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가격인하 도미노...'원윳값' 인상 앞둔 유제품은?

체크Focus / 장연정 기자 / 2023-06-29 14:19:04
정부압박에 라면·제과·제빵 가격 줄줄이 소폭 인하 동참
소비자단체 "인하율 찔금 '생색내기'...유제품 인상 우려"
원윳값 인상 추진에 우유·유제품 가격변동 초미의 관심
▲라면에서 시작된 식품업계 가격인하 바람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트의 라면류 코너. <사진=연합뉴스제공>

 

식품업계에 때아닌 가격인하 도미노 현상이 한창이다. 농심의 라면값 인하가 도화선이 됐다. 라면업계에서 발화된 가격인하 열풍은 제과, 제빵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노골적인 가격인하 압박이 먹혀들면서 주요 식품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속속 인하행렬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이에따라 식품가격의 하락 분위기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지 주목된다.


이처럼 식품업계의 가격인하 바람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온도는 여전히 낮다. 국제원재룟값 하락폭과 지난해 상승분을 감안하면, 업계의 가격인하 폭이 미미하고 때문이다.


가격을 내린 품목도 제한적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최근 식품업계의 가격인하가 정부압박에 화답하기 위한 일종의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제 관심은 최근 본격적인 가격인상 협의에 들어간 원윳값이다. 8월부터 적용 예정인 원윳값 상승폭에 따라 우유는 물론 원유를 원재료로 하는 각종 유제품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 농심·삼양 등 라면업계 이어 롯데·SPC 등 가격인하 가세

식품업계의 가격인하의 진원지는 농심이다. 지난 27일 농심은 오는 7월1일부로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50원과 100원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라면업계 대표주자인 농심의 가격인하는 즉각 경쟁업체인 삼양, 오뚜기, 팔도의 일부 라면값 인하로 불러왔다. 라면업계가 라면 출고가격을 내린 건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농심이 일부 제품에 한해 가격인하를 단행한 것과 달리 오뚜기는 다음달 1일부터 라면류 15개제품 가격을 출고가 기준 5% 인하한다고 28일 밝혔다. 오뚜기는 식품업계중에선 비교적 가격인하에 적극적인 업체로 정평이 나있다.


삼양식품 역시 삼양라면·짜짜로니·맛있는라면·열무비빔면 등 12개 대표 제품 가격을 내달 1일부터 평균 4.7% 내린다고 발표했다. 특히 열무비빔면은 4입 멀티 제품 기준 3400원에서 2880원으로 15% 낮췄다.


라면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제과업계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가 다음달 1일부로 빠다코코낫, 롯데샌드, 제크 등 과자류 3종의 편의점 기준 가격을 공히 100원 인하한다고 밝혔다.


해태제과가 아이비 오리지널 제품 가격 10% 인하키로 했다. 양산빵·제빵 프랜차이즈 1위 업체 에스피씨(SPC)도 가격인하 행렬에 지체없이 가세했다.


SPC는 파리바게뜨의 ‘그대로토스트’ ‘정통바게트’ 등 총 10종을 7월초부터 순차적으로 평균 5.6% 인하키로 했다. 계열사인 SPC삼립 역시 정통크림빵 등 총 20종을 평균 4.2% 내리기로 했다.


라면업계에서 시작해 일부 제과, 제빵업계로 번진 가격인하 열풍은 조만간 다른 업체들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아직 가격 인하 방침을 내놓지 않은 대상, CJ제일제당, 동원, 오리온 등 주요 대기업군 식품기업들이 조만간 일부품목이라도 가격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가격 인하 도미노의 발화점이 된 농심의 간판제품인 신라면과 새우깡. <사진=연합뉴스제공>

 

■ 정부의 노골적인 압박과 여론 악화에 마지못해 가격인하

식품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인하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도 정부의 강한 압박에서 비롯된 것으로 읽힌다. 특히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18일 방송에 출연, 라면을 꼭찝어 압박한게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 부총리는 당시 라면값 인상의 적정성 문제에 대해 "지난해 9∼10월에 (기업들이)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하락한 만큼 라면업체들이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간접적으로 라면업체들을 겨냥했다.


추 부총리는 특히 정부가 가격을 직접 통제할 수는 없는 만큼 소비자 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까지 했다. 추 부총리의 수위 높은 압박에 결국 라면업계와 밀의 원가비중이 높은 제과, 제빵업계가 줄줄이 가격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정황근 장관은 지난 3월말 식품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식품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한 바 있다. 정 장관은 “정부는 식품물가를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서민이 체감하는 식품물가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 업계가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정부의 강한 압박과 물가상승률 둔화현상이 뚜렷한 가운데도 여전히 고공비행중인 식품물가로 인해 소비자들이 식품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것도 관련 업계의 가격 인하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국제 밀가격 등 원재료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하락했지만 식품류 등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여기에 물가상승률 둔화에도 아랑곳없이 여전히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8배에 달하는 등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는 외식 물가 상승세의 주요인이 식품업계의 가격상승에서 기인한 것이란 비난여론이 거센 상황이다.


아무튼 정부 압박과 여론 악화로 인해 식품업체들이 마지못해 제품 가격을 소폭이나마 줄줄이 내리면서 향후 물가상승률 둔화와 먹거리 물가 하락을 유도하는 데는 어느정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윳값이 인상 움직임에 따라 각종 유제품 가격 추이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대형마트의 유제품코너. <사진=연합뉴스제공>

 

■ 원윳값 대폭 인상 전망 속 우유·유제품 가격 변동 주목

5월 물가상승률이 3%대 초반까지 둔화된 상황에서 일부 식품업체에서 시작된 가격인하가 가공식품 등 식품분야 전반으로 확산된다면 정부가 목표로 잡은 2%대 물가상승률 진입이 조기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음달 기준금리 조정에 나설 한국은행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경제정책의 방향이 '물가안정'에서 '경기부양'으로 변화되면서 금리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한은의 부담을 다소나마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식품물가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유제품이다. 지난 9일부터 원유(原乳)가격을 정하기 위한 낙농진흥회의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큰 폭의 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원윳값은 현재 리터(L)당 996원인데, 1065원~1100원 수준으로 책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마저도 농식품부가 올해부터 생산비만 반영해 원유 가격을 결정하던 기존의 원유 가격 결정 체계를 생산비와 시장 상황을 반영해 결정하도록 개선하면서 상승 폭이 제한된 수준이다.


원유 가격의 대폭 인상은 단순히 1L짜리 우유 한 팩의 소비자 가격만 인상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원유는 음용 우유는 물론 치즈, 버터 같은 유가공품을 비롯해 아이스크림과 빵, 과자, 커피 등 광범위하게 응용되는 원자재 성격이 강하다.


식품 업계 일각에선 정부의 다음 타깃으로 유제품의 연쇄가격인상, 즉 ‘밀크플레이션’ 관련 업체들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료비 등이 인상되며 지난해 우유 생산비가 13.7% 상승했기 때문에 중폭 이상의 원윳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게 낙농업계의 항변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압박과 여론악화에서 비롯된 일부 식품가격 하락 현상이 전 식품분야로 퍼지는 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고 전제하며 "물가안정과 경기 부양, 그리고 서민들의 먹거리부담 해소 등을 위해 식품업계 스스로 마진이 줄어들더라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제품가격을 낮추려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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