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대 홍콩H지수 ELS 만기도래…금융권 폭풍 전야

산업 / 김자혜 / 2023-11-27 14:39:47
금감원, ELS 판매비중 높은 국민은행 등 금융사 전수조사 진행
홍콩H지수 무너지면서 '불완전판매' 피해자 나오기 시작해
"상품 검증 없고 정보 비대칭 기반의 상품판매가 문제 일으켜"
▲ H지수 연계 ELS의 만기가 내년 상반기 대거 도래하면서 금융감독당국이 은행과 금융사의 검사에 돌입하는 등 폭풍전야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이미지=토요경제DB> 

 

내년 8조원 규모의 홍콩항셍중국기업(HSCEI,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대규모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감독 당국은 ELS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까지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금융권에서 폭풍전야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이 판매한 H지수 ELS 중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는 8조4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 규모는 국민은행이 약 4조7726억원으로 절반가량을 넘고 이어 농협(1조4833억원), 신한(1조3766억원), 하나(7526억원), 우리(249억원) 순을 보였다.
 
ELS는 기초자산의 주가지수가 투자수익을 결정하는 상품이다. 6개월마다 기초자산의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도 할 수 있는데 기초자산 가격이 특정 기준보다 떨어지면 원금이 손실된다. 이번 대규모 손실 우려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H지수가 하락세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만2100선까지 올랐지만 1년 만인 지난해 2월 8784로 급감했고 같은해 10월 28일 5028까지 무너졌다 올해 1월 7483까지 재차 올랐지만 3월 6445를 찍은 후 이날 오전 11시 기준 5968.49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조기상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ELS 물량도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ELS 미상환 잔액은 10월 말 기준 20조7684억원으로 2021년 대비 4조원 증가했다.
 
이번 H지수 ELS 관련 금감원의 검사는 불완전판매가 주안점이 될 전망이다. 과거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 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에서 대규모 원금손실의 원인으로 은행 내 불완전판매를 지목했다. 당시 전체 피해액은 1200억원으로 피해자들이 대부분 60~70대 고령자가 많았다.

 

이번 상황도 이미 밝혀진 사례에선 유사점이 겹친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피해를 공개한 한 사례자는 올해 75세로 자산 9억원을 H지수 상품에 투자했다. 그는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집을 판 돈이니 원금 보장되고 이자가 높은 상품에 가입시켜달라고 요청했다"며 "해당 은행 팀장이 국내형 채권 상품에서 홍콩지수 연계 ELS로 바뀌면서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AI가 상품을 설명했고 현재 약 3억6000만원을 손실보게 되어있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사태 피해자를 돕는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에서는 이번 H지수 연계 상품에서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현재 단체로 직접 연결된 사건은 없지만 금감원 민원 건 등을 감안하면 이전 사모펀드 사태와 같이 은행에서 판매중 중요한 위험성에 대한 고지가 이뤄지지 않은 건들이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투자상품으로 4년여 이상 소송을 진행 중인 시민단체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대책위원회에서는 투자상품을 권유하는 은행 등 금융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금융사에서 손실이 뻔히 보이는 상품을 수익성 창출을 하기 위해서 상품 검증 없이 판매하는 것이 문제”라며 “고객이 충분히 상품을 이해하도록 정보의 비대칭성 없이 투자상품을 모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요경제 / 김자혜 기자 kj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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