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재계총수들 줄줄이 일본行...한-일 경제협력 물꼬 트나

체크Focus / 조은미 / 2023-03-13 17:03:42
전경련, 윤대통령 방일 맞춰 日게이단렌과 17일 한-일 재계 간담회 추진
징용피해자 배상 기금 조성 논의 예상...반도체소재 등 수출규제 해소 관심
▲ 4대그룹 총수를 비롯한 재계 대표들이 오는 16~17일 한일 정상회담에 맞춰 대거 일본길에 오른다. 사진은 2008년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 양국 재계 대표들. <사진=연합뉴스제공>

 

오는 16~17일로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 기간에 맞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대거 일본행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일본 재계단체인 게이단렌(경단련·일본경제단체연합회)과 공동으로 오는 17일 일본에서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즉 한-일 재계 간담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적극 조율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한-일 양국 정상회담과 함께 재계단체 주관의 양국 주요기업인과의 간담회가 잇따라 마련됨에 따라 꽉 막힌 두 나라 경제협력의 새로운 물꼬가 트일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한일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배상 해법 발표 이후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선 가운데 그동안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등으로 위축됐던 한일 경제 협력이 점차 복원될 것으로 전망되는 분위기다.

▶ 4대그룹 총수 등 주요 대기업 회장들 줄줄이 방일

전경련에 따르면 이번 한일 재계 간담회를 위해 비회원사인 4대그룹 측에 참석을 요청했고, 대부분 일본행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삼성, SK, 현대차, LG등 4대그룹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모두 전경련을 탈퇴했다.


이들 4대그룹 총수와 함께 전경련 부회장단도 이번 간담회 대거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경련측은 설명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한일경제협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이 부회장단에 포함돼 있다. 한화그룹은 부회장단원인 김승연 회장을 대신해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총수들 외에도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등 경제단체장들도 이번 간담회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의 쇄신과 4대그룹 총수의 재가입을 위해 추대된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도 참석 가능성이 크다.


일본 측도 게이단렌 회장인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회장을 비롯, 대기업 경영자들이 대거 참석한다고 NHK가 최근 보도했다. 강제징용 가해당사자인 미쓰비시 등의 대표가 참석할 지는 미지수다.


이번 주요 대그룹 회장들의 일본행은 앞서 윤 대통령의 중동 및 유럽 방문 당시의 공식 경제사절단과는 성격이 다르다. 표면적으로는 전경련과 게이단렌, 양국 재계 단체 주관의 간담회 성격이다.


그러나, 촛점은 양국간의 경재협력 재개의 물꼬를 트는 것에 맞춰져 있다. 양국 정상이 '셔틀 외교'를 재개하는 분위기에 발맞춰 양국 경제계도 교류를 활성화할 필요성이 높다는 게 핵심 아젠다이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해보자는 취지다.

▶ 반도체용 3대 핵심소재 수출규제 논의 관심

이번 한-일 재계 간담회에선 일본의 한국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해제가 주요 안건 중 하나다.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실제 한국 정부가 지난 6일 강제동원 배상 해결책을 발표한 뒤 양국 정부는 동시에 수출 규제 해제를 위한 한일 간 협의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안전 보장상의 이유’라며 2019년 7월 한국에 대해 반도체 관련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관리를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실상 포괄수출허가를 개별수출허가로 변경했다. 사실상의 수출금지 조치를 내린 것이다.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제조 과정에 필수 화학물질인 포토레지스트(PR)와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등 3개 품목이 그 대상이다. 일본은 더 나아가 그해 8월 수출관리 우대대상국인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시켜 버렸다.


일본의 이같은 수출 규제는 국내 핵심 소재, 부품, 장비 등 '소부장'의 국산대체효과를 높이고, 관련산업 발전에 적잖이 기여했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OLED업체들의 피해가 적잖았던 것도 사실이다.


재계에선 "한일 관계 악화와 수출규제가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강제동원 가해 기업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등에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라며 "양국간에 빠르게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강제징용 배상을 위한 기금조성 문제가 원만히 마무리되면, 일본의 수출금지 해제 등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 "당장 효과보긴 어려워...교류활성화의 큰 의미"

재계 한 관계자는 "강제징용피해자 배상문제는 워낙 정치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이번 정상회담과 재계간담회에서 의미있는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제하며 "그럼에도 양국 재계의 교류가 다시 정례화돼 친목도모가 이루어진다면 우리 경제위기 극복과 수출 활성화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른 만큼 한일 재계가 공동으로 '미래청년기금'(가칭) 조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 등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NHK는 이와 함께 탈탄소 사회 실현을 위한 대책이나 에너지 안보 등 양국의 공통 과제를 근거로 향후 재계가 협력할 수 있는 사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NHK는 한일 양국 정부가 '셔틀외교' 재개를 검토하는 등 관계 개선에 나서는 가운데 경제계도 공동 사업 등을 통해 관계 강화를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재계 총수들은 이번 간담회를 공통 주제 외에 개별적으로 관련 비즈니스가 있는 기업이나 거래선 등을 만나 협력 관계를 재확인할 가능성도 높다. 중소기업계도 소부장 분야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냉각됐던 양국의 경제 협력을 복원하는 현실적인 방안이 모색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양국 정상회담과 재계간담회에서 당장 구체적인 교류 성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다만 양국 경제계가 만나 경제교류 활성화에 공감대를 이루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조은미 기자 amy1122@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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