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시너지 창출 실패...다음의 존재감 회복 위한 특단의 조치
CIC대표엔 황유지 현 부문장 내정...CIC로 분위기 반전할지 주목
| ▲카카오가 포털 다음의 체질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음 CIC로 전환한다. 카카오는 기본적으로 경쟁력이 없는 사업은 정리할 방침이다. 사진은 카카오의 본사. <사진=연합뉴스제공> |
생성형 AI(인공지능) 챗봇 ‘챗GPT’의 등장으로 검색 시장의 대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카카오가 포털 ‘다음(Daum)’을 사내독립기업(CIC)로 분리키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카오는 4일 포털 다음 사업을 담당하는 CIC(Company in Company)를 오는 15일 설립한다고 밝혔다. 대표는 황유지 현 다음사업부문장이 맡는다. 황 대표는 네이버를 거쳐 카카오 서비스플랫폼실장을 맡으며 플랫폼 사업과 서비스 운영 전반에 대한 업무 역량 및 경험을 풍부해 다음 CIC를 안정적으로 이끌 인물로 평가받는다.
CIC란 일반적인 분사와 달리 사내 별도조직으로서 재무, 조직, 인사 등 경영전반의 독립권을 갖는 사내벤쳐 형태를 말한다. 계층구조가 단순해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하며,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사업효율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카카오가 다음을 CIC로 전환한 것은 이같은 CIC 본래의 취지를 살려 포털시장에서 점차 존재감을 잃고 있는 다음의 체질 개선을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된다.
■ 다음, 카카오 합병 당시 기대와 달리 초라한 현주소
카카오 측은 “검색 및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 다음 서비스의 가치에 더욱 집중하고 성과를 내고자 CIC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며 “신속하고 독자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체계를 확립해 다음 서비스만의 목표를 수립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구조변화를 통한 다음의 재도약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카카오측이 다음을 CIC로 전환한 근본 이유는 다음의 암울한 현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SNS시장 최강자인 카카오와 합병할 당시만해도 다음은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바탕으로 네이버의 대항마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9년이 지난 현재 다음의 위상은 미미하다.
우선 시너지효과라기 보다는 역시너지효과라고 봐도 무방할만큼 카카오내에서 다음의 검색광고 등을 포함한 매출비중 자체가 미약하다. 지난해 카카오의 다음 등 포털 사업 매출은 2021년보다 14% 줄어든 4241억원 수준이다.
현재 카카오의 세부사업별 매출 구조에서 포털비즈사업의 비중은 10%가 채 안된다. 카카오톡광고, 커머스부문엔 3분의 1도 안되며, 플랫폼사업, 콘텐츠, 게임, 뮤직 등에 크게 밀리고 있다.
특히 ‘국민메신저’ 카톡 광고와 커머스 등을 내세워 전체매출의 26% 이상을 차지하는 ‘톡비즈’에 철저히 묻힌 모양새다.
시장의 평가는 더욱 냉혹하다. 증권가에선 포털비즈 사업 매출이 올해 3000억원대로 더 떨어지는 등 현 사업 구조에선 앞으로 반등 기회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검색포털 시장에서의 지배력 또한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네이버와 구글이 양분하고 있는 검색엔진 시장에서 다음의 평균유입률, 즉 시장점유율은 5% 남짓에 불과하다.
■ CIC로 재도약 기회...분위기 호전 시 아예 분사 가능성
카카오의 최대 라이벌인 네이버가 62%대 점유율로 1위를 독주하고 있고, 구글마저 32%대로 올라선 것을 감안하면, 검색엔진 시장에서 다음의 위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다음은 미래에 대한 투자에서도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네이버 등 경쟁업체들이 생성형 AI 등을 통해 사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에 다음이 크게 못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가 다음을 CIC로 전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선 다음이 CIC 전환 이후에도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분리 매각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 ▲카카오가 포털 ‘다음(Daum)’ 사업을 담당하는 사내독립기업(CIC)을 오는 15일 설립한다. <사진=카카오제공> |
카카오측은 그러나 일단 포털 다음의 매각설에 대해선 한마디로 일축한다.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긴 어렵지만, 냉정히 보면 네이버와 구글 양강체제가 굳어진 검색엔진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당장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검색시장의 잠재적 최대 경쟁자인 생성형 AI의 득세도 다음의 매각을 추진하는데는 새로운 변수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의 선택은 CIC체제로 전환, 다시한번 포털 다음의 재도약 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카카오와 합병 시너지를 내는데는 실패했지만, CIC를 통한 체질개선과 경쟁력을 회복하는게 급선무라고 판단했을 것이란 얘기다.
챗GPT의 등장을 기점으로 MS,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에 대변화를 도모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CIC체제 전환으로 포털 서비스부문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 카카오 1분기 실적 부진...“경쟁력없는 사업 정리”
카카오는 포털 다음이 CIC체제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한다면, 별도 독립법인으로 분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카카오는 이미 몇몇 사업부를 CIC로 전환한 이후 분사한 전례가 있다.
AI 기반의 플랫폼과 솔루션을 개발하는 B2B 전문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19년 사내 ‘AI Lab’ CIC 출범했다가 그해 12월 분사됐다. 카카오헬스케어도 카카오 내 CIC로 시작했다가 지난해 3월 별도 법인으로 분리됐다. 현재는 커머스부문이 CIC로 운영되고 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이날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 공동체 전체적으로 비용을 더욱 효율화하는 노력을 진행 중”이라며 “일부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정리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한 때 네이버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검색포털 시장의 한 축을 형성했다가 카카오와의 합병에도 불구, 반등하기는 커녕 계륵같은 존재로 전락한 다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다음이 과연 CIC로 전환 이후 체질개선과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며,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지, 아니면 더욱 존재감을 상실하며 카카오의 우산에서 밀려날 지 다음의 앞날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카카오는 4일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71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55.2%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1조740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고 순이익은 871억원으로 93.4% 줄었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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