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 장기 침체의 영향으로 IPO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그래픽=연합뉴스제공> |
증시의 장기침체와 불투명한 미래가 기업공개, 즉 IPO( Initial Public Offering)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올들어 증시 부진이 계속된 여파로 앞서 IPO를 진행한 기업들의 부진한 흥행 성적표가 후발 기업들의 IPO행을 머뭇거리게 만든 것이다. IPO시장이 그야말로 혹독한 '혹한기'로 접어든 것이다.
IPO는 비상장기업들이 대규모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대표적 수단이다. 비상장 기업에 투자한 벤커캐피털이나 개인투자자들에겐 투자금을 회수(exit)하며 수익(capital gain)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즉, IPO시장의 급랭이 벤처산업의 생태계의 선순환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10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3분기까지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등을 통한 IPO기업 수는 총 30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7개년 3분기 중에선 가장 적은 규모다. 특히 코스피의 경우 쏘카와 수산인더스트리 등 단 두곳 뿐이다. 현재까지 코스피 IPO(스펙·우선주 등 제외)종목수는 단 6개로 작년 연간 20개의 3분의 1에 그친다.
IPO기업 숫자도 줄었지만, 새로 증시에 입성한 기대주들이 맥을 못추고 추락한 여파가 심각하다. 지난 8월 22일 예상을 뒤엎고 IPO를 강행하며 관심을 집중시켰던 쏘카의 경우 지난 7일 종가 1만7450원으로 공모가(2만8000원) 대비 무려 37.68% 하락했다. 상장 두달도 채 안돼 공모가의 반토막까지 추락할 것을 걱정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이처럼 IPO시장 '대어'들이 잇달아 흥행에 참패하고 4분기 이후 증시 전망도 매우 불투명한 탓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하반기 IPO시장 최대 기대종목이었던 마켓컬리와 케이뱅크 역시 상장시기를 미룰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 9월 잇달아 상장심사를 통과한 마켓컬리와 케이뱅크는 구체적인 상장 시기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지만, 증시 상황이 녹록지 않아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마켓컬리는 IPO연기설에 대해 지난 7일 입장문을 통해 "거래소, 주관사, 투자자 등과 상장 철회나 연기에 대한 어떤 의사소통도 한 적이 없다"며 내년 2월까지 공모를 추진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쏘카를 비롯해 증시침체에도 아랑곳없이 IPO를 강행한 기업들이 IPO 흥행 참패와 상장 후 주가급락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들 IPO 기대종목들이 결국 IPO연기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증시 상황을 보며 최적의 시기를 고민하고 있지만 하락장이 이어지고 있 데다 최근 신규 상장 기업이나 동종업계 비교 기업의 주가 약세가 겹쳐 고민이 많다"면서 "특히 공모가가 기존 희망가와 비교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여 결국 상장 시점을 늦출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올들어 증시에 입성한 IPO새내기 종목들의 현재 상황한 처참하다. 지난 8월 대표적인 유니콘기업의 상장으로 주목받은 쏘카는 시가총액 1조원을 기대했으나 수요예측과 청약 부진에 공모가를 대폭 낮추는 등 체면을 구긴데다가, 상장 이후 주가가 계속 약세를 보이며 7일 종가기준 시총 5700억원까지 떨어졌다.
2차전지 분리막 제조사로 지난달 30일 상장한 더블유씨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7일 현재 주가가 4만4200원으로, 공모가(6만원)에 비해 26% 폭락했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더욱 암울하다. 카뱅은 올초 5만9100원에서 7일 현재 1만8350원까지 급락, 같은 업종(인터넷은행)의 케이뱅크의 IPO 추진에 대한 고민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대형 기관 투자자들은 12월초 결산을 끝내고 IPO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공모 물량을 소화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며 "IPO가 11월에 안되면 내년으로 넘어가는게 통상적이어서 올해 IPO시장 침체가 역대급으로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PO시장이 극도로 냉각되자 일찌감치 IPO 일정을 내년으로 미루는 회사들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골프존카운티는 올 12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내년 1월 상장하기로 했다. 또 하반기 상장을 준비하던 대신자산신탁 대신글로벌코어리츠 역시 내년 이후로 상장 시기를 미뤘다.
증권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내년 2분기경 각종 경제지표가 바닥을 찍는다고 가정하면, 1분기는 돼야 투자자들의 심리나 투자 집행이 개선될 것"이라며 "하지만 현 상황에서 언제 어떻게 좋아진다고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내년에 상장 예비심사를 다시 청구한다고 하더라도 중순 이후 상장에 다시 재도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리고 강조한다.
토요경제 / 조은미 기자 amy1122@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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