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흥행 실패 부담에 신작 전략 ‘보수화’… 기존 IP·리메이크 활용

IT·플랫폼 / 황세림 기자 / 2026-03-03 17:24:18
개발 리스크 확대·투자 환경 변화 속 안정성 중시
코어 유저 중심 재편… 신규 IP 확장성은 과제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올해 기존 IP(지식재산권) 활용 게임을 전면에 배치하면서 신작 전략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올해 핵심 타이틀 상당수를 과거 흥행 경험이 있는 IP의 확장·리메이크·장르 변주 형태로 구성하고 있다.
 

▲ 넷마블이 ‘스톤에이지’ IP 기반 모바일 신작 게임 ‘스톤에이지 키우기’를 3일 출시했다/이미지=넷마블

 

넷마블은 1999년 출시 이후 글로벌 누적 이용자 2억명을 기록한 ‘스톤에이지’ IP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신작 게임 ‘스톤에이지 키우기’를 이날 공개했다. 원작 RPG(역할수행게임)를 방치형 장르로 재해석해 모바일 환경에 맞춰 개발한 프로젝트다.

엔씨소프트는 1998년 출시된 ‘리니지’를 초기 버전 형태로 복원한 ‘리니지 클래식’을 지난달 11일 정식 출시했다. 리니지 클래식은 공개 직후 PC방 점유율 상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된다. 업계에서는 기존 ‘리니지’ 팬층의 복귀 효과가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에는 2008년 출시된 대형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아이온: 영원의 탑’의 후속작으로 ‘아이온2’를 정식 출시한 바 있다. 공개 이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넥슨 역시 장수 IP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을 활용한 확장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 IP를 기반으로 장르를 변주한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신규 세계관보다는 브랜드 자산을 활용한 라인업 구성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 개발비·마케팅 비용 확대… “기존 IP는 일종의 ‘보험’”

 

▲ 엔씨소프트가 자사 MMORPG ‘아이온: 영원의 탑’ 후속작 ‘아이온2’를 론칭하고 지난해 11월 출시했다/이미지=엔씨소프트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대형 프로젝트의 손익 구조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AAA급(초대작) 콘솔·PC 게임은 개발 기간이 4~5년에 이르고 개발비 역시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동시 출시를 위한 마케팅 집행, 플랫폼 수수료, 현지화, 서버 인프라 비용까지 더하면 출시 전 투입 자금 규모는 과거보다 크게 늘어난다.

투자 환경 역시 성장성보다는 회수 가능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흥행 실패 시 손실 규모가 기업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되면서 초기 이용자 확보와 매출 가시성이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최근 게임 산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가 심화된 상황”이라며 “오랫동안 유지된 IP는 여전히 지지층이 존재한다는 의미로, 이런 IP는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동일한 게임 메커니즘이라도 익숙한 세계관을 입히면 기대감이 형성돼 마케팅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코어 유저 중심 재편… 신규 IP 확장성은 과제
 

▲ 서비스 4주년을 앞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원작 ‘던전앤파이터’는 지난해 출시 20주년을 맞은 장수 IP 중 하나다/이미지=넥슨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게임 시장은 코어 이용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있다”며 시장 수요 구조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라이트 이용자는 쇼트폼 동영상 등 다른 여가로 분산되는 반면 게임을 우선순위에 두는 이용자층은 상대적으로 검증된 IP에 높은 충성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코어 이용자는 이미 즐기고 있는 게임이 있는 경우가 많아 완전히 새로운 IP로 이동하는 장벽이 높다”며 “기존 IP를 활용해 장르를 확장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IP는 과거 이용자층에는 강점을 갖지만 신규 이용자 확대나 서구권 시장 공략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게임사들은 기존 IP를 활용한 비교적 경량 프로젝트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규 IP나 대형 콘솔 프로젝트에 재투자하는 ‘투트랙’ 전략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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