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여행하는 사진작가 ‘케이채’, “실패에서 피어나는 이미지의 세계”

문화라이프 / 김은선 기자 / 2025-10-16 17:00:26
▲ '케이채 사진전 : WANDERGRAPHY 전시회'에서 사진작가 케이채(K Chae)가 포즈를 잡고 있다/사진=토요경제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인간과 자연, 그리고 그 사이의 감정을 카메라에 담는 사진가 케이채(K Chae). 그의 사진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며, 강렬한 색감 속에 고요한 정서를 품고 있다.

기자는 98개국을 여행하며 쌓아온 시선과 경험 그리고 이번 전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들어보았다.

 

Q. 사진 전공자로서 이 경험이 작품 세계나 시각적 접근 방식에 미친 영향은?

사진 전공자만이 사진을 잘 찍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진과는 전혀 다른 분야를 하던 사람이 사진을 시작하는 게 더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그런 시선이 더 독특하고, 자기만의 언어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는 뉴욕 롱아일랜드대학교에서 사진을 배웠지만 학교에서 기술적인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어요.


“이 카메라를 써라조리개 값을 이렇게 맞춰라 같은 얘기는 한마디도 없었죠.


오히려 교수님들은 “너는 무엇을 찍으려 하는가그걸 왜 표현하고 싶은가”와 같은 작품 본질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셨어요. 그게 제 작업에 큰 영향을 줬어요. 결국 중요한 건 장비가 아니라 시선이더라고요. 한국은 상대적으로 장비나 스펙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런데 제 경험상 사진은 테크닉이 아니라 ‘생각과 표현의 언어’에 가까워요. 결국 어떤 장비를 쓰느냐보다, 내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끼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사진작가가 된 계기는?

어릴 때 예술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졌죠. 사진을 전공한 건 단지 좋아서였어요.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마음이 끌렸죠. 졸업 후 광고회사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직장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광고회사는 제 성향과 잘 맞지 않았어요. 결국 다시 사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죠.

 

▲ 토요경제 구독자를 위해 작가가 제공해준 <죽은 자의 밤> 사진 원본/사진=케이채

 

Q. 회화나 조각과 비교했을 때, 작가가 생각하는 ‘사진’의 정체성은?

사진은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에요.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선 늘 누군가의, 혹은 무언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사람이 있어야 인물을 찍을 수 있고, 자연 풍경도 직접 찾아가야하니깐 (풍경을 만든) 지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죠. 결국 사진은 혼자 하는 일이지만, 동시에 협업인 거죠. 그게 회화나 조각처럼 혼자할 수 있는 작업과는 다른, 사진만의 독특한 특성이 아닐까 생각해요.

Q 과거 인터뷰에서 사진을 ‘실패의 예술’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말에 담긴 의미는?

저는 사진을 찍을 때 실패를 이미 예상하고 시작해요. 그래서 시간을 많이 들이죠. 열 번 중 한두 번만 성공해도 그게 좋은 사진이 된다고 믿어요. 실패도 사진의 일부니까요.

예를 들어 한 번은 파키스탄에서 사진을 찍은 아이폰을 도둑맞은 시련을 겪은 적이 있는데 그 과정 속에서 터덜터덜 걸어가다 과일 가게 옆에 있던 할아버지와 소년을 우연히 찍게 됐어요. 그때 찍은 사진이 오히려 마음에 드는 사진으로 남게 되었죠. 실패는 오히려 새로운 길로 방향을 만들어줘요. 아마 모든 예술이 다 그런 것 같아요. 

Q. 스스로를 ‘여행 사진작가’가 아닌 ‘여행하는 사진작가’로 정의한 이유는?


작업 방식이 달라서 구분하고 싶었어요. 여행 사진은 보통 사람들에게 ‘그곳에 가보고 싶게’ 만드는 연출된 이미지가 많죠. 하지만 저는 그런 연출을 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낙타로 연출해 흥행한 인도 타지마할 여행 사진의 경우가 그래요. 인도의 타지마할 근처에는 사실 낙타가 없어요. 연출을 위해 낙타를 데려다 놓은거죠. 그런 이미지는 분명 멋있지만, 저는 그런 연출을 하지 않아요.

