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르밀이 전격적인 폐업을 선언, 길거리에 내몰릴 위기인 직원들이 가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중견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일방적으로 사업종료를 발표한 이후 거센 후폭풍이 휘말리고 있다.
적자누적을 이유로 회사측이 폐업 발표와 함께 적직원에 대해 일방적 해고 통보를 한 것에 대해 400명의 푸르밀 직원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푸르밀 직원들은 "경영진의 무능으로 회사가 위기를 맞았는데, 그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집단소송 등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푸르밀은 최근 이메일을 통해 사업정리와 전직원의 정리해고를 일방 통지했다. 대상은 전 임직원이며, 해고 기준일은 다음달이다. 근로기준법상 최소 50일 전에 해고통지를 해야하는데 단 44일만에 해고를 통보한 것이다.
졸지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한 약 400명의 푸르밀 직원들은 사측의 일방적 폐업과 해고통보가 무능한 경영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푸르밀 경영진이 전격적인 폐업을 발표하기까지 무능한 경영능력과 무책임한 행태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도덕성 논란까지 비화되는 양상이다.
노조 "신대표 취임 후 부실" 무능한 경영진 성토
푸르밀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내고 "신준호, 신동환 부자의 비 인간적이고 몰상식한 행위에 분노를 느낀다"며 "이에 강력한 투쟁과 생사의 기로에선 비장한 마음을 표출하려 한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전직원의 강력한 반발에 대해 사측은 폐업과 이로인한 전직원의 정리해고가 불가피했음을 강조한다.
4년 이상 적자가 누적된데거 매각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 봤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부득이하게 회사 문을 닫게됐다는 설명이다. 폐업을 하는만큼 전직원의 정리 해고도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것이다.
회사측 얘기대로 푸르밀의 재무상태는 매우 심각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푸르밀은 매출 2천억원 안팎을 올리는 중견기업이지만, 과도한 판관비 탓에 손익구조가 매우 취약하다.
2019년 7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시작으로 2020년엔 무려 3백억원의 순손실을 내기도 했다. 작년에도 130억원대의 손실을 내는 등 4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재무상태도 부실하다. 2021년말 기준 자산이 865억6600만원이지만, 부채거 723억1400만원에 달한다. 순자산이 매년 쪼그라들면서 작년말 기준 부채율이 500%가 넘는 등 부실이 날로 심화하는 양상이다.
사측 "적자규모 눈덩이, 폐업 불가피" 강조
그러나 노조는 사측이 소비자 성향에 따른 사업 다각화 및 신설 라인 투자 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했으나 안일한 주먹구구식의 영업을 한 것이 부실을 키웠다고 항변한다.
노조 측은 특히 신준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취임, 오너 체제로 전환한 이후 부터 위기가 찾아왔다고 주장한다.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인성을 바탕으로 어떤 조언도 귀담아 듣지 않고 무능력한 경영을 함으로써 회사를 적자 구조로 바꿨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표상으로는 노조측 주장대로 신 대표가 취임한 2018년 부터 눈에띄게 실적이 악화됐다. 푸르밀은 신대표 체제로 전환한 2018년 1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고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영업손실이 크게 불어났다.
노조는 그간 회사 사정을 봐서 조합원들이 희생을 감수하며 회사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했는데, 경영진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별로 노력도 하지 않고 그들의 잇속만 챙긴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
실제 푸르밀 노조는 지난 44년간 쟁의나 파업을 하지 않았고 임금 삭감과 공장 인원 축소를 감내했다. 하지만, 신준호 회장의 급여는 그대로였고 심지어 올초 퇴사하면서 퇴직금 30억원까지 챙겨갔다는게 노조측의 설명이다.
푸르밀 경영진의 전격적인 폐업 발표는 협력업체들에게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푸르밀에 원유를 공급해왔던 낙농가와 협력 업체 직원 약 50명, 화물차 기사 약 100명도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홈플러스, 이마트 등 푸르밀과 자체 브랜드(PB) 상품 공급 계약을 맺은 유통업체도 대체 업체 물색에 나섰다.
44년 만에 문을 닫는 푸르밀로 인해 공장이 있는 전북 전주 지역사회 충격에 휩싸였다. 푸르밀 공장은 임실군 신평면에 있는데, 푸르밀과 임실군 등에 따르면 이 회사의 전주공장과 대구공장은 오는 11월 25일 최종 생산을 마친 뒤 문을 닫는다.
전주공장은 우유와 분유 등 유제품을 생산하며 지역 경제에 큰 보탬이 됐다. 공장이 폐쇄되면 지자체 세수가 줄어들 뿐 아니라 직원들의 생계와 낙농가, 운송업체 등에 연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협력업체와 지역사회까지 난감한 상황
전주공장에는 협력업체를 포함해 17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다음달 공장이 문을 닫으면 길거리에 나앉을 판국이라는게 현지 직원들의 푸념이다. 여기에 푸르밀과 거래해온 임실지역 소재 19개 낙농가와 100여명의 화물차 기사들이 생업에 막대한 지장이 불가피해졌다.
김성곤 전주공장 노조위원장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직원들은 어떤 고통도 감내할 수 있다”며 “회사가 적자로 문을 닫고 당장 나가라고 하면 생계가 달린 직원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업계에선 "푸르밀 오너 측이 LG생활건강과 M&A를 물밑 추진하다가 이것이 여의치 않자 전격 폐업을 택한 것 같다"면서 "오너들은 포기하고 손떼면 그만이지만, 회사 직원과 협력업체는 갑작스런 폐업결정에 매우 난감한 상황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푸르밀은 1978년 롯데그룹 산하 롯데유업으로 출발했다가 2007년 4월 그룹에서 분사했다. 분사 당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지분을 100% 인수했고, 지난해부터는 신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어 왔다.
2009년엔 사명을 현재의 푸르밀로 바꿔 재도약을 모색했다. '비피더스', '검은콩이 들어 있는 우유', '바나나킥 우유' 등 익숙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유가공 전문 기업으로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했으나 지난 몇년간의 경영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문을 닫은 것이다.
한편 푸르밀이 지난 17일 사업종료를 통보한 이후 현재까지 나흘간 회사 홈페이지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토요경제 / 조은미 기자 amy1122@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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