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기준금리 5연속 동결 한은...긴축강화 카드 다시 만지작

체크Focus / 장연정 기자 / 2023-08-24 15:12:59
24일 금통위, 3.50% 유지 결정...인상압박 속 경기침체 더 고려
한은 "물가변동·美금리 등 향후 추이 따라 인상 필요성 판단"
대내외 관련상황 집중 점검...내달 연준 금리조정이 최대 변수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겸 금통위 의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통위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만장일치로 금리동결을 결정을 내렸다.<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4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또다시 종전 3.50%로 동결키로 결정했다. 지난 2월 금통위 이후 4월, 5월, 7월에 이은 5연속 동결이다.


7월에 물가상승률이 2%초반까지 내려온데다, 경기 부양을 위해 이젠 긴축완화 쪽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틀 때가 됐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한은은 경제 여건이 매우 불안하고 불투명, 금리동결을 선택한 것이다.


이번 금리동결로 이제 모든 관심은 다음달 열리는 미국 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빠르게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의 연준 내부 분위기와 현지 금융권의 전망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다소 우세하다.


FOMC회의 결정에 따라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현재 2.0%포인트(p)에서 2.25%p로 벌어질 수 있는 형국이다. 이 경우 이미 1320원 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과 외국 자본의 이탈 등 골치아픈 문제가 불거질 개연성이 크다.

■ 긴축완화도 강화도 어려운 딜레마...동결이 답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재차 동결하며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간과했을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긴축유지 결정을 내린 것은 현 상황에서 한은으로서도 최선의 선택지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포함해 금통위원 전원이 금리동결에 의견을 같이했다.


동결 외에는 뾰족한 답이 없다는 얘기다. 그만큼 현재 우리 경제여건은 긴축을 완화하기도, 강화하기도 어려운 딜레마 상황에 놓여있다. 우선 1년 넘게 차갑게 식어있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려 돈을 푸는 것은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다. 


금리인하는 이것 저것 걸리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한은이 금리를 내리고 미국이 내달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한 달새 0.5%p 더 벌어져 무려 2.50%에 달할 수 있다.


이는 달러 수요증가로 귀결되며 환율인상 압박을 가중시키고 증시 등 금융시장에서 외국자본의 '셀코리아'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우리경제의 뇌관으로 평가받는 가계부채 증가폭을 더 키울 수도 있는 것도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부동산규제 완화로 담보대출이 급증하며, 가계부채는 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5연속 금리동결을 결정했다.<사진=연합뉴스제공>

 

지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까지 떨어져 인플레이션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은 분명 금리인하에 영향을 미칠만한 요소지만, 이 마저도 최근 흐름이 좋지않다.


국제유가의 강세, 공공 요금 인상, 수입물가 상승 등 최근 물가상승 압력은 날이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집중호우와 태풍 여파로 농산물 가격이 10% 넘게 뛰면서 7월 생산자물가가 넉 달 만에 반등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24일 한은에 따르면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6월(119.77)보다 0.3% 오른 120.14(2015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제품판매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자물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은이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록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 다시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못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가상승률이 지난달 2.5%에서 갑자기 3%로 뛰어도 이상할게 없는 상황이란 뜻이다. 

■ 연내 금리인하 일축...추이 보고 금리인상 판단

금리인하에 따른 리스크가 크다고해서 금리를 올리는 것도 결코 쉽게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 무엇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온 가운데 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기가 더욱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관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앞다퉈 하향조정하는 상황에 한은이 24일 '현수준 유지' 전망을 내놓은 것과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맥을 같이한다.

 

▲ 이상기후 여파로 최근 채소값이 크게 올라 물가상승 압박을 가중시키며 긴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타의 채소코너.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부진이 이어지며 수출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생산, 소비, 투자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 기준금리를 더 올린다는 것은 경기회복과 경제 성장률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아파트를 시작으로 반등에 성공한 부동산경기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가계부채 영세 채무자들의 금리부담도 가중될 게 불보둣 뻔하다. 금리인상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고 있는 금융 부실 리스크를 더욱 키울 수도 있다.


이처럼 한은 입장에선 금리인상과 금리인하 중 어느것 하나 쉽게 선택할 수가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향후 대내외 추이를 봐가며 대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읽힌다.


이는 시장의 전망과도 일치한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53개 기관, 100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무려 92%가 기준금리를 동결을 점쳤다. 전문가들은 금리상승 압박에도 통화당국이 기준금리 동결을 통해 경기가 더욱 짓눌리는 것을 막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었다.


한은은 이와관련, 당분간 현재의 긴축 기조(금리동결)를 유지하며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경제성장의 하방위험,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향후 기준금리 조정과 관련된 하방요인과 상방요인을 두루 집중적으로 점검, 대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추가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 파월 젝슨홀 미팅 발언 수위 초미의 관심사 떠올라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회의후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 연준의 다음 회의에서 미국의 금리정책이 어떻게 될지, 통화긴축이 얼마나 오래갈지 등에 따라 외환시장과 물가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어 "이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 확대되고 있어 금리인상 옵션을 열어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가계대출 증가와 관련, 금리가 과거처럼 1~2%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않다"고 밝혔다. <사진=한은>

 

한은이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함에 따라 국내 최종 기준금리는 사실상 3.75%로 상향조정된 것으로 봐야한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에 따라 미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다음달 연준 FOMC정례회의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앞서 오는 25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례경제심포지엄, 이른바 '잭슨홀미팅'과 이 자리에서 기조연설할 할 제폼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내용에 전세계 금융당국과 업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통상 잭슨홀미팅에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와 방향, 그리고 연준위원들의 종합적인 견해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잭슨홀미팅에선 다음달로 FOMC정례회의에서 긴축을 유지할 지, 강화할 지에 대한 연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미 연준이 정책금리 추가 인상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파월이 잭슨홀 미팅에서 긴축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강성발언(매파적)을 쏟아내고 9월 금리인상으로 이어진다면 한은이 추가 금리인상 카드를 예상보다 앞당겨 내놓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