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재정건전화계획 대비 5조6천억 늘어...정사장 사의 표명
정부 14일 당정회의서 인상안 확정...kWh당 8~9원 인상?
| ▲12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비전홀에서 정승일 사장과 임원들이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알짜배기 부동산 매각과 임금 동결. 한국전력이 고강도 자구안을 내놨다. 전기요금 인상을 앞두고 한전 스스로 좀 더 자구책을 보강하라는 정부와 여당의 압박에 대한 답이다.
한전은 매각 가능한 모든 부동산의 매각 등을 통해 25조원대의 자본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정승일 사장까지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을 위해 마치 배수의 진을 친 모양새다.
한전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자구안을 내놓음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폭이 당초 예상치인 kWh당 7원보다 다소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주말 당정 회의를 열고 다음주 초 전기요금 인상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 매각 가능한 모든 부동산 처분...10개 사옥 임대 전환
한전은 12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정승일 사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 대회'를 열고 고강도 자구노력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전력그룹사와 함께 알짜배기 부동산 매각, 임직원 임금 동결 등 고강도 자구노력을 통해 총 25조7천억 규모의 자본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이는 지난 2월 발표한 재정건전화계획에 비해 5조6천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추가 자본확충 재원은 한전이 3조9천억원, 계열사가 1조7천억원이다.
지난 2021∼2022년 한전의 누적 적자가 38조원을 넘긴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한전이 먼저 고강도 자구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고 한전이 이에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한전은 이에 따라 우선 ‘매각 가능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원칙에 따라 수도권 대표 자산인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 매각안을 자구안에 추가했다. 남서울본부는 가치가 조 단위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원래 이 부동산은 지상 9층 짜리 건물 지하에 변전 시설이 있어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정부·여당의 실효성 있는 추가 자구안 마련 압박에 한전측이 변전 시설을 뺀 상층부 매각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한전측은 지자체의 지구단위계획과 연계, 매각을 진행하고 매각 방식과 관련해 제안 공모를 받는 등 최대한 제 값을 받고 이 건물을 팔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와 서인천지사 등 10개 사옥은 대거 임대로 돌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15개 지역본부와 234개 지사 등 지역사업소는 주요 거점도시 위주로 재편될 예정이다.
한전은 이와 함께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부담을 고려, 고통분담 차원에서 대대적인 내부 인건비 절감안을 마련했다. 우선 한전과 전력그룹사는 부장급 이상의 임금 인상분(1.7%) 전액고 한전 차장급 인상분의 50%를 반납키로 했다.
|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을 앞두고 고통분담 의지를 담은 고강도 자구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있는 한전 본사 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제공> |
■ 전직원 인건비 절감 '고통분담'...전기구입비 조정 추진
노사 협의가 필요한 일반 직원의 임금반납도 노조와 협의에 착수했다. 성과급의 경우는 오는 6월 경영평가가 확정되면 처·실장급 이상은 전액, 부장급은 50%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노력은 이게 다가 아니다. 한전은 전력설비 건설 시기 이연과 규모 축소를 통해 1조3천억원, 업무추진비 등 경상경비 절감액 1조2천억원, 전력시장제도 개선을 통한 전력구입비 절감액 2조8천억원, 발전 자회사의 수익 확대를 통해 추가 자본을 대거 확충할 계획이다.
한전측은 이와관련, "안정적 전력 공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송전망, 변전소 등 전력 설비 건설 시기와 규모를 미룰 것"이라며 "이에따라 2026년까지 1조3천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이 이날 내놓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본 확충 규모는 향후 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전은 한국에너지공과대(한전공대) 출연금 축소할 방침이다. 한전은 감사원과 산업부 감사가 끝난 뒤 종합적으로 검토,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11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국회에서 "한전의 한전공대 출연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한전측이 부동산 임대에 따른 추가 자본확충도 기대된다. 아직 구체적인 금액이 산출되지 않아 이번 자구안에 빠졌기 때문이다. 또 노조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 일반직원의 임금 반납분이 추가될 여지도 있다.
한전은 이날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전기구입비 산정 기준을 조정, 2026년까지 전기매입비를 2조8천억원 줄이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는 전기도매요금 낮춰 한전의 원가부담을 일부 공공 및 민간 발전사로 떠넘기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다음주초경 최종 인상폭 확정될듯...kWh당 7원 넘기나
한전이 이처럼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고강도 자구안을 내놓는 동시에 그간 여권에서 사임 압박을 받아온 정승일 한전 사장은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한전의 적자와 재무구조 악화의 주된 이유가 원가보다 낮게 책정된 전기요금에서 비롯된 게 주지의 사실이지만, 대표이사로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 ▲정승일 한전 사장이 11일 오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정 사장은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한전측으로선 뼈를 깎는 자구책에 더해 대표까지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 비난 여론을 달래는 한편, 전기요금 인상폭을 놓고 고심중인 정부에 대한 한전 식의 메시지를 던지는 등 두마리토끼를 잡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읽힌다.
한전이 배수진을 친 정 사장의 사의 표명과 함께 당초 예상치를 웃도는 강력한 자구안을 내놓음에 따라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폭이 당초 예상치인 kWh당 7원을 웃돌 지 주목된다.
정부 입장에선 물가와 여론을 의식, 2분기 전기요금을 kWh당 10원, 즉 두자릿 수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당초 7원에서 1~2원 오른 선에서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전의 고강도 자구책과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에 불구, 한전의 적자누적 규모와 차입급 수준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다는게 중론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전의 지난 6년간 누적 적자규모가 30조원에 달한다.
한전이 2026년까지 고강도 자구책을 통해 25조원대의 자본을 확충할 경우 부채규모가 줄기는 하겠지만 kWh당 10원 미만의 요금인상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시절 장기간 전기요금 동결로 한전의 부채규모가 무려 190조원대로 치솟는 등 수익구조 크게 악화됐다.
전문가들은 "1분기 13원대의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 한전의 영업적자가 6조원을 웃도는 최악의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며 "한전부실과 물가, 국민여론 사이에서 정부가 과연 이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주목된다"고 입을 모았다.
토요경제 /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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