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선 시인의 土曜 詩論] 길에서 만나는 꽃에

문화·라이프 / 정진선 기자 / 2025-08-05 14:07:55

길에서 만나는 꽃에

 

  정진선


꽃 피고
다시 피는 곳이 꽃의 길이다

 

둑길 냉이

겨울을 잊는 하양으로

마음껏 피고

바람에게 하는 저항은

아름답고 황홀하다

그곳

햇볕은 유독 따뜻해서

생식生殖을 시작한다

삶이 스산해지는 이유로
그 꽃에 누워

먼 하늘과 산을 보며

잠들기도 또 웃기도 한다
냉이는
곧
씨를 쏟을 것이다

뒷길 배롱 꽃
그리 붉게 피고
비 없이 떨어지는 꽃잎에
바람은 어찌할 줄 모른다

아름답다는 믿음으로

맨살 줄기에 매달려
유혹한 결과는

버릴 수 있는 선에서

치욕을 견디는 색으로 진화한다

오가며 보는 감상을
주워 던지면
생존을 갈망하던 허무가 쏟아진다
여린 열매는 완성조차
번성할지 미혹을 남겨도
꽃은 예쁘다

산길 들국화
마르며 지는 시간을 위해

향기를 희생한다

견디다 어는 한 송이
이별의 선물

의지의 끝

복종과 흡수에 닿아

세상
화려함에 놓이는 꿈도 꾸고
내면의 가식과 의문에

내어줄 희망도 품는다

겨울 지내며

부서지는 꽃잎은

존재보다 고통을 일러준다
결국
꽃, 뿌리가 보전한다

왜 이 꽃일까 해도

꽃은
꽃의 모습으로 산다

 

토요경제 / 정진선 기자 sunsun3345863@hanmail.net

▲ 시인 정진선 : 한국문인협회 회원, 2013년 시집 '그대 누구였던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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