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변칙적 가격인상...슈링크플레이션 근절에 만전" 강조
| ▲가격은 그대로인데, 용량을 줄여 실제 가격인상 효과를 내는 '꼼수 인상'이 식품업계에 번지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트의 생필품 코너. <사진=연합뉴스제공> |
정부가 물가 상승을 이유로 식품류에 대한 가격인상 압박 강도를 높이자, 상품 용량을 줄이는 '꼼수인상'이 1년 새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소비자 가격은 그대로 두되, 제품 크기 및 중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춰 간접적으로 가격 인상의 효과를 거두는 소위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따라 지난달 22일 기재부·농식품부 등 관계부처와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들과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전면 실태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13일 종합대책을 내놓고 업계의 '꼼수인상' 근절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꼼수인상 제품 만연... 최대 20%까지 용량 줄여
'가격을 올리지 못할 바에는 용량이라도 줄여서 실질적인 비용을 낮춰 수익을 내겠다.' 식품업체들이 제품 용량을 줄이는 '꼼수인상'을 의미하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의외로 널리 퍼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참가격에서 관리하는 가공식품과 언론보도 등을 통해 언급된 상품에 대한 슈링크플레이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9개 품목 총 37개 상품의 용량이 실제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업체들의 변칙적인 슈링크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많은 것이다. 우선 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서 관리하는 가공식품 209개 중에서 2022년 12월∼2023년 11월까지 1년 동안 3개 품목 19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지난달 설치한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통해선 지난 8일까지 접수된 53개 상품 중에서 9개 제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또 언론보도를 통해 슈링크플레이션이 지적된 제품 10개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 들어 용량을 축소해 판매한 제품이 9개에 달했다.
| ▲공정위는 무분별한 슈링크플레이션을 근절하기 위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식품업체들은 적게는 7.7%, 많게는 20% 이상 용량을 축소해 팔았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체다치즈 20매 상품과 15매 상품 등의 용량이 적게는 7.7%에서 많게는 12.5%까지 줄었다.
특히 동원에프앤비의 양반 참기름김·들기름김, 해태 고향만두, 오비맥주의 카스 캔맥주(8캔 묶음), CJ제일제당의 숯불향 바베큐바, 풀무원의 올바른 핫도그 등 핫도그 4종의 용량이 1.3∼20.0%까 용량을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원측은 "일부 제조사가 용량 변경은 인정하면서도 포장재나 레시피가 변경된 리뉴얼 상품이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체들은 "원재료 가격이 많이 올랐음에도 정부의 가격인상 압박이 심해 부득이하게 용량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볼멘소리다.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을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변칙적인 가격인상'으로 규정하고 13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용량 축소' 등에 대한 정보제공 확대 등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공정위, '용량 변경' 표기 의무화 등 근절대책 마련
정부는 우선 제품 포장지에 용량 변경 사실 표기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원가가 크게 올라 용량을 줄여서라도 채산성을 맞출 수 밖에 없다면, 바뀐 용량을 반드시 포장지에 표기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단위가격 표시의무 품목을 대폭 확대하고, 온라인 매장에도 단위가격 표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및 연구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식약처는 생활 화학제품이나 식품 등의 용량이 변경돼 단위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포장지에 용량 변경 사실을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 장관회의에 참석, 슈링크플레이션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생필품의 용량·규격·성분 등이 변경될 경우 포장지 혹은 제조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당행위로 지정할 수 있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키로 했다.
정부는 또 소비자 단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소비자원에 가격전담 조사팀을 신설하고, 참가격 모니터링 대상을 128개 품목(336개 상품)에서 158개 품목(500여개 상품)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와는 별개로 소비자원과 사업자 간 자율 협약을 추진해 유통사가 취급하는 1만여개 상품에 대한 용량 정보를 수집하고, 용량 변경에 대한 전방위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사업자 자율 협약과 민간 모니터링 확대 등 관련 제도 개선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소비자들이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슈링크플레이션은 실질적인 가격 인상임에도 소비자가 이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일종의 기만적 행위"라며 "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엄중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변칙적인 가격 인상이 근절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며 "최대한 신속히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이행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토요경제 / 박미숙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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