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형 칼럼] 이재명의 혐오 사이트 제재론, 이제 공론화할 때다

기자수첩 / 이덕형 기자 / 2026-05-24 14:37:25
허위기록과 조롱 방치한 플랫폼 책임 물어야
▲토요경제 이덕형 편집국장
이재명 대통령이 일간베스트저장소와 같은 혐오·조롱 사이트에 대해 폐쇄, 징벌배상, 과징금 등 강력한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은 정당한 문제 제기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가 지켜야 할 기본권이다. 그러나 그 자유가 타인의 인격을 짓밟고, 고인의 명예를 조롱하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하는 데까지 무제한 허용될 수는 없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 공간인 봉하마을에서 조롱성 행위가 벌어졌다는 논란은 온라인 혐오가 더 이상 인터넷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정 사이트에서 만들어진 조롱 문화가 현실 공간으로 옮겨오고, 추모의 장소마저 희화화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이는 단순한 장난이나 의견 표현이 아니다. 사회적 금도를 넘은 행위다.

문제는 일베만이 아니다. 나무위키와 같은 참여형 플랫폼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사실 확인이 부족한 내용, 사생활을 과도하게 파헤치는 문장,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표현이 검색 결과를 통해 장기간 노출된다. 누군가의 가족관계, 과거 행적, 사진,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익명 편집자의 손을 거쳐 사실처럼 굳어지면 당사자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 평판 피해를 입는다.

나무위키 문제는 피해 구제가 특히 어렵다. 해외 서버와 익명 운영 구조를 활용하고 있어 국내 피해자가 삭제나 정정을 요구해도 신속한 해결이 쉽지 않다. 국내 법 절차만으로 실효적 대응이 어렵다면 현실적인 수단은 접속차단과 검색 제외다. 특히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에 허위사실과 사생활 침해 문서가 계속 노출되는 것은 피해를 키우는 핵심 통로다.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초상권 침해가 확인된 문서에 대해서는 포털 검색 제외 조치가 필요하다.

물론 사이트 폐쇄나 접속차단은 신중해야 한다. 국가 권력이 불편한 표현을 막는 도구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 우려 때문에 명백한 허위사실과 혐오, 조롱, 사생활 침해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공적 비판과 사적 조롱은 다르다. 알 권리와 관음적 폭로도 다르다. 사회는 이제 그 경계선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반복적이고 악질적인 방치에는 과징금과 징벌배상도 검토해야 한다. 플랫폼이 “이용자가 쓴 글”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피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명백한 피해가 반복되고, 삭제 요구가 묵살되며, 같은 내용이 계속 재게시된다면 운영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책임과 함께 있을 때 보호받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그런 점에서 정당하다. 이는 검열을 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도 최소한의 인격권과 사회적 질서를 지키자는 요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조롱 사례는 우리 사회가 더 이상 혐오를 방치할 수 없다는 경고다.

인터넷은 누군가를 끝없이 조롱하고 기록해도 되는 무법지대가 아니다. 일베든 나무위키든, 어떤 플랫폼이든 허위사실과 혐오, 사생활 침해를 방치한다면 삭제 요구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외 서버와 익명 구조로 실질적 구제가 어렵다면 접속차단과 포털 검색 제외가 가장 현실적인 보호 장치가 될 수 있다. 강력한 제재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가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흉기로 변하지 않도록 막는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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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형 기자
이덕형 기자 1995년 방송사 기자로 입사한 뒤 사회부,정치부,경제부 등 주요부서를 두루 거쳤습니다. 앵커와 취재기자,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현장을 누볐고,올해로 기자 생활 31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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