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I(고물가) 이어 R(경기 침체)의 공포까지

체크Focus / 조은미 / 2022-06-17 15:31:35
美 제조업지수 코로나 초기 이후 첫 마이너스, 0% GDP 전망
공급부족-최악 인플레-연준 금리 인상으로 성장세 식어간다
韓 '그린북'에서 올 첫 '경기둔화 우려' 표현 사용해 경계
강점 수출은 둔화 조짐 뚜렷, 설비투자는 3개월 연속 감소

 

▲ 한국경제의 강점인 수출의 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15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보이던 수출 증가율이 이달에는 한 자릿수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제공>

 

실물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가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하는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도 경기후퇴가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세계 주요 증시에서도 금리인상의 쇼크에 이어 실물 경제의 모멘텀 상실로 인한 성장리스크로 투자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주요 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16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회복이 정체되거나 경기후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경제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경기를 보여주는 미국의 5월 주택 착공 건수는 155만건으로, 전월보다 14.4% 급감해 1년여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 활동 지수는 -3.3으로,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제조업 경기가 위축세로 돌아섰음을 의미한다. 코로나사태 이후 미국경제가 또 다른 형태의 성장모멘텀 상실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전날 발표된 5월 소매 판매는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월보다 감소했다. 같은 날 애틀랜타 연은이 미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집계하는 'GDP 나우'는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로 내렸다.

WSJ은 이같은 경기 성장세가 식고 있는 원인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계속되는 공급 부족,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등에 있다고 분석했다.

일시적인 성장 모멘텀 상실보다 본격적인 경기 후퇴에 대해서는 논란이다. 통상 경기후퇴는 2개 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 감소로 정의한다. 미국에선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공식적으로 경기후퇴 여부를 판정하는데 최근 경기후퇴 시기는 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 초기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0.75%의 자이언트 스텝 금리인상 이후 기자회견에서 경기 후퇴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이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다.

JP모건은 현재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상황을 보면 미국의 경기침체 발생 확률이 85%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후퇴 시기에 접어들었고 보는 시각도 있다. 캐나다 금융회사 '인더스트리얼 얼라이언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세바스티앵 마크마옹 맥마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이미 경기후퇴에 빠졌을 가능성이 커졌고 이는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GDP 성장률이 몇 분기 동안 0%선을 오르내릴 것"이라며 "2023년이 끝나기 전 몇 번의 기술적 경기후퇴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제에서도 이와 비슷환 형태의 경기둔화 내지는 후퇴에 대한 신호와 경고가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대외 여건 악화 등으로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 부진, 수출 증가세 약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식 보고서에서 '경기 둔화 우려'라는 표현을 쓴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수출 회복과 투자 부진에 대한 우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경제 전체가 둔화나 쇠퇴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경기 둔화 우려'라는 표현과 관련해 "경기가 둔화할 것 같을 때 과거 '불확실성 확대', '회복세 약화 우려' 정도로 썼던 걸 좀 더 솔직하게 표현했다"며 "전반적으로 경기가 꺾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정부의 경계심이 높아진 걸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한국경제의 주요 동력이었던 수출, 투자의 둔화 조짐도 심상치 않다. 수출은 지난달 21.3% 증가했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10.7% 늘어나 4월(15.3%)보다 증가세가 둔화했다.

이 과장은 "전반적으로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달에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가 나오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 등에 따른 물류 차질, 기저효과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7% 감소했다. 수출은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해왔다.

설비투자는 지난 4월에 전월보다 7.5% 줄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두 달 연속 하락했고 앞으로 경기를 나타내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개월 연속 내려가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기의 둔화 조짐에도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물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정부는 전날 경제전반에 대한 ‘비상 경제 대응 체제' 로 전환하면서 "저성장 극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의 주요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토요경제 / 조은미 기자 ysce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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