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단지 탈출한 국민에 “근무시간 끝났다” 문전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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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가 지난 4월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탈출한 뒤 한국 대사관에 구조를 요청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캄보디아에서 감금·폭행 피해를 입고 탈출한 한국인이 새벽에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문을 두드렸지만 “근무시간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2시간 넘게 대기했다. 자국민의 생명보다 ‘출근 시간’을 앞세운 한국 외교의 민낯이 드러났다.
1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범죄단지에서 탈출한 A씨는 밤새 걸어 12시간 만에 프놈펜 한국대사관에 도착했다. 그는 두려움 속에서 “안에만 있게 해달라, 주차장이라도 좋다”고 애원했지만 돌아온 답은 냉정했다.
“저희 대사관은 오전 8시에 문을 엽니다.”
공관 관계자는 전화를 다른 직원에게 넘겼지만 결과는 같았다. 새벽 6시, 대한민국의 대사관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A씨는 탈출 전, 대사관에 구조를 요청하는 문자를 보냈으나 “정확한 위치와 얼굴 사진을 보내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받았다.
감금 상태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대사관은 매뉴얼만 반복했다.
결국 그는 탈출 후 인근 상점 앞에서 떨며 두 시간을 기다린 끝에 오전 8시가 되어야 대사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더 충격적인 건 국내 대응이었다. A씨의 가족이 한국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말은 “아드님이 납치된 게 아닌데 거짓말하는 것 같다”였다.
결국 A씨는 한국 외교도, 경찰도 믿지 못한 채 스스로 탈출해 생명을 건진 셈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공무원 태만이 아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근무시간’이라는 행정 논리로 재단한 것이다.
미국은 다르다. 자국민이 해외에서 납치되면 FBI와 CIA, 심지어 군까지 동원해 즉시 구출 작전에 나선다.
“미국은 시민 한 명을 위해 전쟁도 불사한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은 왜 국민이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려달라”고 외쳐도 “8시에 오라”는 답을 내놓는가.
외교관들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고위 공무원’인가, 아니면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공복(公僕)인가.
정부는 이번 사건을 단순 해프닝으로 넘길 게 아니라 외교공관 전면 개혁에 나서야 한다. 대사관은 행정기관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선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즉시 사태를 파악하고 대처 해야 한다. 현지 공관들이 야간과 휴일에도 대응할 수 있는 24시간 구조체계를 즉시 마련하고, 필요하다면 현지에 상주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국민이 해외에서 구조를 요청할 때,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은 근무시간표가 아니라 국가의 양심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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