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플러스] "처자식 먹여 살릴 요량으로 다녔는데 결국 희망퇴직"...침몰하는 유통家

유통 / 장연정 기자 / 2024-12-28 16:27:28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온, 코카콜라 등 "급변하는 유통환경에서 불가피"

▲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출처 = 연합 제공]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유통가에 희망퇴직이라는 칼바람이 또 불고 있다.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어서다.

 

내수경기에 직격탄이 된 '계엄 청구서'가 유통 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발령 후 연말로 예정된 송년회 등이 취소되는 등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후 조금씩 회복이 된 듯 싶었지만,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표결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 2주 만에 이뤄지면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라는 연중 최고 특수 시즌에도 불구하고 '12·3 계엄사태'로 촉발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더욱 심화되면서 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부산·울산·경남지역 점포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신청 대상은 10년 이상 근속 직원이다. 희망퇴직자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에 위로금 명목으로 최대 월평균 급여의 18∼20개월 치를 지급한다.

 

홈플러스는 이번 희망퇴직 신청은 해당 지역 점포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한 데 따른 조처라고 설명했다. 인력 수급을 정상화해 조직 건전성과 체질 개선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별도로 목표치를 정해두지 않았으며 신청자가 없을 경우에도 추가 신청은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홈플러스는 전했다.

 

이에 앞서 이마트도 2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마트는 지난 6일 오후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 접수를 공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신청 대상은 밴드1(수석부장)∼밴드3(과장) 인력 중 근속 15년 이상(입사일 기준 2010년 1월 1일 이전), 밴드4(대리)∼밴드5(사원) 인력 중 근속 10년 이상(입사일 기준 2015년 1월 1일 이전)인 직원이다.

 

신청 기간은 지난 23일까지였다. 대상자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 월기본급의 20∼40개월 치 특별퇴직금과 근속연수별 1500만∼2500만원의 생활지원금, 직급별 1000만∼3000만원의 전직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당시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직원들의 새 출발을 지원하고자 2차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희망퇴직을 선택한 직원에게는 합당한 보상과 함께 최선의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롯데온 역시 올해 들어 두 번째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롯데온은 지난 13일 오후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 접수를 공지했다.

 

대상은 근속 2년 이상 사원으로 2022년 12월 13일 이전 입사자까지 신청할 수 있다. 접수 기한은 다음 달 6일까지다. 희망 퇴직자에게는 6개월 치 급여를 일시금으로 지급한다.

 

롯데온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다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하게 됐다"며 "퇴직을 희망하는 직원에게는 필요한 부분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롯데온은 지난 6월 사상 첫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한 바 있다.

 

2020년 롯데그룹 유통사업군의 통합 온라인몰로 출범한 롯데온은 치열해지는 이커머스 생존 경쟁 속에 매년 손실이 누적되며 어려움을 겪었다.

 

코카콜라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유통하는 코카콜라음료 또한 지난달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코카콜라음료는 지난달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자는 1971년 이전 출생자 중 영업·물류부서 근무 직원이다.

 

코카콜라음료는 퇴직자 연령별로 최대 2년치 기본 연봉을 일시 지급하고, 최대 4학기의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코카콜라음료는 LG생활건강의 음료 사업 부문 자회사다. 코카콜라음료의 희망퇴직 단행은 지난 2007년 회사가 LG생활건강에 인수된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인력 정체 현상을 개선해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 희망퇴직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경기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유통기업들이 너도나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양새다.

 

국내 한 경제단체가 실시한 경영 전망 조사에서 내년 국내 기업 절반, 대기업 60% 이상이 긴축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답해 올해부터 시작된 기업들의 조직 개편,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움직임은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실제로 유통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의 롯데온, 롯데면세점이, 신세계그룹의 G마켓과 SSG닷컴, 신세계디에프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또 실적 부진을 겪는 신세계면세점 역시 희망퇴직, 임원 급여 반납 등 고강도 비용 절감 작업에 착수했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가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은 2015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이어 중국의 경기 둔화, 고환율, 소비 트렌드 변화 등의 어려운 여건 속에 경영 체질을 개선하고 효율성을 높여 지속 성장의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내외 경제 여건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내년 국내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이 0.4%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소매유통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2025년 유통산업 전망조사' 결과를 지난 26일 발표했다.

 

내년 소매유통시장은 올해 대비 0.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 2020년(-1.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응답 업체의 66.3%는 내년 유통시장이 올해보다 부정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그 이유(복수응답)로는 가장 많은 63.8%가 소비심리 위축을 꼽았다.

 

이어 고물가 지속(47.7%), 고금리 지속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 증가(38.2%), 시장경쟁 심화(34.2%), 소득·임금 불안(24.2%) 순이었다.

 

업태별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온라인 쇼핑이 2.6%로 가장 높았고 대형마트(0.9%)와 백화점(0.3%)이 그 뒤를 이었다. 편의점(-0.3%)과 슈퍼마켓(-0.7%)은 역성장이 전망됐다.

 

2024년 유통업계 10대 이슈(복수응답)로는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 위축(60.7%)이 1위로 선정됐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경기 둔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상의는 풀이했다.

 

또 10대 이슈로는 ▲ 차이나커머스의 공습(54.3%) ▲ 티몬·위메프 정산지연 사태(21.7%) ▲ 편의점 장보기족 증가(19.7%) ▲ 다이소 화장품 인기(18%) ▲ SNS 기반 마케팅 강화(15%) 등이 꼽혔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미국 우선주의와 관세 인상 등의 우려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2025년을 좌우할 강력한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며 "우리 유통기업들은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미리 준비하고 정확한 분석을 통해 리스크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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