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클라우드 국가대표 원팀 지원..."충분히 해볼만" 자신
산업부도 3천억 규모 '반도체생태계 펀드' 조성 통해 측면지원
| ▲K반도체가 AI반도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냈다. 정부와 관련기업이 원팀을 구성, AI반도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그래픽=연합뉴스제공> |
'챗GPT'란 생성형 AI(인공지능) 열풍으로 가장 몸값이 상승한 기업은 이 솔루션을 개발한 오픈AI가 아니다.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기업 엔비디아(NVIDIA)다.
생성형 AI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GPU를 거의 독점 공급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급부상하는 AI시장을 싹쓸이할 것이란 기대감이 선 반영된 것이다.
챗GPT로 시작된 AI열풍이 전세계 IT기업으로 확대되면서 이 시장을 선점한 엔비디아가 AI용 GPU만으로 향후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둘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기대감 속에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엔비디아 주가는 올들어 2배 이상 치솟았다. 시가총액도 25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1조426억달러, 한화로 1358조5천억원에 육박한다.
글로벌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기업)인 엔비디아 몸값이 메모리 글로벌 1위이자,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세계 2위인 IDM(종합반도체업체)인 삼성전자 보다 3배 이상 큰 셈이다. 삼성의 시총은 26일 기준 432조2123억원이다.
정부가 반도체 업계와 힘을 합쳐 생성형 AI붐에 편승, 그야말로 잭팟을 터트린 엔비디아의 독주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아성이 결코 난공불락이 아니라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 정부 중심으로 관련 업계 총망라 '팀코리아'로 정면승부
AI열풍의 진원지 오픈AI를 대신해 AI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아성에 정부를 중심으로 국내 AI 반도체·클라우드 업계가 한 팀을 이뤄 도전장을 냈다. 이른바 '팀 코리아'로 AI시장을 독식하려는 엔비디아에 대적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다만 엔비디아 GPU가 장악한 AI학습용 반도체 시장을 직접 겨냥하기 보다는 국내 반도체 업계가 연산 성능과 저전력화에서 경쟁력이 뛰어난 AI 추론용 저전력 NPU(신경망처리장치)를 주로 공략할 타깃으로 선정했다. 학습과 추론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AI특성상 두 시장은 엄연히 다른 시장이어서 엔비디아와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6일 경기 성남시 판교 NHN 클라우드 본사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과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클라우드 업계 등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제3차 인공지능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를 주재하며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 1단계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K-클라우드 프로젝트는 국산 AI 반도체를 국내 클라우드 업계가 데이터센터에 적용해 클라우드 플랫폼 실증과 수출 레퍼런스 확보를 목적으로 8262억원을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과기정통부는 우선 1단계로 올해부터 총 1천억원을 들여 2025년까지 국산 NPU를 실증하고, 2단계로 2028년까지 저전력 PIM(Process in Memory: 지능형 반도체)을, 3단계로 2030년까지 극저전력 PIM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오는 2030년까지 국내 AI반도체 수준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1단계는 현재 상용화 초기인 국산 NPU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하고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민간 데이터센터와 광주광역시 AI 집적단지에 국산 AI 반도체 기반 상용 클라우드 센터를 운영하고 플랫폼 구축을 실증키로 했다.
정부는 당초 연산 용량 10페타플롭스(PF·1초당 1천조번 부동소수점 급 연산 실행) 이상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목표였지만, 이를 총 39.9PF 규모로 기존 목표치의 4배 가까이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엔비디아를 넘어 명실상부 세계 최고수준의 능력을 보유한 AI반도체를 국산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지난 2월20일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인 비전세미콘을 세종공장을 찾아 윤통섭 대표로 부터 플라즈마 클리너 등 각종 장비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 공동 연구, 인프라 활용, 정보 공유 등 상호 협력 강화
엔비디아를 따라잡기 위한 이번 프로젝트엔 AI반도체 업체들이 대거 동참한다. 팹리스분야에서 퓨리오사AI, 리벨리온, 사피온코리아가, 클라우드 기업은 네이버클라우드, KT 클라우드, NHN클라우드가 가세했다. AI 서비스 개발사로 업스테이지, 라온로드, 노타, 시너지에이아이, 슈퍼브AI, 심플랫폼, 엘리스, 아이브스, 휴먼ICT 등 주요업체가 총망라됐다.
