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연내 2차례 더 추가인상 시사"...'매파적 동결' 반응 지배적
한미 금리차 2%p 웃돌 수도...내달 금통위 앞둔 한은 고민 커져
|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준 청사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미국 기준금리가 긴 랠리 끝에 드디어 상승행진을 끝냈다. 작년 3월 이후 10차례 연속 금리를 올리며, 숨가쁘게 이어져 온 고금리행진이 1년 3개월 만에 멈춘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현재의 5.00~5.25%로 동결했다.
5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까지 둔화하자 이번 FOMC를 앞두고 시장의 예상은 '동결'쪽에 무게가 실려있었다. 결국 연준은 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금리동결로 시장의 예상에 화답했다.
연준은 그러나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신에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지난 15개월간 4차례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인상)과 2차례의 빅스텝(기준금리 0.5%인상)을 섞어가며 초긴축을 단행한 미국의 금리인상은 끝난 듯, 끝나지않은 상태다.
■ FOMC정례회의 11차례만에 첫 기준금리 동결 조치
작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대폭 끌어올리며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고금리의 공포속으로 밀어넣은 연준의 금리인상행진이 15개월만에 걸음을 멈췄다.
연준은 14일(현지시간) 이틀에 걸친 FOMC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5.00~5.2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정례회의 기준으로 11차례만의 동결이다.
미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강타한 2020년 3월 16일 이후 2년간 0.25%로 사실상 제로금리 상태를 유지하다 작년 3월부터 초긴축 정책으로 급선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연준이 '고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사상 유례없는 금리인상에 나선 것이다. 연준은 이후 1년 남짓의 짧은 기간에 기준금리를 무려 5%포인트 올리는 고강도 긴축을 지속해왔다.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부터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고용 안정속에서 물가상승률 둔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FOMC는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3차례 연속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을 단행하며 보폭을 줄였고 이번에 금리동결로 오랜 상승랠리를 마감한 것이다.
연준의 이번 금리동결 조치는 시장의 예측 그대로였다. 연준의 초긴축 정책 효과에 힘입어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달 4.0%까지 내려오자 국내외 금융시장에선 6월 FOMC에서 금리를 현재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란 예상이 쏟아졌다.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은제공> |
■ 고강도 긴축, 완전 멈춘게 아나라 잠시 쉬어갈 뿐
시장 예측은 반은 맞았지만, 반은 틀렸다. 미 기준금리가 현재의 5.25%를 정점으로 서서히 하향 조정될 것이란 전망은 한순간에 빗나간 때문이다. 연준이 이날 장기간의 고금리 행진을 멈췄지만,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연준 FOMC위원들은 이날 만장일치로 금리동결을 지지했지만, 다수가 향후 금리인상의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높은 상태"라고 전제하며 "거의 모든 FOMC위원들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연준 경제전망요약(SEP)은 40여년만의 고강도 긴축이 완전히 멈춘게 아나라 잠시 쉬어갈뿐이란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는 FOMC위원들의 향후 금리 예상치를 종합한 점도표에 그대로 드러난다.
FOMC위원들은 여전히 매파적인 경향을 숨기지 않았다. 점도표상 연내 최종금리의 중간값은 5.6%(5.5~5.75%)로 직전 전망치(5.1%)보다 0.5%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점도표상 연말까지 동결을 예상한 FOMC위원은 단 2명 뿐이고 나머지 16명은 모두 추가 인상을 가리켰다. 인하 전망을 지지한 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미국의 현 금리가 5.00~5.25%임을 감안하면 올해안에 베이비스텝을 두번 더 단행할 수 있다는 얘기와 같다. 이번 연준의 금리동결을 두고 ‘매파적 건너뛰기(hawkish skip)’란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연준은 성명에서 "목표금리를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추가 정보 및 이 정보의 정책 함의에 대해 위원회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 강력하게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금리동결이 일시적인 조치이며 향후 물가 상황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파월은 "연내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위원은 단 한명도 없다. 연내 금리인하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앞으로도 물가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왼쪽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
■ 당황스런 한은, '동결'과 '인하' 사이서 고민 깊어질 듯
전문가들은 미국이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상회하는데다 특히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가 아직도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며 "6월 CPI(소비자물가지수) 결과에 따라 연준이 당장 다음달에 베이비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이 추세전환이 아니라,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다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당황스러운 것은 한국은행이다. 당장 금통위를 약 한달 앞두고 기준금리의 '동결'과 '인하'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기침체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선 긴축완화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 데, 연준이 연내 두차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탓에 한은으로서도 금리인하를 결정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차는 1.75%까지 벌어진 상태다. 한은이 만약 내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소폭(0.25%) 내리고, 열흘 후 연준이 베이비스텝만 단행해도 양국의 금리차는 무려 2.25%p까지 확대될 수 있다.
공교롭게도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와 FOMC는 다음달에 같이 열린다. 금통위가 7월 13일 먼저 열리고, FOMC는 7월 25~26일로 예정돼 있다.
지금도 이미 한미간의 기준금리 차가 역대 최고치인 가운데 그 격차가 2.25%로 벌어진다는 것은 원화가치 절하와 외국자본의 이탈 등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경기둔화에 대응, 긴축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한은으로선 큰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계에선 "한미 양국의 커플링현상이 갈수록 고착화하고 있지만, 양국의 경제상황은 판이하게 달라 마냥 미국을 따라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그렇다고 양국의 금리차가 2%P를 훌쩍 넘을 수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인하 결정을 내리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불거진 가운데 AI열풍에 힘입은 기술주들은 이날도 강세를 이어갔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 <사진=연합뉴스제공> |
■ 금융당국 대응책 마련 골몰...리스크 관리 강화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연준의 기준금리 결과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평가 ·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추 부총리는 "이번 FOMC의 결정은 정부 및 시장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하며 "다만, 미국 등 주요국의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높은 경계심을 갖고 국내외 금융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취약부문에 대한 관리를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은도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더 주목,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이날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한 이승헌 부총재는 "연말 금리전망 점도표 상향,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 내용 등을 통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연내 인하 가능성을 부인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호주, 캐나다 등이 금리 인상을 재개하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스탠스(태도·입장)가 강화되고 있는 부분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 우리 금융시장이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고 국내 실물경기 회복 지연 우려 등 불안 요인이 잠재돼 있어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관리해 금융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인공지능(AI) 수혜주 다수가 포진한 미국 뉴욕증시의 나스닥100 지수는 14일(현지시간) 미 기준금리 추가인상 가능성 여파 속에서도 상승세를 지속, "AI가 연준보다 강하다는 게 입증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상장종목 가운데 100대 비금융 기업으로 구성된 나스닥100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104.84포인트(0.7%) 상승한 15,005.69로 장을 마감했다.
토요경제 /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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