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맵부심’ 챌린지”…매운 라면 ‘전성시대’

산업 / 이슬기 / 2023-09-19 16:06:22

국내 라면기업 빅3가 매운맛을 한층 강화한 ‘매운 라면’ 신제품을 차례로 선보이고 소비자의 입맛 자극 경쟁에 돌입했다. 상반기 해외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매운 라면’의 인기가 국내에서도 재현될 조짐도 보이고 있어, 라면업계의 매운맛 진검승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라면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스테디셀러 신라면의 매운맛을 두 배 이상 강화한 ‘신라면 더 레드’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오뚜기는 지난달 열라면에 마늘과 후추맛을 더한 마열라면을 선보였고, 삼양라면도 매운 국물 라면인 ‘맵탱’을 내놓고 불닭볶음면으로 쌓은 매운맛의 자존심을 이어가겠다고 각오다.

사실 라면업계의 매운맛 경쟁은 최근 수년 동안 지속된 트렌드 중 하나로, 더 매운맛을 찾는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자극적인 매운맛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 코로나19로 촉발한 경기불황 탓에 지친 소비자들이 더 매운맛을 찾게 됐다는 원론적인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라면업계에는 최근 불어 닥친 ‘매운맛’ 열풍의 원인이 ‘챌린지(challenge)’ 효과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챌린지는 특정인이 한 미션에 도전해 성공하면 태그를 달아 업로드 하고, 이 영상을 본 또 다른 이가 똑같이 따라하는 행위로, MZ세대 사이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는 수많은 유튜브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불닭볶음면’으로 대표되는 매운 라면을 먹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촬영해 업로드 하는 먹방 챌린지가 대히트를 쳤다. 또한, 해당 영상을 본 후기영상까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매운 라면 선호 현상이 MZ세대의 식품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MZ세대 사이에서는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을 일컫는 ‘맵찔이’와 매운 음식을 잘 먹는 사람이 자부심을 갖는다는 ‘맵부심(매운맛+자부심)’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상태다. 젊은층 사이에서는 이미 매운 라면이 대세로 잡은 것이다.

라면 업계에서도 ‘매운 라면’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지금의 현상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매운 라면에 길들여진 소비자의 경우 더 자극적인 매운맛을 찾기 때문에 다양한 입맛을 충족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어서다.

이러한 현상으로 라면 업계는 매운맛 경쟁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국내 라면업계 1위 농심은 스테디셀러 신라면의 매운맛을 두 배 이상 강화한 ‘신라면 더 레드’의 정식 출시를 결정했다. 더 레드는 지난달 14일 한정판으로 선보였는데 출시 2주 만에 500만봉이 모두 팔렸다. 이후 추가로 500만봉을 더 생산했지만 이 역시 조기 완판행진을 이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로 했다.

매운맛을 측정하는 스코빌 척도 기준으로 ‘신라면 더레드’는 7500SHU 수준이다. 스코빌 척도란 고추에서 기름을 짜고 여기에 설탕물을 계속 넣어가며 사람이 매운맛을 느끼지 못하는 순간까지 투입된 설탕물의 양을 측정해서 매겨진다.

통상 청양 고추가 1만2000스코빌 정도인데, 이 경우 청양 고추 기름을 1만2000배의 설탕물로 희석시켜야 매운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불닭볶음면의 스코빌지수가 4400SHU인 것을 고려하면 신라면 더 레드의 매운 정도를 예상할 수 있다.

오뚜기 역시 지난달 16일 기존 매운 라면인 ‘열라면’에 마늘맛과 후추맛 강화한 마열라면을 출시하고 ‘매운 라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오뚜기는 국민배우 황정민을 마열라면의 모델로 내세워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마열라면의 스코빌 척도는 5013SHU로, 더레드 보다는 조금 덜 맵다. 출시 40일 만에 300만봉(봉지면)이상 판매됐고, 용기면을 포함한 판매량은 400만개를 돌파했다.

불닭볶음면으로 매운 라면 시장의 선두에 위치한 삼양라면은 지난달 17일 매운 국물 라면 ‘맵탱’ 선보였다. 화끈·칼칼·알싸 등으로 맛을 세분화해 3가지 맛으로 출시했다. 맵탱 흑후추소고기라면과 맵탱 마늘조개라면은 8월 말부터, 맵탱 청양고추대파라면은 9월 말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맵탱의 스코빌지수는 6000SHU 안팎으로 추정된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매운 국물 라면들이 연달아 출시된 것은 매운맛이 다시 한 번 맛의 트렌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며 “예전 짬뽕라면, 짜장라면 등을 연달아 라면회사들이 출시한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토요경제 /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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