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위험수위 넘어선 환율 1400원 위협...금융권·산업계 '환율비상'

산업1 / 장학진 기자 / 2022-08-23 15:23:27
정부 시장 구두개입 속 13년여만에 1340원 초중반대 치솟아...일부업종 제외 대부분 고환율 피해 우려
▲2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은혜 홍보수석이 원/달러 환율 상승 등 현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예사롭지 않던 환율 오름세가 결국 위험수위마저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4월 이후 최초로 1340원대를 뚫었다.


22일부터 불안한 조짐을 이어기던 환율은 23일 오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 종가보다 달러당 3~4원 오른 1340원대 초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환율이 1340원선을 돌파한 것은 13년 4개월 만의 일이다. 정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했음에도 달러 강세는 좀처럼 멈출 줄을 모르고 있다.


환율이 1340원대로 치솟자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오전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고 이어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오전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 흐름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급기야 금융 당국은 고환율을 악용해 외환시장을 교란하는 불법, 불공정 행위에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선언했다. 외환당국은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 지 면밀히 점검할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외환시장과 단기 금융시장 등의 주요 리스크 요인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시장 변동성을 악용하는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외환 시장 개입에도 불구, 환율의 추세적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에 따라 환율 상단이 심리적 지지선인 1350원이 무너지면 1380원, 나아가 1400원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외환시장의 큰 물줄기가 달러화 강세이다 보니, 우리 외환당국의 역할을 크게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달러 강세, 원화 약세가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미 달러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유례없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복합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최고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화 수요가 급증한데다, 미국의 대대적인 금리인상에서 비롯된 결과로 풀이된다.


환율이 위험수위를 넘어서면서 우리 경제 곳곳에 비상이 걸렸다. 거시경제 전반에 환율 급등으로 인한 파장이 막대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환율 불안의 여파로 증시는 큰 폭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3일 2시50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10% 급락한 2435.39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닥은 낙폭이 더 커서 같은시각 전일대비 1.68% 떨어진 782.49에 머물러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환율급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대외 충격에도 불구, 국내 금융 부문의 안정성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각종 금융 관련 데이터는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유가와 곡물가 폭락으로 치솟는 물가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정부도 난감한 입장이긴 마찬가지다. 환율 급등으로 수입물가지수의 상승을 막을 방법이 없는 탓이다. 이달 물가상승률은 가파른 상승세를 멈추고 6%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한율 상승이란 큰 암초를 만난 셈이됐다.


기업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환율 상승으로 환차익이 기대되는 일부 수출기업을 제외하곤, 대부분 업종에 빨간등이 켜졌다. 환율 상승이 수입원가를 높여 채산성 악화가 예상되는데다가, 결국 이같은 분위기가 수요침체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산업계 관계자들은 "물가상승이 심화되는 국면에 원자재를 비싼 가격에 해외에서 수입해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 입장에선 환율이 급등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고환율로 피해가 우려되는 대표적인 업종이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다. 특히 항공사들의 경우 환율 급등은 무 건전성을 악화하는 주요 요인이다.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난 항공업체들은 고환율에 또다시 발목이 잡힐 위기에 처했다.


달러로 유류비, 항공기 리스료 등을 지급해야 하는 항공사들 입장에선 환율은 큰 폭으로 오르면 외화 부채 상환 부담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를때마다 약 35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1200원이었던 환율이 1300원으로 오르면 장부상 3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해외 영업으로 얻는 외화 수익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그마저도 아직 국제선 정상화가 다 이뤄지지 않아 외화 수익 자체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항공사들은 고환율이 해외 여행에 대한 부담감을 늘려 여행 심리를 위축시킬까 전전긍긍이다.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내 철강사들은 철광석 등 원료를 해외에서 주로 수입한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원료 구매 비용이 상승하는 부담이 따른다.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철광석, 석탄 등 원재료 매입시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원가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곧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중소형 철강사나 유통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반해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업종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수입비중이 낮으면서 수출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경우 막대한 환차익이 기대되지만, 이런 업종은 그리 많지 않다"고 전제하며 "고환율이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는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은 게 주지의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토요경제 /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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