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황의 승자 ‘PB상품’은 기업의 신뢰를 비추는 거울이다

기자수첩 / 김은선 기자 / 2025-10-21 19:00:30
가격 경쟁을 넘어 ‘기획력’으로 이익을 만든 PB, 유통업의 새 생존공식
확장 뒤엔 중소 제조업의 부담과 품질 저하 위험도 공존
▲경제부 김은선 기자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경기 불황이 깊어질수록 유통업계의 온도차는 뚜렷해진다. 소비자 지갑이 닫히며 다수의 브랜드가 고전하지만, 가성비를 앞세운 자체 브랜드(PB)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제 PB는 단순한 저가 대체재가 아니라 기업 생존의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PB상품은 ‘브랜드 없는 상품’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품질 경쟁의 최전선에 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의 ‘노브랜드’, 롯데마트의 ‘오늘좋은’, 홈플러스의 ‘심플러스’가 있다. 편의점에서는 GS25의 ‘유어스’, CU의 ‘득템’, 세븐일레븐의 ‘세븐셀렉트’가 있다. 

 

이마트의 ‘노브랜드’, GS25의 ‘유어스’, CU의 ‘헤이루’ 등은 R&D 강화와 품질 검증 시스템으로 브랜드급 신뢰를 얻었다. 유통사들은 단순히 남이 만든 상품을 싸게 팔지 않는다.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기획 단계부터 맛·패키지·용량을 세밀히 설계하며 ‘가격’이 아닌 ‘경험’을 차별화 요소로 삼는다.

 

PB는 수익 구조 개선에도 결정적이다. 제조사 제품 판매 수수료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직접 기획·생산을 주도해 마진을 극대화한다. 광고비와 유통 수수료가 절감되며 이익률이 높아진다. 대형마트의 PB매출 비중은 10년 전 10%대에서 현재 30~40%로 상승했고, 일부 편의점은 절반가량을 PB가 차지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불황 속 매출 방어의 비결이다.

 

닐슨아이큐(NIQ)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말 기준 국내 오프라인 소비재 시장은 1.2% 역성장했지만, PB상품 매출 비중은 3.5%로 전년보다 상승했다. 특히 편의점 채널의 PB매출은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 소비자는 “싸게 샀다”고 만족하고, 유통사는 “직접 팔았다”는 점에서 더 큰 이익을 얻는다. 불황 속 ‘실속 소비’가 PB 성장을 이끈 셈이다.

 

다만 PB 확장이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일부 유통사가 납품 단가를 낮추며 중소 제조업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불균형이 심화되면 품질 경쟁력이 떨어지고, ‘싸고 좋은 상품’이 ‘싸고 위험한 상품’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PB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상생이 필수다. 유통사가 제조사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일정 이익을 공유하는 협업 모델이 확대돼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PB를 ‘공동 브랜드’로 전환해 협력 마케팅을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결국 불황 속에서도 살아남은 유통기업의 공통점은 하나다. ‘소비자의 신뢰’를 경영 전략의 핵심 가치로 삼았다는 것이다. PB상품은 그 신뢰를 비추는 거울이다. 유통기업이 소비자에게 가성비 이상의 가치를 주고, 협력사에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때 비로소 어떤 위기 속에서도 견딜 수 있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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