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이직자 3명 대상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신청 등 강력 대응 주목
| ▲'삼성맨'에서 롯데바이오로 초대 대표로 변신한 이원직 대표가 지난달 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아시아태평양 트랙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롯데가 바이오사업에 뛰어든 이후 선발 업체인 삼성의 전문 인력을 스카웃하면서 시작된 두 그룹의 갈등이 갈수록 첨예하게 전개될 조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력 빼가기 및 영업상의 기밀 유출 의혹을 둘러싸고 대립 중인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공식적인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9일 업계와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는 지난해부터 이달초까지 3차례에 걸쳐 롯데바이오에 인력 빼가기 활동을 즉각 중단하라는 것을 골자로 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내용증명은 법적 효력은 없지만 추후 법적 다툼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공식 문서이다. 즉, 롯데 측이 인력빼가기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으로 끌고 가겠다는 강력한 의사표시이기도 하다.
'삼성맨' 이원직대표 선임 후 예견된 인력 유출
삼성바이오와 롯데바이오의 인력 빼가기와 기밀유출 논란은 삼성의 일부 전문인력이 롯데로 이직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작년 6월 공식 출범한 롯데바이오는 신동빈 롯데회장의 강력한 지지속에 빠르게 사업을 추진해왔고, 이 과정에서 경쟁사인 삼성의 인력을 계속 스카웃하면서 삼성측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특히 롯데가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요직을 두루 거친 '삼성맨'인 이원직 대표를 롯데바이오 초대 CEO로 발탁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며, 이것이 삼성 측을 더욱 자극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원직 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분자세포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글로벌 제약회사인 카이런(현재 노바티스 백신부문)과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를 근무했다. 이후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으로 자리를 옮겨 삼성바이오 출범 당시부터 깊숙히 관여했다.
삼성바이오가 출범한 후 DP(완제의약품) 사업부장을 맡는 등 삼성바이오의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위탁개발생산(CDMO)를 중심으로 바이오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키로 한 롯데그룹으로선 롯데바이오의 초기 안착을 위해선 이 대표가 적격이었던 셈이다. 1977년생으로 롯데그룹내에선 흔치않은 40대 대표를 선임한 이유다.
젊은 나이에 그룹의 미래 사업을 책임질 롯데바이오의 수장에 발탁된 만큼 이 대표는 CDMO사업의 빠른 램프업을 위해 공격적 투자에 나서는 한편 전문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었을 테고, 삼성은 그 핵심 대상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삼성은 롯데가 주력사업으로 선정한 CDMO분야에서 세계 수준에 오른 기업이다.
롯데의 유인에 흔들리는 삼성의 내부 단속용?
사실 롯데바이오를 2030년 글로벌 CDMO 업계 10위권에 진입시킨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운 이 대표로서는 생산능력 확대 등 대규모 투자 못지않게 중요한게 전문 인력의 확보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바이오부문은 국내 전문인력이 태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이 분야의 최고 선발기업인 삼성의 전문 인력들을 우선적으로 스카웃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삼성으로선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듯하다. 이미 CDMO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 신생기업 롯데바이오가 사업적으로 신경 쓸만한 존재는 아니지만,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롯데쪽으로 대거 빠져 나가는 상황이 도래하는 것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 측이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직원들의 기밀 유출 논란을 둘러싼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동시에 롯데바이오에 정식 내용증명을 발송하며, 법적 문제로 비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도 이 같은 업계 상황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인다.
물론 삼성의 이번 내용증명 발송이 법적소송을 전개하겠다는 뜻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비슷한 내용의 내용증명을 3차례 보낸 것에서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은 그러나, 이번 내용증명 발송을 통해 두가지 효과는 노린 것으로 보인다. 롯데측의 계속적인 인력 빼가기와 기밀유출에 대한 경고성 압박수위를 높여 롯데의 인력 스카웃에 제동을 걸겠다는 게 첫번째 효과이다.
업계 내부 기밀자료 보안강화 등 대책 고심
또 롯데로의 이직을 고려중인 전문 인력에 대한 강한 내부단속 효과를 겨냥한 게 두번째다. 특히 만약 이직자들이 삼성의 기밀을 유출할 경우엔 강력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도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삼성에서 이직한 전문인력의 숫자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겠지만 롯데바이오가 공격적으로 사업확장에 나선 만큼 초창기보다 인력 유출이 늘어났고 유인 행위가 계속되고 있어 삼성이 정식 대응에 나선게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삼성의 강력 대응과 일부 이직자에 대한 영업비밀침해 소송 등으로 롯데의 삼성 인력 스카웃은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은 작년에 롯데로 이직한 3명을 대상으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 작년 7월 인천지법으로부터 일부 인용 결정을 받았다.
이어 지난해 10월엔 인천지검이 서울시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롯데바이오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 삼성과 롯데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현재는 핵심 이직자 3명에 대한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롯데가 신동빈 회장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바이오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삼성은 물론이고 경쟁사로부터 전문 인력 스카웃은 어떤식으로든 계속될 개연성이 높다"고 전제하며 "각 업체들이 인력단속과 내부 기밀자료 보안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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