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브로드컴 290조 동맹…‘확정 수주’ 아직 일러

산업 / 임종호 기자 / 2026-08-03 16:28:23
2030년까지 예상 협력규모…물량·단가·최소구매 의무는 공개 안 돼
▲ 삼성전자, 사상최대 86조원 매출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의 2000억달러, 약 290조원대 반도체 협력이 초대형 수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공개된 합의는 제품 공급 본계약이 아니다. 차세대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이다. 협력의 잠재력과 삼성전자 실적에 실제 반영될 확정 매출은 구분해 봐야 한다.

3일 토요경제 기업재무분석실이 삼성전자 공식 발표문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 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브로드컴과 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2030년까지 5년간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2000억달러 이상 규모의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요한 대목은 표현이다. 삼성전자는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지 않았다. 연도별 구매 물량, 제품 단가, 최소구매 의무도 공개하지 않았다. 2000억달러 전액을 삼성전자의 확정 수주잔고로 계산하기 어려운 이유다.

삼성전자 발표문에는 메모리,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분야별 금액도 없다. 선수금, 계약 해지 조건, 위약금, 본계약 체결 일정도 확인되지 않았다. 2000억달러가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서 직접 사들이는 반도체 금액인지, 공동개발과 파운드리·패키징을 포함한 전체 협력가치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실제 매출은 향후 제품 개발, 고객 인증, 양산, 공급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MOU가 본계약으로 전환되고, 물량과 단가가 확정돼야 삼성전자 회계에 매출로 반영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번 협력의 의미가 작다는 뜻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브로드컴의 고속 데이터통신용 반도체에 2나노미터 이하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2.3차원과 2.5차원 첨단 패키징도 협력 범위에 들어갔다.

이는 삼성전자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세계 1위지만 첨단 파운드리에서는 대만 TSMC에 밀려 있다. 브로드컴은 글로벌 빅테크의 맞춤형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대표적인 주문형반도체(ASIC) 업체다. 브로드컴 제품이 삼성전자 2나노 공정에서 본격 양산되면 첨단 공정 가동률과 고객 기반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

삼성전자가 노리는 것도 이 지점이다. 메모리,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턴키 경쟁력을 브로드컴이라는 대형 고객을 통해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고객은 단순 칩 공급보다 설계, 생산, 패키징, 메모리 조달을 묶은 통합 솔루션을 원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 구조에 들어가면 메모리 호황을 파운드리 회복으로 연결할 수 있다.

관건은 MOU가 실제 구매 의무가 담긴 본계약으로 얼마나 전환되느냐다. 최소구매량과 가격 하한이 있는지, 브로드컴이 물량을 줄이거나 사업계획을 바꿀 경우 보상 조건이 있는지에 따라 계약의 실질가치는 달라진다. 2000억달러라는 숫자보다 계약서에 들어갈 물량과 단가가 더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밝혀야 할 내용도 분명하다. 2000억달러의 산정 근거, 삼성전자 직접 매출 비중, 메모리와 파운드리별 예상 금액, 연도별 공급 일정, 최소구매 약정, 본계약 체결 여부다. 이 숫자가 확인돼야 시장은 이번 협력을 수주잔고와 실적 전망에 반영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의 협력은 AI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대형 기술동맹이다. 그러나 본계약과 확정 물량이 확인되기 전까지 이를 ‘2000억달러 확정 수주’로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 시장이 확인해야 할 숫자는 보도자료의 협력 총액이 아니라 계약서에 담길 최소 물량과 실제 매출이다.

 

한편 발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단기적으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발표 전 거래일인 7월 24일 25만2500원에 거래를 마친 뒤 7월 27일 25만4000원, 7월 31일 26만2500원으로 올랐다. 다만 8월 3일에는 23만9500원으로 하락했다. 브로드컴 협력 기대가 주가에 일부 반영됐지만, 이후 실적 지속성 우려와 차익 실현이 겹치며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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