AI시스템 구현에 NPU 못지않게 중요한 고성능 메모리 지원을 위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K반도체의 양대 간판기업이 힘을 보탠다. AI는 막대한 데이터 처리와 저장을 수반하기에 HBM3와 같은 고성능 전용 메모리가 필수적이며, 이 부문에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과기정통부측은 "현재 여러 국산 AI 반도체(NPU)가 출시돼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는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데이터 센터와 서비스에 적용해 검증된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점에서 정부와 관련기업이 혼연일체가 된 원팀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벨리온·사피온 코리아·퓨리오사AI·딥엑스·텔레칩스 등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과 NHN클라우드·네이버클라우드·KT클라우드 등 관련기업들도 이날 보고대회에서 공동 협력 선언문을 발표하고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 강화와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한 팀으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AI 반도체-클라우드-엣지-AI 서비스로 연계되는 AI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선도 과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공동 연구, 인프라 활용, 정보 공유 등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 인프라 및 하드웨어 개발, 데이터센터 컴퓨팅 소프트웨어 개발, AI 반도체 특화 클라우드 기술 개발을 골자로 하는 약 1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을 기획 중이다. 이종호 장관은 "글로벌 기업들이 AI 연산에 최적화된 고성능·저전력 AI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AI열풍에 편승, 고수익 창출이 기대되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인 ‘A100’ <사진=엔비디아제공> |
■ 엔비디아 제품 고비용·고전력 구조 약점 드러내
정부와 반도체업계가 이처럼 엔비디아와의 정면승부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신화를 AI반도체 분야에서 재현해보겠다고 선언한 것은 엔비디아가 강점을 지닌 GPU시장을 NPU로 충분히 대체할만한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불가능하다고 봤던 메모리 분야에서 저력을 발휘하며 세계1위에 올라섰 듯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엔비디아를 넘는게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라는 믿음에서다.
업계는 생성형 AI 열풍 속에 글로벌 IT업계가 앞다퉈 A100, H100 등 고가의 엔비디아 GPU를 사들이고 이 회사의 GPU가속플랫폼 '쿠다'를 쓰고 있지만, 이는 고비용·고전력 구조여서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K반도체기업들이 GPU 다음 단계로 NPU에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 AI열풍이 일어난 이후 NPU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장치다. 무엇보다 NPU가 GPU에 비해 비교적 저비용·저전력이라는 특징이 집중적으로 조명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AI 반도체 생태계를 갖추고 자체 초거대 AI 모델 기술, 클라우드 경쟁력을 겸비한 몇 안 되는 나라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기하급수적 분량의 데이터 연산이 필요한 생성형 AI 학습용 반도체로는 엔비디아 GPU와 쿠다 조합이 아직 필수이지만, 이미 학습을 끝낸 AI 모델로 텍스트·이미지 생성 등 AI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NPU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오픈AI가 챗GPT 서비스를 할 때 엔비디아 쿠다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 대표적"이라며 "추론용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이미 잘하고 있다. 다만, 학습·훈련용 AI 쪽에서 보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 회사의 AI반도체 아톰의 경우 현재 출시된 국산 NPU 가운데 유일하게 트랜스포머 언어 모델 추론과 부동 소수점 연산을 지원하면서 GPU 대비 전력사용량이 10분의 1에 불과하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은 클라우드 업계가 주축이 된 데이터센터 실증 사업을 함께 하면서 관제, 의료, 국방, 교통 등 분야에서 인프라를 검증하고 AI 추론 클라우드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 등의 개발에도 협력한다는 구상이다.
윤두희 과기정통부 정보통신방송기술정책과장은 "진행 사업이 대부분 프로세서 개발에 맞춰져 있지만 칩만 만들어서는 안 되고 서버, 네트워크 데이터 링크 등 관련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개발 예비타당성 조사와 AI 반도체 인재 육성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YWCA 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생태계 펀드' 조성 협약식에서 협약에 서명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 반도체 펀드 3천억 조성...한국형 엔비디아 탄생 마중물
과기정통부가 주관하는 이 프로젝트 외에 산업통산자원부는 메모리 중심의 국내 반도체 밸류체인을 시스템 반도체 및 소부장(소재·부품·장비)으로 확장하기 위해 총 3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통해 AI반도체기업에 대한 측면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서울 YWCA 회관에서 '반도체 생태계 펀드' 출범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식을 열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번 펀드는 현재 운용 중인 반도체전용펀드의 높은 자금 소진율을 고려해 기존 펀드와 비교해 최대 규모인 3천억원으로 조성된다.
출자금은 모펀드 1500억원에 민간투자자 1500억원이 매칭된다. 모펀드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750억원을, 성장금융·산업은행·기업은행 등 정책금융이 75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1500원은 운용기관이 별도 조성한다. 이 펀드는 프로젝트 투자 규모를 기존 펀드보다 상향조정해 유망 팹리스와 소부장 기업의 확장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인수합병(M&A) 활성화를 통한 기술 고도화 등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펀드 운영은 한국성장금융이 맡고, 향후 하위 펀드 위탁운영사 선정 절차 등을 거쳐 연내에 투자를 개시할 예정이다.
산업부 장영진 제1차관은 "정부는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팹리스·소부장 국산화를 위한 신기술 테스트베드(시험대)로서의 첨단반도체기술센터(ASTC) 구축 등 전례 없는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차관은 이어 "오늘 출범하는 '반도체 생태계 펀드'는 최근 금리 인상, 업황 악화 등으로 투자자금 조달에 애로가 발생하고 있는 팹리스·소부장 기업의 성장과 자립화를 위한 것"이라며 "이번 펀드가 미래 반도체 산업을 이끌 '한국형 엔비디아' 탄생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챗GPT 등장으로 촉발된 생성형 AI 시장을 겨냥해 엔비디아, AMD,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의 AI반도체 개발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K반도체기업들이 향후 어떤 성과를 거둘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AI 반도체 시장은 2021년 347억 달러에서 2026년 861억 달러로 연평균 16%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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