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압구정 찍고 원전·해외로 간다…건설명가의 귀환

부동산·건설 / 위아람 기자 / 2026-06-25 05:05:51
2025년 영업이익 흑자전환·수주 33조원 돌파
이한우 대표 리더십&현대차그룹 미래 에너지 전략 더해
▲ 현대건설 사옥<사진=양지욱 기자>

 

현대건설이 건설 경기 둔화 속에서도 수주와 수익성을 동시에 회복하며 체질 개선 국면에 들어섰다. 업황 부담은 여전하지만, 현대건설은 도시정비, 해외 플랜트, 원전·SMR, 에너지 인프라를 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국내 대표 건설사의 저력을 다시 입증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실적 회복이다. 현대건설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31조629억원, 신규 수주 33조4394억원, 영업이익 6530억원을 기록했다. 신규 수주는 연간 목표를 웃돌았고, 영업이익은 전년 부진에서 벗어나 흑자전환했다. 단순히 매출 규모를 키운 것이 아니라 선별 수주와 공정 관리 강화로 수익성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무 체력도 긍정적이다. 현대건설은 2025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5조원 이상 확보했고, 유동비율은 147%대, 부채비율은 170%대 중반으로 관리했다. 건설업 특성상 대형 프로젝트와 운전자본 부담이 클 수밖에 없지만, 현대건설은 풍부한 현금과 업계 최상위권 신용도를 바탕으로 불확실한 시장을 버틸 체력을 갖췄다.

올해 1분기 실적도 방어력이 확인됐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줄었지만, 연결 기준 매출 6조2813억원, 영업이익 1809억원, 당기순이익 2068억원을 기록했다. 대형 현장의 공정이 본격화되며 연간 매출 목표의 20% 이상을 1분기에 달성했다.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익을 유지했다는 점은 오히려 현대건설의 기초 체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주 경쟁력은 더 뚜렷하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도시정비사업 수주 1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도 서울 강남권 핵심 사업지인 압구정3구역과 압구정5구역을 잇따라 확보하며 ‘압구정 현대’의 상징성을 다시 가져왔다. 압구정2·3·5구역을 합친 수주 규모는 약 9조8000억원에 이른다. 단순한 정비사업 수주가 아니라 서울 최고 입지에서 브랜드와 시공 능력을 동시에 인정받은 결과다.

해외에서도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라크에서 4조원대 초대형 해수처리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하루 500만 배럴 규모의 용수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로, 이라크 원유 증산 전략과 맞물린 핵심 인프라 사업이다. 이는 현대건설이 단순 주택 시공사가 아니라 중동 에너지 인프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플랜트 기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미래 성장축은 원전이다. 현대건설은 UAE 바라카 원전 경험을 바탕으로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미국 프로젝트 마타도르, 미국 팰리세이즈 SMR 등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테라파워, HD현대중공업과 4세대 원자로 사업 협력에도 나섰다.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원전과 SMR은 현대건설의 장기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오너십과 경영진의 방향성도 긍정적으로 읽힌다. 현대건설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가 주요 주주로 참여한 현대차그룹의 핵심 건설 계열사다.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로봇, AI, 수소 에너지, 데이터센터, 스마트시티 등 미래 산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 전략은 결국 대규모 건설과 에너지 인프라 실행력을 필요로 한다. 현대건설이 그룹 미래사업의 인프라 파트너로 역할을 확대할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이한우 대표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 대표는 현대건설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내부 출신 경영자다. 주택과 전략기획을 두루 거친 그는 수익성 중심 경영과 에너지 인프라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최근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도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경영자가 직접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시장에 기업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현대건설의 강점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내에서는 압구정 등 핵심 정비사업을 확보했고, 해외에서는 이라크 플랜트와 원전 프로젝트를 키우고 있다. 재무적으로는 흑자전환과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고, 전략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에너지·스마트시티 구상과 연결돼 있다.

건설업은 여전히 어려운 국면이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업황을 탓하기보다 수주 구조를 바꾸고 있다. 주택, 플랜트, 원전, 에너지 인프라를 함께 가져가는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최근 성과는 단기 실적 개선을 넘어, 다음 성장 국면을 준비하는 건설사의 전환으로 볼 만하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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