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전부 합격점... 금융사고 여부 따라 희비 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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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대 은행장. (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사진=연합뉴스> |
[토요경제 손규미 기자]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5대 은행장들의 후임을 정하기 위한 인사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기존 CEO 구도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등 5대 시중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12월 31일 일제히 만료된다.
이에 은행들은 차기 은행장 승계 작업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신한금융과 농협금융은 이미 추석 연휴 이전에 은행장 등 자회사 CEO 선임 절차를 시작했으며 KB·하나·우리금융도 곧 이사회 내 위원회 회의를 열고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전에는 은행 대다수가 임기 만료 2개월 전부터 차기 CEO 선임 절차에 들어갔으나 올해부터는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하도록 하는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적용되면서 예년보다 한 달 일찍 인사 레이스를 시작하게 됐다.
현임 행장들의 연임 여부와 향후 거취는 11월 중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적으로 은행권의 경우 기본 2년 임기에 추가로 1년을 더해 3년의 임기가 주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5대 은행장을 살펴보면 지난해 연임 1년에 성공한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장들은 모두 올해 연말에 2년 임기가 만료된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대다수가 어렵지 않게 1년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금융사고로 인해 은행권의 내부통제 문제가 중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부터는 금융당국이 마련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이 처음으로 적용되면서 그간의 통상적인 연임 과정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임기 내 경영성과와 더불어 내부통제 문제도 세부적으로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실적 면에서는 5대 은행장들 모두 합격점이지만 최근 잇따르고 있는 배임, 횡령 등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내부통제에서는 여러 문제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로 인해 금융사고 발생 여부에 따라 회사간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하나는 연임 분위기 긍정적
우선 연임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고 있는 것은 정상혁 신한은행장이다. 정 행장은 한용구 전 신한은행장이 건강상 위유로 취임 한 달 만에 물러난 뒤 배턴을 이어받았음에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는 준수한 실적을 달성하며 신한은행이 리딩뱅크를 탈환하는 데 일조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 2조535억원을 기록하며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2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해외법인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하며 호실적을 달성했다. 급작스러운 수장 교체에도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끈 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 점 등을 살펴 봤을 때 정 행장의 연임은 무난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승열 하나은행장 또한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전망되고 있다. 이 행장은 하나은행 첫 외환은행 출신 행장으로 자산 관리와 글로벌, 연금사업 분야의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부적으로도 조용한 카리스마로 안정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 행장의 취임 첫 해인 지난해에는 순이익 3조4766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기록을 내면서 하나은행이 리딩뱅크 자리에 올라서기도 했다. 다만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임기에 따라 거취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함 회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그의 거취가 이 행장 연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5대 은행장 중 유일하게 연임 중인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연임 여부는 물음표인 상황이다. 이 행장은 지난 2022년 1월 은행장을 맡은 뒤 2년 임기를 마쳤고,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체제로 전환된 뒤 1년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에 추가 임기를 부여받으면 3번째 임기가 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허인 전 국민은행장이 3연임한 사례가 있어 이 행장의 3연임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황이다. 다만 국민은행이 은행권에서 홍콩 ELS 판매 규모가 가장 컸다는 점과 올해에만 수백억대 금융사고가 세차례나 발생한 점은 연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사고 발목잡힌 조병규 행장은 연임 적신호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연달아 발생한 횡령과 부당대출 사고로 인해 연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실적면에서 조 행장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 1조6735억 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내는 등 성과를 거뒀지만 대형 금융사고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6월 직원의 18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최근에는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들이 우리은행에서 수백억원 대의 부당 대출을 받아간 것으로 드러나면서 취약한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조 행장은 연임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부당대출에 대한 당국의 거센 질타와 경영진 책임론이 일면서 연임은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석용 농협은행장도 내부통제 문제가 연임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이 행장은 내부출신 세대교체라는 점에서 기대를 받았다. 실적 면에서도 올해 상반기 순이익 1조2667억원으로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금융사고가 연달아 터지며 연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농협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네 번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총규모는 약 290억원이다. 올 상반기 총 174억원 배임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117억원 횡령이 발생했다. 이중 일부는 이 행장 시절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농협중앙회장으로 취임한 강호동 회장이 내부통제와 관리책임 강화를 강조해왔고 지난 5월에는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한 계열사 대표이사의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밝히기도 한 만큼 이 행장이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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