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1000만 시대, 샴푸는 팔리는데 믿음은 따라오나

유통·소비재 / 김은선 기자 / 2026-06-29 22:06:37
진료 인원보다 큰 체감 시장…프리미엄부터 다이소까지 탈모 케어 경쟁 확산
▲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된 AI이미지

 

탈모 관리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병원을 찾는 탈모 환자 증가세는 완만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탈모 불안은 훨씬 넓다. 이 간극이 기능성 샴푸, 두피 앰플, 프리미엄 헤어케어 제품 시장을 키우고 있다.

대한탈모치료학회는 국내 탈모 인구를 약 1000만명으로 추산한다. 국민 5명 중 1명꼴이다. 다만 이 수치는 학회 추산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하는 실제 진료 인원과는 차이가 크다.

지난해 탈모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4만7382명이다. 2019년 23만3628명과 비교하면 6년 새 약 5.9% 늘었다. 이 가운데 20·30대가 약 40%를 차지했다. 건강보험 통계는 급여 진료를 받은 환자 중심으로 집계된다. 업계가 보는 시장 규모가 더 큰 이유다. 병원에 가지 않는 초기 탈모, 유전성 탈모, 노화성 탈모, 예방 목적의 소비까지 포함하면 실제 소비층은 진료 통계보다 넓다는 설명이다.

젊은 층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탈모의 원인은 유전, 호르몬, 질환, 영양 상태, 생활습관 등 다양하다. 스트레스와 무리한 다이어트, 불규칙한 생활도 탈모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20·30대는 탈모를 질환 이전의 외모·자기관리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치료보다 예방과 관리 소비가 먼저 움직이는 배경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2025 헤어 관리 및 탈모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탈모 증상이 없는 응답자 중 예방에 관심이 있다는 비율은 2022년 42.7%에서 지난해 46.9%로 높아졌다. 탈모가 이미 진행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 증상이 없는 사람들의 선제 소비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들도 이 흐름에 빠르게 올라타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두피를 하나의 피부로 인식하는 ‘스키니피케이션’ 트렌드가 국내외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프리미엄 두피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는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의 북미 사업 전체 매출도 1680억원으로 35% 증가했다.

CJ올리브영에서도 헤어케어 상품군은 빠르게 커졌다. 회사 측에 따르면 최근 3개년, 2023년부터 2025년까지 헤어케어 상품군은 연평균 70%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0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입점 헤어케어 브랜드 수는 2022년 대비 약 50% 늘었고, ‘탈모 샴푸’와 ‘탈모 앰플’ 검색량도 전년 대비 각각 145%, 241% 증가했다.

초저가 채널도 예외가 아니다. 다이소 관계자는 “올해 1~5월 탈모 관련 샴푸·린스 매출이 전년 대비 약 45%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탈모 관리 제품이 프리미엄 소비층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가 브랜드부터 H&B스토어, 초저가 생활용품 채널까지 수요가 번지고 있다. 탈모 관리가 특정 연령이나 특정 소득층의 소비가 아니라, 일상적 자기관리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도 성장세다. 시장조사기관 모르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탈모 치료 제품 시장 규모는 올해 31억4000만달러에서 2031년 44억5000만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7.19%로 제시됐다.

문제는 시장의 속도만큼 소비자 신뢰가 따라가느냐는 점이다. 탈모 관련 제품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품목은 전용 샴푸다. 접근성이 높고 가격대도 다양하다. 하지만 샴푸는 치료제가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탈모 증상 완화’와 ‘탈모 치료’를 혼동하기 쉽다. 이 지점에서 과장 광고 논란이 반복된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2012~2014년 탈모방지샴푸 이용자 490명을 조사한 결과, 사용 전 효능 기대치는 58.8%였지만 실제 만족도는 13.5%에 그쳤다.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8.9%가 “시중 탈모 제품 중 과대·허위 광고가 많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소비 의향은 줄지 않았다. 탈모 예방에 비용을 지출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2023년 73.5%에서 2025년 76.6%로 높아졌다. 관련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90.4%가 동의했다. 소비자는 제품을 완전히 믿지 않으면서도, 불안을 줄이기 위해 지갑을 열고 있는 셈이다.

탈모 케어 시장은 앞으로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성장의 관건은 제품 수가 아니라 신뢰다. 탈모 인구 1000만명이라는 말은 시장을 키우는 데는 유효하지만, 제품 효능을 증명해주지는 않는다. 기업들이 ‘탈모 불안’을 파는 데 그친다면 시장은 커져도 불신은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 탈모 헤어케어 시장에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광고 문구가 아니라, 치료와 관리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설명이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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