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외담대 부실 고리 끊는다…대출 문턱은 변수

경제·금융 / 김지영 기자 / 2026-11-02 16:36:30
연간 26.9조원 상환책임 경감…원청 부실의 협력업체 전이 차단
은행 신용위험 관리 강화 불가피…중소기업 자금 공급 유지가 관건
▲ 금융위원회 [토요경제]

 

원청기업의 부실을 협력업체가 은행 빚으로 떠안던 구조가 바뀐다. 금융당국이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의 상환청구권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기업 간 부실 전이와 은행의 위험관리 방식에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2일 제6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2027년 1월부터 외담대 상환청구권을 원칙적으로 폐지한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행장 이환주), 신한은행(은행장 정상혁), 하나은행(은행장 이호성), 우리은행(은행장 정진완), NH농협은행(은행장 강태영) 등 외담대를 취급하는 은행권 전반에 적용되는 제도 개편이다.

외담대는 납품업체가 구매기업으로부터 받을 대금을 담보로 은행에서 자금을 먼저 빌리는 상품이다. 지금까지는 구매기업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은행이 납품업체에 대출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었다. 납품업체는 거래처 부실로 매출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데 이어 대출금까지 갚아야 하는 이중 부담에 놓일 수 있었다.

실제 지난해 3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이후 은행의 상환청구권 행사로 협력업체 220곳에 약 310억원의 변제 의무가 발생했다. 구매기업의 경영위기가 협력업체의 자금난으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

개편 대상도 상당하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외담대 취급액 56조3000억원 가운데 상환청구권이 설정된 금액은 26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47.8%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해당 규모의 보증채무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는 실제 부실채권이나 탕감되는 대출금이 아니라 연간 취급실적을 기준으로 한 수치다.

이번 개편으로 은행의 신용위험 관리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그동안 은행은 구매기업의 대금 미지급 위험을 납품업체의 상환책임으로 보완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구매기업의 신용도와 거래 안정성을 더욱 면밀하게 평가해야 한다.

문제는 대출 공급이다. 은행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신용도가 낮은 구매기업과 거래하는 납품업체의 대출한도를 축소하거나 금리를 높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협력업체의 상환책임을 없애는 정책이 오히려 자금 조달의 문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의 자금 회전 속도를 높이는 조치도 병행된다. 금융위는 2027년 2월부터 외상매출채권 등의 최대 만기를 90일에서 60일로 단축한다. 지난해 기준 약 117조원 규모의 매출채권이 조기에 현금화될 수 있으며, 연간 363억원의 이자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담대 조기상환 시 구매기업에 지급되던 선취이자 환급금도 실제 이자를 부담한 판매기업에 돌려준다. 금융위는 이에 따른 연간 환급 효과를 83억원으로 추산했다. 두 조치를 합치면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연간 약 446억원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결국 이번 개편은 중소기업 보호와 은행의 신용위험 관리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협력업체가 거래처의 부실을 대신 책임지는 관행을 줄인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다. 다만 은행이 대출 공급을 축소한다면 정책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정책의 성패는 시행 이후 외담대 취급액과 금리, 대출 승인율의 변화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중소기업의 상환책임을 덜어주면서 자금줄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한화투자증권, RWA 담보 활용으로 사업 확대…체인링크와 가치검증 체계 구축

    한화투자증권, RWA 담보 활용으로 사업 확대…체인링크와 가치검증 체계 구축

    한화투자증권이 실물연계자산(RWA)의 토큰화 사업을 글로벌 유통과 담보 활용으로 확대한다. 단순히 자산을 디지털 증권으로 발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 검증과 블록체인 간 연결을 통해 금융상품의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30일 한화투자증권(대표 장병호)에 따르면 회사는 블록체인 데이터 인프라 기업 체인링크(Chainlink)와 글로벌 디지털자산 플랫

    2
    네이버, 엔비디아 10억달러 투자 납입일 확정…AI 팩토리 자금조달 본궤도

    네이버, 엔비디아 10억달러 투자 납입일 확정…AI 팩토리 자금조달 본궤도

    네이버가 엔비디아의 전략적 투자 일정과 절차를 확정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보라는 선결 조건을 충족하면서 대규모 AI 팩토리 사업에 필요한 자본 조달이 구체화됐다.네이버(대표 최수연)는 30일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납입일을 기존 10월 30일에서 11월 6일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신주 상장 예정일도 11월 20일에서 27일로

    3
    금융위, 부실 금융사 정리 150일→3~4일 단축 추진…보험사도 적용

    금융위, 부실 금융사 정리 150일→3~4일 단축 추진…보험사도 적용

    금융위원회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부실이 확산할 우려가 있는 금융회사를 신속하게 정리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보험사도 적용 대상에 포함되며, 긴급 상황에서는 주주총회와 입찰 등 기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다.금융위원회는 29일 '금융회사 신속정리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과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

    4
    [오늘의 게임] 그라비티 동남아 출시·카카오게임즈 베타 돌입…게임업계 연말 일정 본격화

    [오늘의 게임] 그라비티 동남아 출시·카카오게임즈 베타 돌입…게임업계 연말 일정 본격화

    게임업계가 신작 출시와 베타 테스트, 글로벌 성과, e스포츠 등으로 4분기 주요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그라비티 홍콩 지사 그라비티 게임 비전(GGV)은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 ‘Ragnarok: GO’를 태국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11개 지역에 출시했다고 29일 밝혔다.‘Ragnarok: GO’는 ‘라그나로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방치형 R

    5
    삼성SDI ESS 수주 60GWh의 빈칸…美 시너지셀즈 물량은 아직 협의 중

    삼성SDI ESS 수주 60GWh의 빈칸…美 시너지셀즈 물량은 아직 협의 중

    삼성SDI가 올해 60GWh 이상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수주를 확보했지만 미국 신규 생산거점인 시너지셀즈의 공급 물량은 여전히 협의 단계에 있다. 기존 생산라인은 2028년까지 가동에 필요한 수주를 확보한 반면, 2029년 전후 양산할 신규 공장은 별도의 중장기 물량 확보가 과제로 남았다. 미국 생산세액공제까지 2030년부터 축소될 예정이어서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