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루나 폭락...코인발 금융위기 현실화 되나

체크Focus / 조봉환 기자 / 2022-05-13 17:19:30
김치코인 테라.루나 폭락 사태...다른 코인은 안전한가
달러에 고정됐다고 했으나 실제 시장 변동에 대처 못해
테라-루나의 공급량 조정정책 무색 일주일 새 99% 폭락
▲ 13일 서초구의 빗썸 고객센터. 김치코인이라는 테라와 루나의 폭락으로 전세계 암호화폐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대장코인인 비트코인은 9개월만에 40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사진=연합뉴스>

 

1997년 우리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세계적으로 보면 아시아 외환위기다. 한국은 국제금융시장에서의 과다차입과 해외에서 빌린 돈들의 장·단기 만기 불일치(미스매치) 등의 구조를 갖고 있었는데 태국 바트화 폭락사태로 단기 부채의 차환이 불가능해지고 상환요구가 빗발치면서 보유 외환이 거덜 나면서 위기상황으로 치달았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들의 사인까지 받아가면서 IMF의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이에 대한 대가로 재정, 외환, 주식시장은 물론 기업구조조정 등 경제 전반을 관리받는 혹독한 시기를 보낸 끝에 위기를 넘겼다.

당시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이끌던 말레이시아의 해법은 우리와 달랐다. 자국 통화인 링깃을 달러에 고정시키는 고정환율제(1달러당 3.8링깃)를 채택했다. 위기 자체를 헤지펀드의 소행이라고 규정한 마하티르는 링깃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고정환율제인 페그(peg) 정책을 시행했다.

마하티르의 과감한 실험은 외환거래가 끊길 것이라는 국제금융시장의 우려와 달리 외국인 투자자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성공했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 페깅 정책이 다시 소환됐다. 국내 블록체인업체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달러화, 유로화 등 주요 기축통화와 가치가 고정돼 변동성을 줄인 코인) 테라가 불과 일주일 새 80%, 이에 대한 가격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발행된 루나가 99% 넘게 하락했다.

테라폼랩스는 12일(현지시간) 가격 급락에 대응하기 위해 블록체인 시스템을 일시 가동 중단했다가 다시 재가동에 나섰으며 앞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의회청문회에서 테라를 직접 언급하며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여기다 테라측이 최근 매입한 수십억달러의 비트코인이 매물부담으로 작용하며 비트코인 시세까지 덩달아 끌어내리는 등 암호화폐 시장 전체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테라와 루나 폭락사태의 핵심은 가격 변동성을 막기위해 가치를 특정통화에 고정시키는 페깅(pegging) 구조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달러에 고정시키는 ‘테라 달러’(UST)와 이의 공급량을 조절 등에 이용되는 자체 암호화폐인 루나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 등 예상치 않은 변수 때문에 급락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시장 전체가 급락하면서 UST가 급락하면서 루나 발행량이 늘었고 루나의 가격 하락은 다시 UST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했다.

결국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구조라고 했지만 오히려 악순환이 소용돌이식으로 일어나면서 일반 금융시장에서 은행 파산 때나 발생하는 예금 대량 인출사태인 ‘뱅크런’과 유사한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외신들은 이들 코인이 채택한 방식이 테라와 루나에 투자한 사람들의 ‘집단적 의지’ 나 ‘몽상’에만 의존했다고 꼬집었다. 준비자산이 없이 오로지 유동성에 의존하는 암호화폐식 버블이 드디어 터졌다는 것이다.

마하티르의 링깃화 페그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외채 규모 자체(11억달러)가 상대적으로 작았고 석유판매 대금 등으로 외환 보유액은 주변국들에 비해 풍부한 등 경제 실력 자체가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테라와 루나의 코인 폭락사태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선 당장 15억달러(한화 2조원) 이상의 유동성이 필요하다고 시장에서 진단하고 있다. 결국 사태의 진행상태에 따라 테라와 루나는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아니더라도 예전같은 시세는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존재감을 잃어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테라와 루나처럼 코인시장 자체가 실체가 없는 상태에서 유동성에만 의지하면서 24시간 계속 운영되면서 변동성마저 커 이런 위험들에 속속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나타나고 있지만 코인시장의 버블 붕괴는 과거의 금융스캔들이나 위기상태보다 더 예상키 어려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현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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