‘여행 사진작가’가 여행을 오고싶게끔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면, 저는 ‘여행하는 사진작가’로서 있는 그대로 여행 속에서 내가 무엇을 보고 느끼는지를 담는 거죠.

 

▲ 토요경제 구독자를 위해 작가가 제공해준 <가장 북쪽에서 본 오로라> 케이채 작가의 사진 원본/사진=케이채

 

Q. 작가의 사진에서 초록과 보라 등 강렬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저는 색을 굉장히 좋아해요. 색은 제 감정이자 언어예요. 색을 통해 제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더 집중해요. 그게 자연스럽게 제 사진의 변화로 사진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색감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Q. 고도화된 AI 기술로 누구나 사실 같은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사진 예술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것 같은가?

 

TV가 생겼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영화관을 찾았잖아요. 그런 것처럼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진은 사진으로서의 매력을 계속 지닐 거라고 봐요.

 

AI가 이미지를 생성할 수는 있겠죠. 그러나 내가 직접 보고 찍은 순간과 그 창작물은 다시 올 수도 만들어 질 수도 없죠. 미세한 빛의 움직임, 그 날의 환경, 날씨, 사람, 바람 등으로 인해 같은 공간에 방문했어도 창작물은 두 번 다시 똑같을 수 없어요. AI가 그런 매력까지는 창작할 수 없는 것이죠. 


(사진 예술의 변화 방향에 있어서는) 예전에는 ‘기술적으로 완벽한 사진’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이제는 오히려 현대의 세계적인 작가들이 일부러 흔들리거나 초점을 흐리게 찍기도 해요. 그건 기술이 아니라 ‘의도’를 중심에 두는 예술의 변화라고 생각해요.


AI가 이미지를 완벽하게 만들 수 있다면, 인간은 오히려 불완전함 속에서 자신만의 감정과 시선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오는 거죠. 결국 AI의 등장이 사진을 없애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토요경제 구독자를 위해 작가가 제공해준 <티베트, 셋> 사진 원본/사진=케이채

 

Q. 케이채라는 ‘창작가’의 시선에서 본다면, 이 시대의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은?

요즘은 사진이 넘쳐나는 시대예요. 세상 자체가 ‘사진의 공해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수많은 사진들 속 예술가에게 요즘 가장 필요한 것은 ‘오히려 속도를 늦추는 태도’, 즉 ‘왜 찍는가’를 스스로 묻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한 장 한 장 신중히 찍으려 해요. 실패가 많아도 그게 제 방식이죠. 

 

또한 상업과 예술의 경계에서 스스로 길을 만드는 자유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을 이어갈 수 있어야 예술이 지속된다고 봅니다.

Q. 앞으로의 작업 계획이나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는가?


앞으로도 계속 떠돌아다닐 것 같아요. 여행은 제 작업의 근본이니까요. 처음 시작할 때는 100개국을 목표로 삼았는데, 어느새 98개국을 돌아다녔더라고요. 다만 먼 미래에는 체력이 지금보다는 안 될테니깐 한국에서 머무를 것 같아요. 

 

2029년이면 제가 이 작업을 시작한 지 20주년이 돼요. 그때 20주년 전시회를 열 계획이에요. 그 이후에는 어떤 걸 발견할지 아직 모르지만, 전 늘 ‘우연’과 ‘여행’속에서 발견하는 미지의 세계를 좋아하거든요. (웃음)

케이채 작가의 <케이채 사진전 : WANDERGRAPHY>은 성수동에서 이달 26일까지 열린다. 입장료는 무료이다. 


토요경제 / 글,사진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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