 “분쟁 지역 진출 또는 수출입 실적 보유 기업”이라는 원론적인 설명 외에 별도의 세부 기준은 확인되지 않았다.

지원 규모는 거창하지만 실제 상담이나 대출 실행이 얼마나 이뤄졌는지에 대한 통계도 잡히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지원 신청 규모를 현재로선 집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은 중동 분쟁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신규 자금 공급, 금리 우대, 대출 만기 연장 등 긴급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은행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지원 대상은 ▲분쟁 지역 진출 기업 ▲최근 1년간 중동 지역 수출입 실적을 보유한 기업 ▲관련 협력업체 등이다.

우선 KB국민은행은 ‘KB재해복구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중동 진출 기업과 수출입 실적 보유 기업, 협력업체 등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의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을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중동 분쟁 관련 피해기업에 업체당 최대 10억원의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을 지원하고 최대 1.0%포인트 금리 우대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총 12조원 규모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기업당 최대 5억원의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중동 수출·수주 기업과 거래 감소 기업 등을 지원 대상으로 제시했다.

NH농협은행은 ‘위기극복 비상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중동 분쟁 피해 기업에 최대 5억원 규모의 시설·운전자금을 지원하고 최대 2.0%포인트 특별우대금리를 적용한다.

국책은행도 지원에 나섰다. 기업은행 역시 최근 1년간 중동 지역 수출입 실적을 보유했거나 향후 거래가 예정된 기업 및 협력업체 등을 대상으로 금융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업은행 2조3000억원을 포함해 산업은행 8조원, 신용보증기금 3조원 등 총 13조3000억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원 방안이 긴급 대응 성격으로 마련되다 보니 피해 판단 기준이 아직 세밀하게 정리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실제 지원 과정에서 구체적인 기준이 보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ksy@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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