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햇반 12% 근거 사후 제시…‘투명 판가’는 소재식품만

유통·소비재 / 김은선 기자 / 2026-08-11 17:56:28
원료곡 7.5%·포장비 4.5% 반영 설명…가공식품은 원가연동 시스템 적용 대상 제외
▲ CJ제일제당 본사 전경/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이 햇반 가격 12% 인상 근거로 원료곡 7.5%, 포장비 4.5% 등 주요 원가 인상 요인을 제시했다. 다만 이는 지난 2월 설탕 가격 담합 제재 이후 도입하겠다고 밝힌 ‘투명한 판가 결정 시스템’의 적용 사례는 아니다. 해당 제도는 설탕·밀가루 등 소재식품에만 적용되고, 햇반 같은 일반 가공식품은 대상이 아니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2026년 7월30일부터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햇반·만두·생선구이 등 8개 분야 27개 품목 가격을 평균 8% 인상했다. 편의점에서는 2026년 8월1일부터 인상 가격이 적용됐다.

품목별 인상률은 햇반이 12%로 가장 높았다. 생선구이는 8.4%, 만두는 4.6% 올랐다. 햇반 인상률은 전체 평균보다 4%포인트 높았다. 햇반 컵반과 디저트, 장류, 냉장·냉동면 등은 인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CJ제일제당은 쌀 등 주요 원·부재료와 나프타를 비롯한 포장재 가격이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가격 인상 요인을 자체적으로 흡수했지만 부담이 이어져 일부 제품 가격을 조정했다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은 본지에 보낸 추가 설명에서 “햇반은 특정 원재료에 연동해 산정한 것이 아니라 주요 원가 변동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가격 조정 과정에서 반영한 주요 항목으로 원료곡과 포장비를 제시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국내산 쌀 가격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쌀 도매가격 기준 2022년 4월 ㎏당 2521원에서 2025년 12월 ㎏당 3004원으로 19.2% 상승했다.

포장비도 올랐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국제 정세에 따른 공급망 불안 등 영향으로 지함, 리드필름, 용기 등 포장재료비가 전년보다 24% 상승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이번 가격 조정에는 원료곡 7.5%, 포장비 4.5% 등 총 12% 수준의 주요 원가 인상 요인이 반영됐다”며 “노무비, 용수비 등 기타 인프라에서 인상된 비용은 회사가 감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설탕 가격 담합 제재 직후 가격 결정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환율과 원재료 가격 등을 공개하고, 원가에 연동해 판매가격을 산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기업 간 협의 없이 객관적인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겠다는 취지였다.

공정위 조사 결과 CJ제일제당은 설탕과 밀가루, 전분·전분당 등 소재식품 담합 사건 3건에서 잇달아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CJ제일제당에 부과된 과징금은 설탕 약 1383억원, 밀가루 1317억100만원, 전분·전분당 1029억6500만원 등 모두 약 3730억원이다.

공정위는 당시 원당 가격이 오를 때는 인상 시점과 폭을 조율하고, 가격이 내릴 때는 인하 폭을 줄이거나 시기를 늦춘 것으로 판단했다.

CJ제일제당은 판가 연동 시스템이 설탕과 밀가루 등 소재식품에 적용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이들 품목은 원가에서 주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가공식품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아 같은 시스템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회사 설명대로라면 햇반 등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지난 2월 발표한 판가 결정 시스템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번 인상을 당시 약속과 직접 배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햇반 가격 인상 근거가 사후에 제시됐더라도, 가공식품 가격 결정 구조가 투명 판가 시스템 밖에 있다는 점은 남는다. CJ제일제당이 제시한 원료곡과 포장비 상승분은 이번 12% 인상률을 설명하는 근거지만, 이는 설탕 담합 제재 이후 밝힌 원가연동 판가 시스템에 따라 사전에 공개된 산식은 아니다.

가공식품은 원재료 외에도 제조비와 물류비, 인건비, 유통비 등 여러 요소가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단일 원재료와 판매가격을 일대일로 연동하기 어렵다는 회사 설명은 일정 부분 타당하다. 그러나 소비자 제품 가격 인상 때마다 원가 부담이 이유로 제시되는 만큼, 주요 비용 변동 폭과 인상률 산정 기준을 어느 수준까지 설명할지도 향후 쟁점으로 남는다.

CJ제일제당은 설탕 담합 제재 이후 소재식품에 대해서는 원가연동 판가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햇반을 비롯한 일반 가공식품은 해당 제도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번 햇반 12% 인상 근거는 사후 설명됐지만, 소비자 가공식품 가격 결정의 투명성을 어디까지 확보할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 기사 출고 이후 CJ제일제당이 햇반 가격 인상률 산정 근거에 대한 추가 설명을 보내와 기 출고된 기사에 관련 내용을 반영했습니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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