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이 지난달 29일 '해커톤 결선 투자발표회'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
GS그룹이 총 13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 결성을 마무리했다. 다른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간접 투자가 아니라, 독자적인 펀드를 만든 것이다. GS그룹이 직접 신기술 벤처 발굴 및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실천에 옮긴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직접 벤처투자를 위해 투자조합(펀드)를 만드는 것을 코퍼레이트 벤처캐피털, 이니셜을 따서 'CVC'라 한다. 1990년대말 1차 벤처붐 조성 당시에 삼성물산이 '골든게이트'란 내부 벤처투자팀을 운영한 것이 시초다. 이후 일부 대기업이 독립 재원을 마련, 벤처투자에 나섰으나 지금의 CVC와는 개념이 좀 다르다.
사실 GS그룹의 이번 펀드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주회사 산하에 CVC 설립이 가능해진 이후 조성된 첫 대규모 펀드이다. 이런 점에서 국내 25년 벤처 역사에 새로운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요 계열사들 대거 LP로 참여
GS그룹의 CVC펀드 조성은 민간 중심의 경제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들이 앞다퉈 벤처투자를 약속한 이후 조성된 첫 번째 펀드다. 이에 따라 CVC가 앞으로 다른 대기업으로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 VC 위주로 성장해온 대한민국 벤처캐피털 시장에 본격적인 CVC시대가 열리고 있다.
GS그룹은 CVC에 매우 의욕적이다. 그간 대기업중에서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난 1월 'GS벤처스'란 CVC를 설립했다. 이어 지난 5월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을 마쳤고 두 달도 채 지나기전에 1호펀드 결성을 마무리한 것이다. 그것도 1300억원대의 대형 펀드다.
보통 창투사 등 전문 VC들의 벤처 펀드는 300억 안팎의 중소형급이다. GS측은 지난 1월 법인 설립 당시 1호 펀드를 5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고 밝혔으나 계획을 바꿔 이 보다 2배 이상 늘린 것이다.
GS는 1호 CVC펀드 결성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 1호펀드의 출자자(LP)를 주요 계열사들로 채웠다. 현행 법상 CVC는 외부자금을 총 펀드결성액의 40%까지 유치할 수 있다. 하지만, 1호 펀드인만큼 속전속결로 조성하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한 것으로 해석된다. 출자자와 출자금액은 ㈜GS 300억원, GS에너지 200억원, GS리테일 200억원, GS건설 200억원, GS EPS 200억원, GS파워 100억원, GS E&R 50억원, GS글로벌 50억원 등이다.
GS는 1호 펀드를 바이오, 기후변화 대응, 자원 순환, 퓨처 커머스, 딥 테크, 스마트 건축 등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그룹 차원에서 미래 성장가치가 높다는 판단되는 신성장 분야다. GS측은 초기 단계의 국내 스타트업들이 집중 투자대상이라고 밝혔다.
GS는 이번 CVC펀드 1호 결성으로 계열사별로 분산됐던 스타트업 투자를 한 곳으로 집중화해 보다 일관된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GS벤처스와 별도로 각 계열사가 직접 실행하는 스타트업 투자 역시 유기적으로 연계시킬 계획이다.
GS는 또 이번 펀드 결성으로 향후 5년간 투자 금액의 절반에 달하는 약 10조원을 신사업 벤처에 투입하겠다는 그룹의 계획이 더욱 본격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중견기업까지 CVC바람 확산 기대
GS의 대형 1호CVC펀드가 결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투자에 나섬에 따라 CVC를 추진중인 다른 대기업들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대기업들의 CVC를 통한 벤처투자를 독려하기 위한 규제 완화와 정책적 지원을 늘리겠다고 공언, CVC바람은 대기업은 물론 중견그룹에게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전문 VC가 만드는 펀드에 출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전문 VC는 창투사, 신기술금융사, 투자전문 유한책임회사(LLC) 등을 말한다. 그러나 전문 VC에 자본을 위탁하다보니, VC측과 성장잠재력이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서 견해차이를 드러내는 등의 문제점이 적지않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대기업들이 직접 CVC펀드를 만들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독립적으로 자본을 운용하는 형태로 점차 변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VC업계 일각에선 본격적인 CVC시대가 예고됨에 따라 전문 VC들의 펀드결성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출자금 외에 주로 기업이나 금융권에서 출자자를 모집하는 전문 VC업계의 특성상 CVC결성이 늘어날 수록 잠재적인 LP모집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창투업계에서 CVC시대에 맞춰 정부출자금 비중을 더 높여주는 등의 정책적 지원을 늘려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A창투사의 한 대표펀드매니저는 "대기업들이 잉여자본이 벤처산업쪽으로 유입된다는 것은 벤처생태계 차원에서 대단히 긍정적인 시그널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펀드를 만들때마다 LP모집에 고충을 겪어야하는 창투사입장에선 CVC바람이 달갑지만은 않은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벤처업계는 CVC바람을 매우 반기는 입장이다. 투자재원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벤처생태계 강화를 위한 바람직한 변화라는 얘기이다. 특히 잠재적 가치보다는 당장의 재무제표를 중시하는 전문 VC들과 캐피털리스트(심사역)의 책임투자가 가능한 CVC는 미래 성장잠재력을 보다 중시하는 '가치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이와관련,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 아래에서 스타트업 투자는 미래 성장을 위한 필수 도구"라며 "앞으로 적극적인 벤처투자와 개방형 혁신을 통해 벤처 등 협력사가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사업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ook618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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