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저케이블 공장, 북미 유일 HVDC 생산거점으로
글로벌 해상풍력 시대, LS전선 시장 선점 나서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S전선이 약 1576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미국 해저케이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본격적인 투자 행보다.
이번 결정을 통해 LS전선은 북미 지역 유일의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글로벌 해상풍력·신재생 인프라 시장의 급성장 흐름에 대응할 전략적 교두보를 마련했다.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면서도 장기 성장을 위한 생산·공급망 혁신에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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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S그린링크 해저케이블 공장 조감도/사진=LS전선 |
회사는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신주 178만여주를 발행하기로 결정했으며 주당 발행가는 8만8500원으로 책정됐다. 이번 증자는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한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되며 대주주인 LS가 90% 이상 참여함에 따라 지분 희석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달된 자금은 전액 미국 버지니아주에 건설 중인 해저케이블 생산 공장에 투입된다. 이 공장은 LS전선의 미국 자회사 LS그린링크(LS GreenLink USA)가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총 1조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된다.
공장 부지는 약 39만㎡, 연면적은 7만㎡에 달하며, 201m 높이의 초고압 전력케이블 생산용 VCV(Vertical Continuous Vulcanization) 타워와 전용 항만 시설이 함께 조성된다. 공장은 2027년 하반기 준공을 거쳐 2028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 후에는 북미 지역 유일의 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생산 거점으로 자리잡게 된다.
◆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 공략 배경
LS전선이 이번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급변하는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이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초고압 송전용 해저케이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2030년까지 대규모 해상풍력단지와 청정에너지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지 해저케이블 생산기지가 부족해 공급망 병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LS전선은 이러한 시장의 공백을 기회로 보고 미국 내 자체 생산기반을 확보하기로 한 것이다.
해저케이블은 제품 특성상 운송비 비중이 높다. 전체 판매 단가에서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15~20%에 이르는데 바다를 통해 수출입해야 하는 특성상 현지 생산은 곧 가격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번 공장은 생산과 운송을 원스톱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초고압 해저케이블 생산의 핵심인 201m 높이의 VCV 타워를 중심으로, 원자재 투입부터 해상 선적까지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 이는 단순한 제조기지를 넘어 미국 동부 연안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공급 허브로 기능할 전망이다.
| ▲ LS마린솔루션의 해저케이블 매설선 미래로호/사진=LS마린솔루션 |
◆ 재무 안정성과 그룹 시너지 강화 전략
이번 유상증자는 사업 확장뿐 아니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선택이었다. LS전선의 순차입금은 2025년 상반기 기준 2조원을 넘어섰고 부채비율은 300%를 상회하고 있었다. 연간 영업활동으로 창출되는 현금은 약 2400억원 수준으로 7500억원 규모의 미국 투자금을 자체적으로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회사는 차입을 통한 조달이 아닌 자본 확충 방식을 택했다. 모회사 LS가 직접 참여하는 형태로 자금을 투입함으로써 차입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유상증자 이후 LS전선의 부채비율은 약 301%에서 277%로 낮아질 전망이며 순차입금 대비 EBITDA 비율도 4.2배에서 3.9배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신용등급 방어와 금융비용 절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증자 부담으로 모회사 주가가 일시 하락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본 확충을 통한 안정적 성장 기반 구축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는 LS그룹의 해저케이블 사업 확장 전략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LS전선은 단순히 케이블을 제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룹 내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해저케이블 밸류체인을 완성하고 있다.
LS마린솔루션은 케이블 포설선 운영과 시공 역량을 담당하며 LS머트리얼즈는 해저케이블에 사용되는 특수소재를 공급한다. 이를 통해 LS그룹은 제조에서 설치까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구조를 완성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LS전선은 북미 해상풍력단지와 중동 HVDC 송전 프로젝트 등에서 대형 수주를 연이어 확보하고 있으며 이미 약 6조원 규모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LS전선의 미국 투자에는 정부와 민간의 지원이 함께했다. 버지니아주 정부는 체서피크 공장을 혁신 제조 경쟁력의 상징으로 평가하며 약 2000억원 규모의 세제 혜택과 인프라 지원을 약속했다. 주정부는 공장 부지 인근 도로명을 ‘1 LS Way’로 명명하며 파트너십을 상징적으로 기념하기도 했다.
또한 회사는 미국 연방정부의 인프라 투자 정책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발맞춰 ‘공급망의 미국화(Americanizing the Supply Chain)’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를 통해 현지 정책 인센티브를 적극 활용하고 미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이번 유상증자는 단기적인 자금 보충이 아니라, 중장기적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적 투자다. 재무적으로는 부채 부담을 줄이면서 재무건전성을 확보했고 사업적으로는 해저케이블 중심의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적인 생산기반을 구축하게 되었다.
특히 북미 시장의 해상풍력 투자 확대와 HVDC 인프라 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이번 공장 설립은 향후 10년간 LS전선의 성장을 견인할 핵심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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