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 신윤복의 대표작 〈미인도〉를 이제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상설로 만날 수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7일 〈미인도〉 전용 상설 전시 공간인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방, 미인도실’을 공개했다. 그동안 〈미인도〉는 간송미술관 소장품 가운데서도 대중 공개 기회가 많지 않았던 작품이다. 서울 간송미술관 등에서 특별전 형식으로 제한적으로 공개될 때마다 관람객들이 긴 줄을 서야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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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윤복의 미인도 상설전시실. [대구간송미술관] |
이번 상설 전시는 단순히 한 점의 명화를 상시 공개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대구간송미술관은 〈미인도〉를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관람객이 작품을 향해 천천히 걸어 들어가고 마침내 한 점의 그림과 마주하는 경험 자체를 전시의 일부로 구성했다.
전시 공간은 한옥의 구조와 감각에서 영감을 얻었다. 관람객은 어둡고 긴 복도를 지나 작은 방에 이른다. 한지로 마감된 방 안에는 다른 장식이나 설명보다 〈미인도〉 한 점이 중심에 놓인다. 과도한 연출을 덜어내고, 그림 속 인물과 관람객의 시선이 조용히 만나는 순간에 집중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미인도〉는 배경 없는 화면 속에 한 여인이 홀로 서 있는 작품이다. 쪽빛 치마, 단정한 저고리, 손끝에 살며시 쥔 옷고름과 노리개, 치맛단 아래로 살짝 드러난 버선코는 조선 후기 여성의 복식과 몸짓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화면 전체는 차분하지만, 고개를 숙인 듯하면서도 앞을 바라보는 시선과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은 인물에게 생생한 존재감을 부여한다.
이 작품은 조선시대 인물화 가운데서도 여성 인물 표현의 절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신윤복 특유의 세련된 선묘와 절제된 채색, 인물의 심리까지 포착하는 감각이 응축돼 있다. 단순히 ‘아름다운 여인’을 그린 그림이 아니라, 한 시대의 미감과 생활, 시선의 태도까지 담아낸 작품이다.
〈미인도〉는 간송 전형필이 지켜낸 대표 수집품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간송 컬렉션은 일제강점기와 근현대사의 격변 속에서 한국 문화재를 지켜낸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상설 공개는 한 작품의 전시를 넘어, 간송의 문화유산 보존 정신을 오늘의 관람객에게 지속적으로 연결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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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윤복의 미인도. [대구간송미술관] |
대구간송미술관과 대구시는 이번 ‘미인도실’ 공개를 계기로 〈미인도〉를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처럼, 한 점의 작품이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과 관광 동선을 이끄는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기대다.
그동안 특별한 시기에만 마주할 수 있었던 〈미인도〉는 이제 대구에서 언제든 관람객을 기다린다. 어두운 복도 끝, 한지로 감싼 작은 방 안에서 조선 후기의 한 여인은 오늘의 관람객과 다시 눈을 맞춘다.
한편 간송은 일제강점기 한국 문화재 보존에 평생을 바친 간송 전형필의 호다. 전형필은 사재를 들여 해외 반출 위기에 놓인 서화, 도자, 전적류를 수집하고 보존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신윤복의 풍속화첩 등 한국 미술사와 문화사에서 핵심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 상당수가 그의 수집과 보호를 통해 전해졌다.
그가 1938년 서울 성북동에 세운 보화각은 한국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평가된다. 이후 간송미술관의 모태가 됐다. 간송 컬렉션은 단순한 개인 수집품이 아니라, 식민지 시기 한국 문화의 원형을 지키려 한 문화적 저항의 결과물이다. 대구간송미술관의 〈미인도〉 상설 공개 역시 그 유산을 지역과 일상 속으로 확장하는 의미를 갖는다.
토요경제 / 마리아김 문화전문기자 kimjjyy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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